목요일 오후 1시에 찾은 덕수궁길은 사람들로 붐볐다.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온 듯도 하고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산책을 하는 듯도 했다. 그도 아니면 약속이 있는 장소를 찾아가거나 볼 일을 보러 가거나.
태평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로 쨍한 햇빛과 키 큰 나무, 예스러운 돌담이 도드라졌다. 다가드는 풍경이 마음에 경쾌하고 느슨한 그늘을 드리웠다. 인파에 섞여 느릿느릿 덕수궁길을 걸었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미술관으로 향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미술관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도 도착한 미술관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많은 인파는 단체 관람객 때문이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고딕풍 미술관을 배경으로 플래카드를 들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OO대 건축학과'라고 쓰여 있었다.
도슨트 시간에 맞춰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도 인파에 한몫했다. 그들을 쫓아 도슨트 행렬에 참여할까 하다 뒤로 빠졌다. 예나 지금이나 거리가 아닌 곳에서 만나는 인파는 부담스럽다.
막내와 로비에 마련된 협소하고 기다란 의자에 앉아 사람이 뜸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의자 앞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노먼 포스터의 다큐멘터리가 상영 중이었다. 1시간 18분짜리 영상이었다. 잠시 볼 요량이었는데 보다 보니 재미있어 결국 다 보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큐멘터리는 전시 감상에 꽤 유용했다.
ps.
목요일 오후 1시에 덕수궁길을 찾았던 이유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파트너스'전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습니다. 혹, 관련 글이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