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by 기묭

왜 그만뒀어?

힘들어서


확실히 야간이라 힘들지?

그것도 그렇긴 한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부담?

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사장님이 말해준 건데


편의점은 담배 장사가 다라고

그래서 담배 장사를 정지당하면 손해가 엄청 크다고

본사에서 낸 통계로는 한 두 달 정지당해도 피해가 1년 가까이 간데

정지당한 기간 동안 손님들한테 이 매장은 담배를 안 판다는 인식이 생겨서

다시 판매를 시작해도 평소의 매출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어찌 됐든 절대로 정지당하면 안 된다고


미성년자한테 판 게 걸리면 정지당하는 거지?

응, 그래서 그냥 보기에 나보다 어려 보이면 다 검사하라더라


근데 뭐가 부담스러운 건데?

언제 정지당할지 몰라서


응?

난 검사를 안 하거든


왜?

못 물어보겠어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겠어


그냥 또래로 보이면 다 하면 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그냥 못 물어보겠어

말이 나오지 않아

그래서 어려 보이는 손님이 들어오면 마음속으로 빌어

담배만 사지 말라고


그냥 물어보기만 하면 되잖아

근데 그게 잘 안돼

그게 잘 안돼서

담배를 건넬 때마다 이런 상상을 해

언젠가 나한테서 담배를 사 갔던 고등학생이

경찰한테 걸려

어디서 샀냐길래

우리 편의점을 지목하고

한 두 달간 담배를 못 팔게 되는 거지

매출은 줄고

원래 적었던 매출 때문에 인건비를 아끼려고 야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근무를 하던 사장님은

가족 중에 한 명을 자기 대신 앉혀두고 다른 일을 구해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이 없다면 인력사무소에 나갈지도 모르지

일이 고되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져

짜증이 늘어가고 가정엔 불화가 싹 터

평온하던 가정에 균열이 생기고

가게도 가계도 무너져 내려

담배를 건네며 머뭇거리는 매 순간에 나는 그런 상상을 해

하루에 하루가 더해 갈수록 부담감은 늘어가고

나는 간신히 버티기만 하다가 집에 오곤 하는 거야


아.. 근데..


어차피 그냥.. 후.. 아니야

(웃음)


야, 너 또 헛소리 하는 거지

그냥 일하기 싫어서 그만두면서 또 소설 쓸라고

(웃음)


응, 사실 핑계임ㅋ


(핑계라는 게 핑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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