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아니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지만 인화해서 액자에 걸어두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로 스캔해서 인스타에 걸어둔다. 겉으로 보기엔 2G 폴더폰이지만 카톡 되고 유튜브 다 되는 스마트폰이다. 이동 중에 틈틈이 읽기 위해 외투 주머니에 책을 끼고 다니지만 ebook 리더기도 소장하고 있다. 구제 옷을 좋아하고 주로 사 입지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백화점에서 산 옷이다. 아날로그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나는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저 고지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전에는 주로 <양파>에 빗대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것에 빗대어 그렇게 표현했는데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예상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규정되고 싶지 않다. 당신의 편의를 위해 규정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게는. 나는 이런 음악도 좋아하고 저런 음악도 좋아한다. 이랑의 노래를 들을 때도 있지만 지코의 노래를 들을 때도 있다. 클래식이 듣고 싶은 날도 있고 국악이 듣고 싶은 날도 있는 것이다.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0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0이 아니면서 0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싫..지만 싫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나는 고지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젠 양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됐는데 표현은 얼마 전부터 읽고 있는 책에서 빌렸다.
"어서 와요."
"난 안 갈래."
"아저씬 너무 고지식해요."
"난 고지식하지 않아."
"그렇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자기가 고지식하지 않다고 전적으로 장담할 수는 없는 법이야.
장담하면 고지식한 사람이 되니까 말이다."
"그건 그래요."
<모스크바의 신사>에 나오는 대화를 옮겨 적었다. 책 속에 나오는 백작은 시대의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품위 있고 유연하게.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환경으로 처지가 바뀌어도 그렇다 아직까지는. 초반부를 읽고 있어서 장담할 수가 없지만 다 읽었다고 해서 장담해서는 안 되는데 아무튼. 고지식한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가둬둘 일도 아닌 것이다. 그냥 바라보면 되겠지. 그럼 왜 쓰느냐. 그냥 적는 것이다. 취미니까. 재밌어서 적는 것이지. 스스로 중요성을 키운다면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배웠고 그 말에 공감한다. 시작은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지 같이 하는 것이라고 들었고 나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