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다 팩트

일기

by 기묭



지친다

돈은 벌고 싶은데 일은 하기 싫다. 몸짱이 되고 싶은데 운동은 하기 싫다. 도둑놈 아니다. 내가 도둑놈이면 내 친구들도 다 도둑들이다(아, 사실 우린 도둑들인 게 아닐까. 그럼 난 김수현인걸로).

하여튼. 요즘 좀 지쳐가고 있다. 팩트다.


카톡. 너 학교 어디라고?

***대학교.

카톡. 거기 사립 아니냐?

ㅇㅇ

카톡. 부모님 등골 뽑아다 학교에 심었더니 호수와 계단이 피어나는 게 어얼↗마나 멋있게요?

... 내가 벌어서 갚고 있으니까 아가리 해라.

카톡. 아.. 미안.. 힘내라..


그래도 1학년만 하고 자퇴해서 다행이다. 자퇴하고 다달이 날아오는 학자금 상납 문자와 남은 금액을 보면 다행이지 싶다. 졸업하면 도대체 얼마야 이게. 후회는 없다. 즐거웠고 좋은 추억이 많이 남았으니까. 반납예정일이 될 때마다 그 추억이 흐려지는 것 같지만 괜찮다 아직은.




노답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가만히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다 보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뇌리에 박히기 시작하는데


'뭔가 해야 하는데'

'그림 그릴까?'

'글도 써야 하는데'

'기타도 치고 싶다'

'오늘 운동하는 날인데'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이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문다. 쎄게 문다. 수저 탓은 하지 않지만 사회 탓은 한다. 그렇게 사회 탓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내 탓을 한다. 좋은 사회였어도 내가 노력했을까 자문하게 된다. 나와 환경 사이를 오가며 핑퐁을 한다. '탓' '탓' '탓'

승자도 패자도 없다. 사실 싸워 본 적이 없으니까. 이미지 트레이닝? 좋다. 그다음 진짜 실전에 나선다면 도움이 될 거다. 허나 침대에 누워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이 자식은 참.. 노답이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 칸에 '만화가'라고 적었을 때 난 훗날 성공해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멋쩍은 미소로 답하며 인터뷰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래 우리 집 김치통엔 국물이 없다. 내가 다 드링킹 했으니까.



팩트다

얼마 전 글 쓰기에 관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글 쓰는 방법을 책으로 배울 수 있느냐는 물음에 나왔던 얘기가 있다. '무언가를 하는 방법은 그걸 하는 거다'라고. 팩트다 싶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일을 하면 된다. 팩트다. 몸짱이 되고 싶으면 운동을 하면 된다. 팩트다. 난 그냥 게으른 놈인 거다. 팩트다. 아프다. 팩폭이다.

한 대 맞아 아픈 명치를 문지르며 고민해 본다. 그래 그냥 하면 되는데


시작하는 방법은 그만 말하고 이제 행동하는 것이다 - 월트 디즈니.

just do it - 나이키.


거대한 명성을 빌어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얘기한다. 그냥 하라고. 하지만 행동이 전부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필요하다. 무조건 행동하는 것 또한 강박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해봐, 해보고 아님 말고'라고 해본다. 악센트는 그냥 해봐에 두고 하되 아니면 아닌 거다. 물론 맞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다른 요인을 착각한 것일 수도 있고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그냥 해보는 거다. 해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것보단 해보고 판단하는 게 조금 더 오류 가능성이 낮을 테니까.

일단 해보자.





전에도 비슷한 내용을 썼던 것 같은데('각오'참조) 나 여전히 제자리인가 싶다. 그냥 가라고 좀. 떠벌리지 말고 글로 남기지 말고 그냥 가라. 가야 돼서 글은 이만 줄여야겠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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