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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1주기를 기리며

by na지윤서

지난해 4월 16일, 나는 초지역으로 향하는 4호선에 몸을 싣고 있었다. 안산에 있는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날 유원지로 향하는 길에는 가로수마다 색색의 연등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연등에는 참사로 생을 마감한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연등을 보며 아이가 기억되기를,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읽혀 눈시울이 붉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시작된 기억식에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것은 4.16합창단이 부른 노래들이었다. 그중 도종환 시인이 가사를 쓰고 백자가 작곡한 노래 <화인>(火印)은 특별히 마음에 남았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시간이 다가왔지만 강산이 변하지도 아이들이 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 눈물을 털고 일어서자고 쉽게 말하지 마라 / 하늘도 알고 바다도 아는 슬픔이었다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 화인처럼 찍혀 평생 남아있을 아픔 / 죽어서도 가지고 갈 이별이었다 / 이제 사월은 내게 옛날의 사월이 아니다 / 이제 바다는 내게 지난날의 바다가 아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화인>을 부르고 있다.


올해는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지는 않았다. 대신 <뉴스타파>에서 보낸 특별한 선물을 받아 들었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옴니버스 다큐 '세 가지 안부'.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뉴스타파에서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다큐 '세 가지 안부'를 온라인에 공개한다는 소식을 접했다(관련 기사: 그날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 오마이스타). 소식을 접하고 유튜브에 접속해 영상을 보았다.


미디어(<그레이존>)와 부모(<흔적>)와 또래 친구(<드라이브97>)를 화자로 삼은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흔적>이었다. '엄마'라는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상 속에는 두 엄마가 등장했다. 두 엄마는 아이들의 죽음에 분노를 터트렸다. 한 엄마는 신에게, 한 엄마는 정부에. 각기 믿었던 대상으로부터 받은 '배신감'에 그들은 치를 떨었다.


참사에 대한 그 어떤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흐른 시간은 그들에게 평안을 안겨주지 못했다. 화인처럼 찍혀 여전히 아픔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에 묻고 또 물었다. 그날 왜 아이들은 죽어야만 했느냐고. 그 답을 얻지 못하는 한 그들에게 평안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흔적>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들의 유품을 담은 바구니를 비추는 카메라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호명하는 목소리로 끝난다. 마치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참사의 비극을 잊지 말라는 듯.


가만히 추모의 시간을 갖는다. '참사'를 단순한 '사고'로 치부하지 않고, 서둘러 잊히기를 재촉하지 않고, 추모하려는 그들의 마음을 내치지 않으면서. 유가족의 평안을 기원한다.


https://youtu.be/d54EYlLLgqM


https://youtu.be/Pmkvh4gpMnw


https://youtu.be/V0VdonBvdBU


https://omn.kr/2d30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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