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았던 것들이 이젠 괜찮지 않다. 아무래도 괜찮았던 아르바이트가 이젠 아무래도 괜찮지가 않다. 서글서글하고 상냥해 보였던 사장님의 얼굴은 이제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얼른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아가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상기가 되면 내게 시간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괜찮다 괜찮다. 좀 힘드네? 이거 아니면 다른 거 하면 돼. 노가다하면 돼. 하던 일이라 더 편할걸? 시간 너무 뺏기네? 내 시간이 없는데? 편의점을 하자. 조금 벌고 아껴 쓰면 되지. 구하기 힘드네? 주간에 자리가 없네? 야간 하면 되지. 했던 일인 걸?
피하고 도망치고 낮추고 낮추다 결국 새벽에 홀로 남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괜찮았다. 혼자 일하는 게 편했다. 혼자라도 괜찮았다. 아무래도 괜찮았던 것들은 내가 혼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젠 혼자인 게 아무래도 괜찮지가 않다. 혼자인 게 아무래도 괜찮지가 않아지면서 모든 게 변하고 있다. 괜찮다고 넘어갔던 것들이 걸려 넘어진다. 그리고 괜찮지 않았던 것들이 괜찮아 보인다. 그렇게 보일 뿐만 아니라 괜찮을 것 같다 아마도. 두려웠던 것들이 누그러진다. 괜찮아진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지 않았던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말 못 하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연다. 말을 꺼낼 때마다 말을 꺼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말을 하고 싶지 않다던 남자가 말이 하고 싶다.
달라진 건 '나'에서 '너'로. 모음 하난데 말이다.
'나'라는 글자의 모음을 뒤집으면 '너'가 되지요.
마치 손잡이가 안과 밖에 달린 하나의 문처럼 말입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어. 돌아가는 길에 나는 문고리를 봤어. 성당에 있는 사무실이야. 엄마가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때라 나는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있었어. '복사'라고 미사 때 신부님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이 있는데 마침 대타가 필요하던 때였어. 사람들은 나에게 부탁했고 나에게 집중했어. 나는 당황해서 사무실로 도망쳤어 그리고 문을 잠갔어. 사람들은 나오라고 했지만 나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귀를 막았어. 고개를 들었는데 이번엔 숙소야. 어딘가의 캠프인 것 같은데 나는 오고 싶지 않았어. 나는 어울리는 게 힘들어서 아픈 척을 하고 숙소로 들어왔어. 그리고 문을 닫았어. 잠그지는 않았어. 그리고 잠이 들었지. 눈을 떠보니 이번엔 화장실이네. 대학교 화장실. 개강총회 날 나는 총회 장소를 찾지 못했고 물어볼 용기도 없었어.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아서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어. 이번엔 문을 잠갔지.
나는 문을 닫고 방안에 있는 나를 봐. 문틈으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 나는 소심하게 혼잣말을 해. '잠그지는 않았는데.' 그때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그리고 손을 내밀어. 맞잡은 손의 온기가 따뜻해서
그래서 일기를 써. 잠이 오지 않아서.
너는 내가 미래를 보는 게 익숙하다고 했지. 그건 내가 과거의 살고 있어서 사실 볼 수 있는 게 도망칠 곳이 미래밖에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너는 과거를 보는 게 편하다고 했지.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네가 시간을 달려와 과거에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귀를 막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일으키는 장면을 나는 첫차를 기다리면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떠올렸는데 그래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따뜻하고 따뜻해서. 고맙고 고마워서. 그래서 일기를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