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촌의 조카였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선 말씀하셨다. 삼촌은 맞는 말만 한다고 아버지께선 말씀하셨다. 내가 조금 더 자랐을 때도 아버지께선 말씀하셨다. 삼촌은 맞는 말만 한다고 아버지께선 말씀하셨다. 맞는 말만 하고 다니니까 처맞고 다니는 거라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께선 말씀하셨다. 삼촌은 맞는 말만 한다. 아버지는 못된 사람이라고 삼촌이 내게 말해주었을 때부터 나는 삼촌이 맞는 말만 한다고 믿었다. 술집에서 싸움이 생겨 삼촌이 병원에 실려왔다. 왜 싸웠느냐는 물음에 삼촌은 기본이 안되어있다고 말했다. 요즘 새끼들은 애나 어른이나 기본이 안되어있다고 삼촌이 말했다. 삼촌은 아버지에게 맞서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나는 나중에 커서 삼촌을 위한 위인전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조금 더 자랐을 때보다도 조금 더 자랐다. 삼촌은 여전히 맞는 말만 했고 아버지는 여전히 못된 사람이었다. 나는 삼촌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맞는 말만 했다. 그렇게 맞는 말만 하고 다니다 처맞은 어느 날에 나는 삼촌의 말이 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아버지가 못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들어와 버린 생각은 쉽게 버려지지 않았다. 그 후 몇 번을 더 처맞고 난 뒤 나는 처맞지 않을 정도의 어느 선을 알게 되었고 처맞지 않을 정도로만 맞는 말을 했다. 나는 삼촌의 말이 틀렸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처맞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맞는 말만 하던 나는 주먹으로 맞는 것만이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삼촌의 말이 틀렸다고 확신을 하게 됐다. 사람은 때리지 않고도 때릴 수 있고 맞지 않고도 맞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무관심으로부터 배웠다. 나는 삼촌의 말이 틀렸다고 믿게 되었고 아버지가 못된 사람이 아니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삼촌의 조카에서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다.
나는 어느새 크게 자라 대학교에 들어갔고 1학년 겨울 방학에 군대에 들어갔다. 군대에 간다는 소식을 삼촌에게 전하던 때에 나는 삼촌이 병역거부를 하고 감옥살이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삼촌을 경멸했다. 나는 군복부 2년간 오롯이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전역날 새벽, 처맞아 죽어가면서 오롯이 아버지의 아들이었던 2년을 증오했다. 아버지는 못된 사람이었고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되어선 안되었다. 나는 삼촌의 조카였어야 했나? 어느 쪽이 맞을까. 나는 처맞는 것이 두려워 삼촌의 조카이기를 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처맞고 이제 죽는다. 아버지의 아들이어도 맞고 삼촌의 조카여도 맞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쪽이 맞을까.
나는 죽었고 아버지는 여전히 못됐고 삼촌은 여전히 맞는 말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