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

나도 알아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by 기묭

뭐가 많다. 많다는 것은 좋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좋은 게 많으면 좋은 것이지만 많은 게 많기만 하다고 다 좋은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이 절절한 경험을 수반한 뒤에야만 뱉어낼 수 있는 말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안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많다, 좋다, 안다에 관하여 고민이 많은 것은 요즘이다. 그러나 얼마간을 주기로 고민이 반복되는 것을 짚어보자면 요즘이라는 단어가 과연 적절한지 고민이 드는 것 또한 요즘이다. 그렇다면 요즘에 대한 고민이 드는 것이 진정 요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고리즘. 사실은 이 반복되는 구조 자체가 나의 알고리즘이 아닐까.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냐는 친구의 물음엔 그저 '별 일 아니야, 그냥 내 알고리즘이야.'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 절절한 경험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앞으로 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인 것인가 하고 나는 고민하고 반문했지만 해답은 얻지 못했다. 어떤 친구 녀석은 그것이 말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그건 입 밖으로 꺼내어서 말했기 때문이라고. 입 밖으로 꺼내어진 말은 대개 힘을 얻는 법인데 그 힘이라는 것은 좋게 작용하기도 하고 나쁘게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엔 대체적으로 나쁘게 작용하는 듯하니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나는 친구에게 물었고 친구는 나에게 대답했다.

'머릿속에 있는 말은 하지 말아라. 혀 끝에 걸려있는 말만 해라.'

'그런 사람들이 있느냐.'

나는 친구에게 물었고 친구는 나에게 대답했다.

'대부분 그렇게 산다.'

'과장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다. 문득 나는 얼마 없는 친구를 한 명 더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나는 볼 일이 생겼다고 어수선을 떨며 부랴부랴 자리를 벗어나는 수 말고는 다른 수를 생각해 내지 못했기에 결국 자리를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걸어 돌아가며 나는 생각을 했다. 자리를 벗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의 말(아마 혀 끝에 걸려 있는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상관은 없지만)을 환기시켜 주는 역할로서 곁에 있어 주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타인은 자신의 거울이라고들 하는데 친구라면 더더욱 그래 주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 따위를 하며 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집으로 걸어 돌아가던 와중에 나는 한 무리의 사내 녀석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내 녀석들을 지나치는 와중에 무리 중의 한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에 나는 알아차렸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적은 것은 좋은 것인가. 나는 친구가 적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내가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그 친구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친구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너무 고민하지 마라.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이 말은 혀 끝에 걸려있는 말 같았다. 그건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계속해서 집으로 걸어 돌아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다 나는 문득 멈춰 선 채 생각했다.

'모르겠다.'

그리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해보았다.

"모르겠다."

내가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모르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안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조금밖에 안심이 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알고리즘의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어쩔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나는 조금 더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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