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사랑채에 기거하고 있었다
나는 손님을 만나기 위해 사랑채로 갔다
내가 사랑채에 당도했을 때 손님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나는 손님을 찾아다녔다
소식은 곳곳에서 들려왔다
손님은 저곳에도 있었고 그곳에도 있었다
손님은 이곳에만 없었다
손님을 만났다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그 생각은 착각이었다
손님을 만졌다 느낀 적도 있었으나
그 감각은 착각이었다
손님은 언제나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천 번의 희망을 품고 천 번의 절망을 낳았다
손님은 언제나 다른 곳에 있었고
손님을 만나기 위해선 그곳으로 가야 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야 했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선 심장이 뛰어야 했다
심장이 뛰는 동안에 나는
살아있어야만 했다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에
더는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더는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는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더는 움직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더는 심장이 뛸 필요가 없었다
더는 심장이 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에
나는 손님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삶이다
손님은 대답했고
나는 수긍했다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