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구입했다. 광기도 객기도 아닌, 치기로 부수어버렸던 2018년의 카메라 너는, 너는 디지털카메라였기 때문이었다. 중고로 저렴한 가격에 자동필름카메라를 구입했다. 처음 끼운 필름은 아직 채우지 못해 우리는 너를 모른다. 사진이 모이면 언젠가 사진집을 내고 싶다. 필름카메라가 생겨 이제 휴대폰을 부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직 일을 그만두기까진 한 달가량의 시간이 남아서 섣부르게 부술 수는 없겠다. 그러면 너는 한 달 뒤 휴대폰을 부술 것이냐? 그럼, 좀 더 합리적인 방향이 있지 않겠는가. 중고로 팔 수도 있겠다. 나는 갤럭시 노트 9를 쓰고 있는데 떨어트린 적도 거의 없다시피 하니 중고로 괜찮은 가격에 팔아넘길 수 있지 않을까. 중고로 카메라를 사고 중고로 휴대폰을 판다. 좋은 거래이지 않은가. 그래서 너는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나는 준비운동을 한다고 대답하겠다.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디로? 지금과는 다른 세계로 간다. 다른 세계라기엔 언제나 겹쳐져 있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지. 걷어내기만 하면 되었을 것인데 쌓인 것이 무거워 쉽사리 들춰지지 않았을 뿐이다. 걷어내고 나면 나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가벼운 것이 어째서 그렇게 무거웠던 것일까. 그것의 차이는 과거엔 덮인 상태였고 현재는 걷어낸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이는 그것뿐이다. 덮여있고 덮여있지 않은 것. 가벼워지고 싶다면 그저 걷어내면 된다. 시간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잖이 남아있구나. 준비를 한다. 보낼 준비, 걷어낼 준비를 한다. 그게 준비를 해야 할 일이냐 묻는다면 글쎄, 나는 거리에 늘어진 저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느냐? 우리가 보기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다른 곳에서 다른 휴대폰을 들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러나 나는 안다. 그렇다 결국 모든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가. 이곳은 나의 세계이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는 물론이고 너도 그렇다.
존나 차가운 겨울이 담긴
그런 영상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