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중국 국경절 연휴... 9만 명 제주도 방문.
9만 명이면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_-
국경절도 아닌 평일날 동생이랑 성산일출봉 갔다가
뾰족구두 신고 올라가는 아줌마 따라 올라가고 피로연 드레스 입고 내려오는 아줌마 따라 내려오면서
우리가 중국 온 거 아니냐며
결혼 38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오신 엄마, 아빠 모시고 어딜 가야 제주도 같을까요
설마 중국분들이 관광버스 타고 와서 오름에 오르진 않으시겠지요
집에서 노는 게 더 좋다는... 남편 닮은 기환이는 삼촌이랑 놀라고 두고
오름 5개 오르는 미션을 통과해야 한라산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한... 나 닮은 혜정이만 데리고
가을엔 제주 억새를 봐야 한다며~ 가시리 따라비 오름으로 향한다
바람 엄청 분다.
덕분에 은빛 억새 물결이 출렁이며 장관이다.
셀카봉의 매력에 푹 빠지신 우리 아빠.
세상 참 좋아졌지요 ㅋㅋ
우리 어릴 때 삼각대 세워 타이머 맞추고 왔다 갔다 열심히 뛰시던 우리 아빠.
이젠 우아하게 손가락 하나로 가족사진 찍으시네.
데크계단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완만하게 아름다운 억새 능선이 펼쳐진다.
올라가는 내내
억새 꺾는 즐거움에 푹 빠진 혜정양.
정상에 올라 까치발 들고 망원경으로 제주를 내려다본다
드넓은 초록밭 위로 하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며 운치를 더하고 삼나무 방풍림이 길게 이어져
밭 위에 그림을 그린다.
어릴 때 우리 아빤 사진을 참 많이 찍어주셨다.
엄마는 차고 넘치는 앨범과 사진 박스가 다 짐처럼 느껴지셨는지 정리해서 좀 버리라고 하셨지만
난 수시로 그 앨범 속 사진들을 다 빼고 다시 정리해서 꽂아놓고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3살 때쯤 만리포 여름휴가 떠나서 그 뜨거운 모래밭에서 수두 때문에 고생했던 그때의 기억은
내 머릿속 기억일까 아니면 아빠가 찍어주신 모래밭 사진 한 장으로 떠올린 기억일까.
설사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라 해도 이 사진 한 장이 없었다면 떠올리지 못했겠지.
필름 사서 꽂고 찍고 인화하고 앨범에 정리하고 엄마한테 잔소리 들으신 우리 아빠 덕분에
난 꽤 소소한 어릴 적 추억들을 떠올리며 산다.
아빠의 수고에 비하면 난 너무 편하긴 하지만 이젠 내가 아빠 사진을 찍어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