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
새벽 비가 그쳤네
비 온 날은 아침에 눈이 떠지는 시간도 늦어지고
아이들 등교시간도 늦어지고
늦었다 늦었어
근데 혜정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뛰는 건 좀 이상해
왼쪽 팔 앞으로~
왼쪽 발 앞으로~
오늘 하루도 신나게 놀고 오렴
귤밭은 맑은 날 보아도... 흐린 날 보아도... 참 예쁘지만
난 비 오는 흐린 날 귤밭을 더 좋아한다.
귤 따는 바쁜 손길이 없어지고
청명하던 하늘빛이 없어지니
잿빛 하늘 아래 귤밭은 마치 노란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온 듯 반짝인다.
내가 이 정도 였다는 듯
이렇게 풍성했고 이렇게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는 듯
자기들만의 축제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 귤들이 바빠 보인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노란 귤은 더욱 빛나는 법.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귤이 작년만큼 달지도 않고
작년에 비해 너무 안 달렸다고 하는데도 내 눈엔 주렁주렁
열매 무게를 이기지 못해 땅까지 축 늘어진 가지를 보면
왠지 나라도 들어가 따줘야 할 것 같은.
물론 내 밭이 아니라 들어갈 수 없다는 ㅋㅋ
근데 넌 어쩌다 여기까지 올라온 거니
여름 내내 식용 달팽이만 보다가 이렇게 작은 달팽이를 보니 귀엽다 참.
내려갈 수 있나 더듬이 쭉 빼서 한번 확인해보고
반짝 빛나는 해를 피해 귤그늘로
슬금슬금 내려가기
매일 오가는 길에 있는 동백나무도
꽤 많이 꽃을 피웠다.
어제 새벽 비바람에 떨어진 꽃들.
카멜리아 힐에 많이 피어 있는 애기동백은 원산지가 일본.
꽃이 크고 화려하지만 꽃잎이 시들며 하나씩 떨어진다.
토종동백은 꽃이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동백기름에 머리 곱게 빗어 올린 여인 같은 단아한 느낌.
떨어질 때도 가지에 달려 있을 때 모습 그대로 꽃송이째 우아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마지막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데...
그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처연하다.
오늘 밤 비가 또 온다는데
내일 아침엔 또 얼마나 떨어져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