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내기

일기

by 기묭

깔끔하게 덜어내어 진 채 나와있는 것들이 부러워 나도 덜어내어 본다. 어렵다. 쌓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훨씬. 내겐 그렇다. 하나하나 덜어내려 할 때마다 아무렇게나 쌓아 올렸던 것들이 방해를 한다. 한없이 원망스럽다가도 쌓지 않으면 덜어낼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이르면 이내 용서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덜어내어 진 채 나와있는 것들이다. 가볍지만 무겁고 비어있는데도 가득한. 비어있기만 한 미숙함과는 다르다. 하나하나가 열개의 몫을 한다. 그래서 가볍지만 무겁고 비어있지만 가득하다. 애초에 쌓을 때부터 신경을 썼다려면 덜어내기가 힘들진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지만. 이 생각도 덜어내야겠다. 비우는 게 채우는 것이라는 알듯 말듯한 무언가를 바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