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

by 기묭


그날이 오면 너는 군중들에게 들려진 채 광장으로 끌려갈 것이다. 끌려가 광장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나무기둥에 매달려질 것이다. 머리가 밑으로 다리가 위로 가도록 거꾸로 매달려질 것이다. 목이 매이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될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너를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을 자세히 보라. 너는 뒤집어진 얼굴들이 낯설다가 차츰 눈에 익어간다. 군중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너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망연자실한 얼굴을 하다가 이내 아래에서 위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것이다. 보라, 그들은 너의 얼굴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부터 동년배까지. 노인은 없다, 너는 노인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너의 옛 얼굴들을 거꾸로 들여다봄으로써 처음 보는 얼굴을 보듯이 바라보게 된다. 너는 너의 얼굴들을 처음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껏 발버둥을 치다가 너는 체념한다. 울어라, 지금은 실컷 울어도 눈물의 맛을 볼 수가 없다. 지금을 기회로 삼아 실컷 울어라. 콧물도 흐르지 않아 추하기도 덜할 것이다. 실컷 울고 있자면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다. 실컷 울고 있는 너의 얼굴을 누군가가 손수건으로 닦아줄 것이다. 너는 감사한 마음에 인사를 건네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너는 누구인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없다. 그저 감사한 마음을 품을 수만 있도록 너는 허락되어 있다. 감히 너는, 주고받을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래. 어떻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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