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동안 볕이 들었던 살이 거뭇하다. 얼굴과 팔, 목이 검다. 내게 제주도는 검고 서울은 허연 것이다. 얼굴색을 보니 제주도에 내려갔다온 꼴이다. 거기다 일까지 하고 온 모양인데 선크림은 바르지 않은 것이다. 귀찮기 때문이다. 본가에 내려가면 그렇게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소연하고 싶지만 서울에서도 바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하니 나는 농담을 던지고 있는 모양이다. 말투가 왜 이모양인고 허니 백석 시인의 이야기를 다룬 김연수 작가의 <일곱 해의 마지막>을 막 읽은 터라 그런 것이렸다.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길게 끌면서 읽었다. 책이 읽히지 않는 요즘이라 길게 끌었던 것인데 제주도에 내려가면서까지 들고 가서는 끝내 다 읽지 못하고 가져온 것이 남는 후회다. 안 그래도 작은 원룸에 안 그래도 작은 책장은 이미 가득 찬 터라 다 읽고 두고 오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더딘 것이 요즘인 것이다.
이렇게 더딘데 글쎄 마음만은 급해서 이내 체해버리고 마는 꼴이다. 꼴좋다 꼴좋아. 잠깐 조롱하다 보면 한 나절은 울화가 치밀다 한 나절은 서럽다 하다 하다 못 이겨 잠이 들면 다음날은 또 속은 가셔서 다시 더디다 급하다 체하다 하는 것이 긴 호흡으로 보니 더딘 것이라 그래 묵묵하니 잘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것은 긍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가까이서 보니 엎치락 뒤치락 하여 잘 알아보기가 힘드니 멀리서 보아 그래 그것은 긍정이다. 그래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긍정하는 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