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구글에 각오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1. 해야 할 일이나 닥쳐올 일에 대하여 단단히 마음을 작정하는 것.
2. 도리를 깨쳐 아는 것.
평소 생활할 때는 다짐이나 결심과 같은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지 각오란 단어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이 들어 선뜻 내뱉기가 망설여진달까. 아니 사실 다짐이나 결심이란 단어들도 사용하기가 망설여진다. 내 다짐과 결심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는 건 지워진 목록이 하나도 없는 작년 버킷리스트 메모를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달랑 세 가지뿐이었는데!). 나는 입만 살아있다. 나도 온몸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 뜨겁게 살고 싶다며 동기부여 콘텐츠나 영화를 보고 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마음을 뜨겁게 데우더라도 자고 일어나 보면 마음은 어느새 차갑게 식어있기가 십상이다. 망상이다. ‘일주일에 책 두 권은 읽어야지’ ‘매일 그림 그려야지’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써야지’ ‘운동해야지’ 등등 주워 담지 못할 결심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뱉어 내다보면 어느 순간 다른 일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내가 이걸 열심히 한다고? 망상이지’ 그래 이건 망상이야. 언제쯤이면 망상을 뿌리치고 다짐과 결심 더 나아가 각오를 다져 현실을 감내하고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살아갈 수 있을까. 미약하지만 입을 틀어막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오늘 그림 10장 그려야지 하고 생각은 하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기. 10장을 다 채우고 나서야 나 오늘 10장 그렸다고 얘기하기.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데워나가자. 확 뜨거워졌다 금방 식어버리는 전기장판보다 조금은 느리지만 은은히 오래가는 온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