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때문에
그까짓 여자때문에
다시는 울지말자
다시는 울지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이렇게 푸른 하늘 아래 이렇게 붉은 동백나무 아래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을 그 남자.
뚝뚝 떨어지는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
10월은 노랗게 익어가는 밀감에서 눈을 뗄 수 없더니
11월은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는 동백꽃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 힐
10월에 시작하여 2,3월까지 시기를 달리하여 꽃을 피는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다고 하니
카멜리아 힐의 겨울은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
겨울에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꼭 가보면 좋은 곳이다.
아이들 없이 내가 가고 싶은 곳에 오니 발걸음이 가볍다~
입구에서 보이는 산방산까지도 가보고 싶은 이 마음~
물론 출구로 나올 땐 이놈의 체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산방산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멋 잔뜩 부린 하르방씨~
까만 선글라스 쓰셨으니
동백꽃을 제대로 볼 수는 없겠는걸 ㅋ
약도도 어쩜 이리 예쁜지
동백꽃만큼이나 일러스트들이 참 예쁜 카멜리아 힐.
연인들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셀카봉을 치켜올렸을 포토존.
우린 연인이 아닌 관계로 패스....-_-
연인들 사진 찍는데 방해될라 빠르게 패스....ㅜㅜ
카멜리아 힐은 사랑하는 연인이 걸으면 참 좋은 곳....ㅠㅠ
우리는 그냥 느리게... 천천히... 걷기만 하자.
동백숲길이 펼쳐진다.
멀리 보아도 예쁘고
가까이 보아도 예쁜 동백꽃.
숲길 따라 놓인 돌그릇 위 동백꽃도 어찌나 탐스러운지.
알록달록 옷을 입은 동백나무.
연인이 이 숲을 지나면 마지막 사랑으로 이루어진대...
남편씨 우린 이 숲은 지나지 않는 게 좋겠어ㅋㅋ
마지막 사랑이 아니길 바라는 부부와
마지막 사랑이길 바라는 연인??
겨울에도 이런 꽃을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거의 우리와 동선을 함께했던 여사님들.
조용한 동백숲을 동박새들처럼 재잘거림으로 가득 채워주셨던 ^^:
어머~ 너무 예쁘다. 얼른 서봐 얼른!!
어떻게 해줄까~ 손을 이렇게 할까?
어머~ 사진 너무 잘 나왔다~
아니야~ 옷이 사진빨 잘 받네~
야야야~ 인물이 한몫했네~
한참을 바라보니 나도 육지에 두고 온 그녀들이 생각난다.
보고 싶은 그녀들.
우리도 언젠가 저 동백나무 아래서 동백꽃보다 더 빨간 등산복에 선캡 쓰고 만나는 걸로~
예쁜 제주 전통 초가집.
그리고 더 예쁜 항아리들.
카멜리아 힐에서만큼은 바쁘지 말기.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너무 좋다.
두 달 뒤에 동백꽃 떨어질 때 다시 올게요.
멋쟁이 하르방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