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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킴 Oct 18. 2021

들쳐 메고 그려라

엄마가 된 화가 재미킴

어느 날부터인지 벽만 봐도 눈물이 흘렀다

작은 체구에 나는 두 살 터울의 아가들을 양쪽 어깨에 품고

커다랗고 텅 빈 캔버스를 바라보다 드러누워 벽 천장을 보며 울어버렸다


그 누구도 육아가 이렇게 힘든 일인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마치 그 비밀이 세어나가면 세상의 질서가 깨어지고 인류가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첫째가 태어나기 한 달 전 예술의 전당에서 젊은 작가들의 전시 공모에 당선이 되어 만삭의 몸을 끌고 망치와 못질을 하며 임신기 내내 그리던 그림들을 걸고 돌아왔다.

전시가 오픈되고 전시장을 가기 위해 가장 아끼는 임부복을 차려입고 일어나는 순간 맑고 따뜻한 뭔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어제 너무 무리한 탓일까? 양수가 터졌다. 예정일보다 한 달 정도 빠른 출산. 병원에 실려가는 내내 ‘전시는 어떡하지?’라는 철없는 걱정을 하기 바빴다


나의 2012년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며 나는 엄마가 된 화가로 첫아들과 함께 탄생했다

그 해부터 나는 아기를 들쳐 메고 그리는 화가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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