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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킴 Oct 19. 2021

인생 구겨져도 그림 아름답자

엄마가 된 화가 재미킴

2010년 만난 지 70일 정도 된 남자 사람과 결혼을 했다

.

당시 개인전을 앞두고 있고

그 시절 너무도 아픈 사연을 겪고 있었기에

수면부족과 긴장 불안한 마음으로

정신과 신체가 흩어져 정신줄이 헤롱 거리는 상태였다


그 남자사람을 처음 만난 날부터

그는 매일 우리 집 앞에 찾아왔다


남자는 나이도 나보다 어리고 한참 연애할  시기!

나는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삶을 갈망하던 시기!


사람 인연이란 게 뭔지

눈을 떠보니 하얀 드레스에 부케를 꼭 쥐고는

만난 지 70일 된 어떤 남자 사람과 결혼식을 하고 있더라


결혼 생활 후에도 어찌나 어색한지

헷갈려서 신혼집이 아닌 친정집으로 간 적도 있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던 말이 떠오른다

나의 이 막연하고 얼토당토 한 결정은

앞으로의 재미킴의 어드벤처 한 미세스재미킴의 인생길로

안내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화가 재미킴에서 새댁이 되었다


남자는 뭣도 모르고 “제가 평생 물감 값은 걱정 없이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몰상식한 말을 했다

속으로 난 ‘물감이 엄청 비싸 거든요’

겉으로는 “호 호 호”를 반복할 뿐…


나는 LOVE 블록을 그리는 화가이다

돌아보니 내가 13년 차 화가라니

아직도 그림을 그릴 때에는 무척이나 긴장되고

설레는데 10년을 넘게 하나의 직업을 갖게 되었네…

그래 봤자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지만 그래도 잘 버텨온 것 같다


난 결혼과 동시에 인생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뭐 좋게 이야기한다면 인생 주름졌다! 가 미화된 말이겠다


나의 세상은 점점 좁아지고 아이 둘의 똥기저귀를 갈아재끼면서 매일 늦는 남편을 기다리는 일도 지쳐버렸다


미련하게도 나는 두 아이 모두 완모를 했다

그땐 그렇게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첫아이 임신-수유 둘째 아이 임신-수유

그렇게 엄마가 된 나는 약 5년 동안 사람이 아닌

엄마라는 동물이었다.


그래도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은 너무 예뻤고

문제)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예쁠 때는?

정담) 잠잘 때!!

결혼과 출산과 육아…

그렇게 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시절


한편 나는 재미킴이다

라는 생각에 매일마다 전시 공모를 알아보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며 그림을 그렸다

나의 고단한 노력으로 전시는 이어졌다


외부적으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언제나 힘을 주고 다녔다

한편 나의 내면에서는 ‘수유 텀을 고려해라 어미야’라는

알람 소리와 함께 전시 미팅을 갈 때 유측기와 가제수건이 신용카드보다 더 중요하게 챙기곤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름지고 구겨져가는 인생이지만

그림만큼은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곳은 바로 나의 꿈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게를 그대로 표현했다면… 나 같은 성향의 아이는

진작에 포기하거나 죽었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정말 꽃 길만 걷는 줄

알았는데… 신발을 짝 자기로 신고 유축기를 챙겨

미팅에 나서는 그런 일 따위는 내게 올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아름답게 예쁘게 표현하고 싶었다


재미킴 작품 꽃이 별이되는 밤


러브 블록으로 둘러싸인 재미킴의 작품은

‘파울 클레의 레드 브리지’라는 작품을 오마쥬 하였다.

저곳은 꽃을 별로 만드는 공장 마을이다

꽃은 시들지만 별은 영원하다

시드는 꽃을 영원한 별로 만드는 마을

작품을 통해 사랑의 영원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인생 구겨져도 그림 아름답자

오늘도 달리는 화가엄마의 삶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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