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그을

by 기묭



나는 최근에 사기꾼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다. 어느 책 구절에서 주워들은 인간은 모두 영악한 영장류, 즉 사기꾼에 지나지 않다는 표현에 사로잡혀 최근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걸어가다 좋은 토양의 대지를 만나 그 위에 멈춰 서서 땅을 파고 깊게 들어가 좁은 구덩이 안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 서서 마주 보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인간은 사기꾼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꺼내기 일쑤였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반응을 얻게 될 때면 내 편이 늘었다는 느낌도 받게 되는데 거기서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 편.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그들이 주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 마음과 ‘인간은 사기꾼’ 이라는 문장이 왠지 연관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가령 옛 철학자들 문인들 다른 모든 예술가들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기업가들 부자들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해 자서전을 쏟아내는 자들. 이들 모두가 만약 자신이 진심(진심이란 게 있기는 할까)이라고, 자기는 진심이라고 자기 자신도 속인 채로 살고 있는 사기꾼이라면. 동물의 시대였다면 육체파가 득세했을 텐데 지금은 영악한 자들이 득세하는 시대가 아닐까. 영악하지만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론 연약한 자들이 마음 편히 살기 위해서 지식이라는 산을 높게 쌓아두고 울타리를 친 채 이 울타리 너머로 나아갈 수 있는 자만이 산을 오를 수 있다며 힘만 센 멍청이들, 주류를 이루게 되면 내가 마음 편히 살기 힘든 과격한 세상을 이뤄 낼 잠재적 위험인자들을 배제하면서 여기까지 온건 아닐까. 죽어서 지옥에 가기 싫다면 착하게 지내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결국엔 나도 인간이라는 것. 인간은 사기꾼이라면 내 말도 결국 사기라는 것. 그럼 지금까지 써내려 왔던 건? 난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 내 편에 가까운 자들은 오히려 책 좋아하는 문학소년들. 하지만 그렇다고 문학소년도 아니다. 난 그냥 그 어디에서도 내 자리를 찾을 수 없기에 새로운 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썼던 건가. 무엇이 진실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인간이 사기꾼이라고 얘기하는 나 또한 인간이니까. 그리고 진실이 존재할 수도 있다. 말했다시피 인간이 사기꾼이라고 얘기하는 나 또한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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