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버스 운전기사 바로 뒷자리 거기에. 버스엔 사람이 많았고 나는 맨 앞자리와 그 뒷자리 사이에서 오른손으론 버스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론 휴대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꼽은 채 서있었다. 다음 정거장 알림이 나오자 그 여자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서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던 여자는 정거장이 가까워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을 비집고 문으로 향하던 여자는 실수로 누군가를 툭 치고 말았고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 목소리에 묻은 밝음은 유지한 채. 문에서 내릴 때까지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뭄에 단비처럼. 나는 뭐라도 주워 먹을 게 있나 남의 잔칫집을 기웃거리는 걸인처럼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고 내리는 순간, 내리고 난 후 총총걸음으로 달려가는 모습까지 좇아 눈에 담아 두었다. 가진걸 몽땅 잃어버린 하루였기에 더 소중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렇게 인상 깊었냐고 묻는다면 글로는 설명하기가 힘들다. 항상 그렇다. 전하고 싶은 것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전하기 싫은 것은 그렇게 제대로 전해지는데 말이다. 가능한 자신이 느낀 것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노력할 뿐. 그 노력에 대한 이야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런 마음을 길잡이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A를 나는 느낀다. 나는 A를 B에게 전하고 싶다. B는 내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겠다. 어떻게 하면 나의 전달 방식이 A로 이끄는 바른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으로 기틀을 마련해야 하겠다. 흔들릴 때의 기준점으로 삼으면 좋겠다. 형식에 사로잡힐 때, 타인의 기준에 휘둘릴 때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가뭄에 내리는 단비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사는 건 즐거운 일이라 되새기게 된다. 그러나 눈을 크게 뜨고 깨어있지 않는다면 억수 같은 비가 내려 몸이 홀딱 젖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