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화가
유난히 이번 겨울은 길게 느껴진다
.
작년에 시골살이 선언을 한 뒤
정말 순식간에 결정을 내리고
나와 내 아이 둘은 강원도 산꼴 마을로 전학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골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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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겨울이 추운 곳이라
겨울방학을 하자마자 서울로 피난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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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의 시골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너무도 행복해 하기에
나는 그 결정에 대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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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크고 작은 일을 정리하고
시골로 들어가며
그동안의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긴 하루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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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의 가장 큰 역할과 책임은
'엄마'라는 존재임을 받아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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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가 올해로 열한 살이 되도록
나는 끝없는 '엄마'인간과 '나'라는 인간 사이에
충돌을 느끼며 살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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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아이가... 정확하게
막내가 6세 큰아이가 8세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엄마'인간의
무게를 더 두고 살아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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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나는 인생에 큰 벼락을 맞은 후부터
나라는 인간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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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아파왔고
우리 아이들도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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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나는 균형이 필요했다.
균형 없이 감정이 앞선 결정이 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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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을 살고 싶었다
누구의 나
누가 보는 내가 아닌
지금의 나
난 그게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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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시간이 필요했고
아이들에게는 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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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서로의 자리를 찾고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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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나의 모든 것을 내려둔 건 아니다
그 또한 내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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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된 화가이다
비록 한쪽에 치우치며 무엇을 희생할 수도 없는 상태는 여전하지만 지금은 내가 좀 더 양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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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심은 언젠간 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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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들과
뒹굴거리며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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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하는 겨울방학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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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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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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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게 살게
엄마는 너희가 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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