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있는 캘리족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글씨와 그림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시가 너무 훌륭해서였다.
종결에 쓰인 문구는 가히 놀라웠다. '요란도 해라'라니!
"고르게 나눈 사계절 중에 가을이 찾아오자
감회가 새롭구나 우뚝한 돌엔 이끼가
둥그렇게 수놓았고 높은 오동나무엔 빗소리
요란도 해라"
눈 때문에 설에는 오지 못하고 지난 토요일에야 상경한 동서에게 이 얘기를 전했다. 그랬더니 동서 왈,
"아, 그거 김정희 시예요."
알고 보니 지난해 추사고택(https://www.yesan.go.kr/chusa/sub02_01.do)에서 열린 캘리 전국 대회(제9회 손멋글씨대회)에 참가했을 때 시제로 받았던 시 중 하나라고 한다(이 대회에서 동서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선을 했다).
아하!
https://www.ccdail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15018
동서 덕분에 추사 김정희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글씨의 대가로만 알았는데 시를 이리 잘 짓는지 몰랐다.
인터넷으로 교보문고에 들어가 김정희의 도서를 뒤졌다. 마침 유홍준 교수가 쓴 책이 있다. 유홍준 교수는 1988년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추사 김정희론을 연구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처음 펴냈던 책은 《완당평전》(이 책 덕분에 김정희의 또 다른 호가 '완당'인 줄 알게 되었다). 2002년 펴냈던 이 책은 절판되고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을 이어받아 2018년 창비에서 책이 새로 나왔다. 그 책이 바로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라는 부제가 붙은 《추사 김정희》다. 책은 추사의 생애를 총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280여 점의 도판이 실려 있다는 도서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어제 도서가 도착했다. 애석하게도 책에는 동서가 캘리로 쓴 시 <초가을>은 실려 있지 않았다. 아쉬웠다. 하지만 각 장마다 실려 있는 적지 않은 시가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https://youtu.be/4KjwEg0wr8s?si=aj4T0dHQ1iM3C-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