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놈이다. 정말 독한 놈이야. 식장 입구 한편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서너 무리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늘을 찾아 천막 안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서너 무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다고? 그 정도였었나. 육지로 대학을 가기 전엔 계속 한 동네에서 지냈기에 다른 학교에 다니더라도 주말이면 자주 만나 어울려 놀던 사이였다. 무뚝뚝한 편이었지만 장례식장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의 무뚝뚝함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사랑하는 아내의 장례식인데 말이다. 왠지 기분이 착잡해져 담배나 한 대 피우려고 일어났으나 더운 날씨에 짜증이 솟자 이내 담배 생각이 가셨다. 소나기가 내린다더니 기상청 새끼들은 믿을 게 못돼. 그렇게 그늘에서 한 시간을 앉아있다 식장 안 공기가 차분해지는 낌새를 느끼고 나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다. 아까 전에 밖에서 들었던 대화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자 잠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와줘서 고마워. 위로의 언사를 건네고 나는 자리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며 문득문득 창밖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울지 않을 거야. 기억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절단기에 손이 잘려 과다출혈로 돌아가셨을 때 이제 다시는 울지 않을 거라며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반 아이들의 시선에 차갑게 응답했던 일이 기억났다. 더듬어 보니 그 뒤로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넘어져도 다쳐도 싸워도 우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더욱 무뎌져 버린 걸까. 아내의 장례식장에서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는 이제 우는 법을 잊어버린 거냐.
밥을 다 먹고 일어나려는 찰나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따라 나갔다. 너무 빨리 달려서 쫓을 수가 없다. 헥헥 거리며 방향을 어림짐작해 뛰어가는데 순간 서린 한기가 이마를 스쳤다. 소나기다. 비가 내린다는 걸 인식했을 때 갑자기 한 움큼 소나기가 내렸다. 뜨거운 숨을 내뱉자 담배 연기처럼 하얀 안개가 주위에 서렸다. 저 멀리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안갯속에 일그러진 얼굴 하나가 바닥에 붙어있다. 눈물인지 비인지 무언가에 흠뻑 젖은 채 뜨거운 숨을 뱉어가며 가만히 바닥에 붙어 있었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붉힌 채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가 그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