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by 기묭


소금물은 자기가 소금인 줄은 알고 물인 줄은 모른다. 설탕물도 자기가 설탕인 줄은 아는데 물인 줄은 모른다. 이름에 부여받고 몸에 부여받은 성처럼 그네들의 성벽은 견고하다.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에 매일, 매 시, 때, 순간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고정시켜야만 한다. 그네들의 Happy Holidays는 Merry Christmas라서 나는 반들반들한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다 심장에 박아야만 한다.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문질러 연기를 피워야만 한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날 때 입김을 후후- 하고 불면 업화의 불길이 치솟는데. 꺼지지 않는 이 업화의 불길이 그네들을 태워버리기를. 그네들은 뜨거운 업화의 불길에 고통에 소스라치게 몸부림을 치다가. 본인들이 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증발하거나 증발하는 순간 깨달아 자유로워지는데. 공기 중에서 서로 만나 그네들을 붙잡고 있던 믿음의 맨얼굴 - 잔여물들을 같이 바라보게 될 텐데. 그래, 그렇게라도 만나기를. 죽어야, 죽어서 겨우.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과 그래도 살아라는 마음으로 나는 겨우.

죽어.

아니, 살아.

아니,

죽어.

살기 위해서 죽고.

죽기 위해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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