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삶이었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보기엔 별 볼일 없는 삶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겐 너무나 소란스러운 삶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기억이 나던 가장 어린 시절부터 제 속은 언제나 시끄러웠습니다. 생각이 많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쓸모 있는 생각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에 대한 망상이거나 그 망상의 이미지가 괴로워서 잠재우려는 생각. 왜 이런 생각이 날까. 궁금해서 또 몰두하는 순환구조. 당연히 수업시간엔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살면서 어느 한순간이라도 현재에 집중했던 적이 있었을까요. 누군가와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엔 그곳에 있으면서도 없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상대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왜 저는 그렇게 느껴야 했을까요. 왜 저는, 저는 왜 항상 상대방의 초롱초롱한 눈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을까요. 모두 다 거짓인데 오직 나 혼자만이 이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신의 존재에 관심을 기울였을 때는 신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십니까. 왜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지내지 못하나요.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외로워야 하나요. 외롭습니다. 고독합니다. 저에겐 이런 감정을 나눌 누군가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처음 한 동안에는 너무나 신기했고 신에게 감사했습니다. 흘러가 버린 시간을 바라보며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던 자신을 책망했습니다. 있었습니다 제게도.
흔히들 말하는 소울메이트. 즉 영혼의 단짝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는 연기를 잘합니다. 그래서 항상 제 어두운 속을 숨기며 지낼 수 있습니다. 신에게 감사하게도 저에겐 탁월한 감이 있습니다.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주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적응력도 빠르고 상대방의 기분을 재빠르게 포착하기에 항상 관계는 원만하고 주위에 사람은 차고도 넘쳐서 흘러내릴 지경입니다. 모두들 저를 부러워합니다. 근데 최근에 만나게 된 그 사람은 달랐습니다. 저는 탁월한 감으로 느꼈습니다.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데도 너무나 외롭게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 남자를 볼 때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눈이 마주쳤습니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강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빠르게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빠르게 알아차렸습니다. 착각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남자와의 만남으로 또 다른 착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 어두운 속도 연기에 하나라는 것. 제 어둠은 진짜가 아니었습니다. 오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탁월한 감에 대한 자신감으로 살아왔고 어떤 일이든지 습득이 빨랐습니다. 모든 게 쉬웠습니다. 일도 인간관계도 사랑도. 때문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숨 쉬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나요. 그저 모든 것이 쉬웠기에 집중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남들과의 수준을 두고 홀로 고독이라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 천재성의 고독과 같은 감정을 얼추 느끼며 자위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니었습니다. 그 남자의 고독은 진짜였습니다. 그 남자는 저보다 더 불행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