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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다

by na지윤서

마침내 환란의 시기가 막을 내렸다. 49.42% 득표율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12.3 내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선 기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상승세에 불안해하는 내게 남편은 시종일관 딱 잘라 말했다. 이재명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자명한 일이라고. '비상계엄'을 대체할 수 있는 요소는 결코 없다고. 남편의 예언은 적중했다.


4일 자정 무렵 '당선 확실'을 언급하는 뉴스를 접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마' 하면서도 불안함을 감추기 어려웠던 지난 정권의 전쟁 위협 때문이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그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가장 불안케 했던 것은 대북 강경 정책이었다.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북한의 남침을 무기로 불안을 자극하기는 했지만 선제공격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선제공격을 입에 담았을 뿐 아니라 전쟁 의지를 표면에 드러내기를 서슴지 않았다.


설마, 하면서도 나날이 극우 채널에 심취해 가는 듯한 대통령을 보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혹함을 보고도 "전쟁을 해야 하면 하는 거지!"라는 막말을 일삼는 주변인도 있어 불안함은 더했다.


그래서였다. 12.3 내란에 종지부를 찍고 취임 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듣다 마음이 울컥했던 것은.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습니다."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시울마저 붉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대한 의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 번영의 미래를 설계하겠습니다.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는 낫습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입니다. 북한 GDP의 2배에 달하는 국방비, 세계 5위의 군사력, 여기에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부모가 되면 무서울 게 없다는데 나는 부모가 되고 무서운 게 많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전쟁이다.


그 어떤 명분도 전쟁을 미화할 수 없다. 전쟁은 지하세계에 있어야 할 지옥을 지상에 건설하는 일이다. 그러니 다시는 공포를 무기로 정권을 유지하려는 야욕을 가진 무리가 이 땅에 탄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기필코 그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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