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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신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by na지윤서

믿기지 않는 발언이었다. '목사'라 불리는 이의 말이어서 더 그랬다. 전광훈이라는 자가 제주항공 참사를 두고 했다는 발언에 대한 이야기다.


"영적으로 보면, 돌아가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이게 전부 세상 권세를 잡은 사탄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


관련 기사를 읽으며 내 눈을 의심했다. 아무리 앞뒤 분간을 잘 못한다 해도 가족을 잃은 다른 이의 슬픔 앞에서 어찌 저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나는 특정 종교를 믿는 종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무신론자도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종교는 신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다원론자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성당에서,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서 기도하기를 즐긴다. 내게 신은 '이기심'과 '욕심'이라는 부질없는 마음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게 힘을 북돋아주는 존재다.


성경의 창세기에 근거해 보자면 인류는 명백히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인간의 부모라 할 수 있다.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벌하는 존재인가? 명령하는 존재인가? 빼앗는 존재인가? 아니다.


부모는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기꺼이 내어주는 존재이며, 명령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걷는 존재이며, 벌하는 존재가 아니라 품어주는 존재이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나조차도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알겠는 이 단순한 진리를 하나님이 모를 리가 있나?


내게 신은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 사랑을 내보이기 위해 불교에서는 지장보살로,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믿는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중생 모두가 빠짐없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도 결코 성불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 존재이다. 예수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 기꺼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을 맞이한 존재이다. 이들은 내게 이름만 다를 뿐 헌신과 사랑을 몸소 실천한 동일한 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신의 참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사탄에게 참혹한 형벌을 허락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렇기에 나는 전광훈의 망언은 그저 신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어리석은 인간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의 어리석음을 아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전광훈 TV 구독자 수가 17만 명에 달하고, 일부 정치인이 여전히 그를 따르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망언을 일삼을 것이다. 부디 그 말들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뭐래도 신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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