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한 지 7개월이 지났다. 그 7개월 동안 30편의 기사를 쓰고 그중 27편의 기사가 편집부의 채택을 받아 독자를 만났다.
7개월 전으로 되돌아가 생각해 보면, 시민기자로서의 내 첫발은 그리 진지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를 그저 내가 쓴 글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정도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 자세가 조금 달라졌다. 새로운 플랫폼 정도로만 여기기에는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나쁘지 않았다. 그 무게감이.
지난달 말,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명함을 신청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면서 실행한 첫 번째 일이었다. "논의를 거쳐 발급한다"는 단서가 붙은 명함은 다행히 논의를 통과해 이달 초 내 품에 안겼다.
명함을 받아 들고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 기자로 일할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잡지사에서 잠시 연예부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전혀 자부심을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연예인을 한 인간으로 만나지도, 그들의 생각과 열정을 들여다볼 마음도 내지 않은 채 그저 홍보성 글을 작성해 내야 하는 기계로만 나 자신을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한 번 만난 사람을 내가 뭘 안다고...'라는 자조 섞인 마음만을 부여잡고 지낸 어리석은 나날이었다.
새롭게 내 앞에 놓인 명함은 후회로만 기억되는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했다. 그리고, 후회를 지우고 새로운 전진으로 나아가라는 격려처럼 다가왔다. 묘한 느낌이었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는 저서 <열두 발자국(2018)>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식 관련 기사나 야구 기사를 인공지능이 더 잘 쓰게 된 오늘날, 로봇 저널리즘은 기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까요? 결코 대답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처럼 일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유명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가십거리를 기사화하는 기자들, 해외 언론에 실린 기사를 번역해 며칠 후 기사화하는 기자들은 사라질 겁니다. 하지만 기자의 본령을 '취재'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중요 어젠다를 세팅하고,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걸 정리해 '기사'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믿는 기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자의 본령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기자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니까요. 이처럼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p. 269~270)
'시민기자'도 기자라면 기자일 터. 2025년에는 자조와 만족을 멀리하고 현장성과 독자성이 살아 있는 기사를 쓰는 데 좀 더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