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그녀가 또, 내 곁을 떠났다
배움에 깊이를 더하려 시작했던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 오늘
그녀는 타국으로 떠났다
3년 과정의 마무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녀의 일정이 마무리되는 날에 맞추어 나도 떠나기로 했다
그때까지 2주,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되는 나를 우려하며 그녀는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려고도 하지 말고
하더라도 스스로를 괴롭히려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고
나는 느지막이 집에서 나와 카페에 앉아서 그녀의 말을 곱씹는다
곱씹는다
나는 길을 잃었다고 했고 그녀는 길을 잃었다는 것은 가야 할 길이 있다고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나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길이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정정했다
혼돈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혼자가 되었고 일자리도 잃었다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하루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이 사태에 잠시 절망하다 곱씹는다
곱씹는다
새로운 감각을 익히고 있다
생각해서 움직인다기보다
가만히 기다리다 떠오를 때를 낚아채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려면 잠깐 멈추고 바라보며 기다려야 하는데
이것이 참 낯선 감각이다
세간의 평가는 나를
차분하게 기다리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만
이 감각은 다른 감각이다
이것은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다른 차원의 기다림이다
나는 이때를 만끽하며
순간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나아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오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