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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16. 2018

지역이날개를 펴도록
‘판’을 깔아주다

대기업과 중소 하청업체 중심으로 형성된 제조업 도시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인 선보엔젤파트너스와 인탑스는 대기업 납품 중심의 기업 운영에서 벗어나 수평적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사와 함께 커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들이 건강한 지역혁신생태계의 일원으로 커나가도록 각 지역 혁신센터가 파트너십으로 함께하고 있다. 문화유산이 있는 도시에도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과 함께한다.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는 액셀러레이터 크립톤이 스타트업 세간과 함께 지역의 고유성을 살리는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지역을 지역답게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지역에서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꿈꿔보자.



지역의 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다

선보엔젤파트너스



지역 네트워크를 조성해 지역 산업의 부흥 돌파구를 찾다

부산을 대표하는 조선 기자재 제조 중견기업인 선보공업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신사업 등에 투자를 했다가 실패를 맛보았다. 지역의 중견기업이 대기업처럼 별도로 팀을 꾸려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선보공업은 외부에서 해결방안을 찾아보기로 하고 창업주의 아들이자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던 최영찬 공동대표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선보엔젤파트너스 설립을 추진했다. 지역의 산업, 제조 기반의 중견기업,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이 세가지를 연결해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침체한 지역 산업의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당시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조광페인트·태광·오토닉스 등 부산과 울산의 다른 중소·중견기업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남권 중소·중견기업 간의 네트워크를 조성했다.


선보엔젤파트너스 오종훈 대표는 “그동안 국내 정보통신 분야 벤처기업의 상당수가 수도권과 대전 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지역의 중소·중견기업들과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 발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역을 발전시킬 힘을 가진 중소·중견기업들이 지역 네트워크를 만들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연 매출 2,000억 원 규모 중소·중견기업들이 산업은행과 함께 약 42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먼트(이하 ‘라이트하우스’)를 설립한 것이다. 오 대표는 “선보엔젤파트너스가 시드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면 라이트하우는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며 “현재 약 3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 및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보엔젤파트너스가

시드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면 라이트하우는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오종훈, 선보엔젤파트너스 공동대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길을 열어주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아직 창업 전인 예비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위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인 연구실(팀)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그 이유는 연구실에서 보유한 신기술을 투자하려는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에 맞게 변형 및 발전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연구실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면밀하게 함께 준비해 투자로 런칭하는 과정을 보육하고 있고, 보육 이후에는 체계적으로 펀드나 투자자를 연결하고 기업을 설립하는 등의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선보엔젤파트너스는 울산의 UNIST, 광주의 GIST, 서울, 싱가포르 등에 거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발굴과 보육에 힘쓰고 있다. 특히 울산 UNIST나 광주 GIST에는 직원이 상주해 실제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신기술을 탐색, 기업과 연결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진행한다. 또한 울산혁신센터와 함께 ‘SKC Startup Plus’와 ‘현대중공업 기술공모전’ 등을 함께 진행하며 신소재 분야 스타트업 육성 및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현대공업과 스타트업 CEM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공업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시트나 팔걸이를 만드는 상장회사이다. CEM은 연구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시트에 들어가는 새로운 방식의 열선을 개발했다. 기존 구리소재의 열선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낮은 소재를 개발한 것. 사실 이 팀의 경우 독일의 유명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납품 테스트를 진행해 기술을 인정받았지만, 시트를 직접 제작할 수 없어 1차벤더를 통해 납품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선보엔젤파트너스는 1차벤더 업체인 현대공업과 연결했고 현대공업이 도면이나 스펙, 성능을 공유해 솔루션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는 CEM이라는 기업명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투자와 R&D 지원을 했고, 현대공업이 후속적으로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오 대표는 “이번 투자 및 지원을 통해 현대공업은 그동안 내수시장에서만 머물렀던 것에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고, CEM은 자동차 열선에서 비데 열선, 농업용이나 가구용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까지 탐색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이처럼 지역의 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시킨 사례가 30여 건에 달하고, 투자가 이뤄진 스타트업 모두 원활하게 단계별로 성장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제·중견기업·스타트업, ‘세 마리 토끼’를 살리다

최근 선보엔젤파트너스의 사례에 주목하는 지역들이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중견기업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탐색할 기회가 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 투자와 함께 수십 년의 경영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 수출 네트워크를 가진 파트너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조성된 펀드는 중소·중견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되고 있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안정적으로 투자금을 받게 되어 마음껏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특히 이 둘의 연결이 잘 이뤄지면 자연적으로 지역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으니 결국 세 마리 토끼가 모두 살길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보엔젤파트너스는 동남권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해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라도, 충청도 등 서남권을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해 우리나라 전 지역의 산업과 경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에

힘을 불어넣다

인탑스



경북혁신센터와 스타트업 발굴 위한 업무협약을 맺다

경북지역에 주력 제조기반을 두고 있는 인탑스는 삼성전자 휴대폰 1차 협력사로, 주로 휴대폰이나 자동차용 램프, 플라스틱 사출, 후가공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현재 인탑스는 경북혁신센터와 지역의 혁신형 창업기업을 발굴 및 공동 육성하는 파트너 기업으로 참여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하드웨어 분야의 창업기업을 공동 육성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운영하게 됐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내부자원을 공개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업 외부에서 끌어오는 방법이다.


즉, 경북혁신센터가 창업기업을 발굴ㆍ육성하면 인탑스가 자사의 제조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기업의 기술개발과 제조 양산을 돕는 체제로 운영된다. 창업기업은 인탑스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협업을 할 수 있고 인탑스는 성공가능성이 있는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2015년부터 하드웨어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힘써오다

인탑스는 이번 경북혁신센터와의 업무협약과 일맥상통한 투자 및 지원사업을 이미 2015년부터 진행해왔다.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을 투자 및 지원하는 ‘페이퍼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것. 즉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아이디어가 상용화될 수 있도록 초기 자금 투자, 제조 노하우, 제품 생산 기술, 디자인, 마케팅 등 다섯 가지 핵심 분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탑스 조광현 부장은 “스타트업은 인탑스의 지원을 받아 제품화를 하고, 인탑스는 스타트업 제품의 제조를 맡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결국 인탑스와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통해 상호 공동의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페이퍼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분야로 스타트업 발굴 확장

지난 5월 인탑스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기 위해 신기술사업금융 분야에 진출했다. 그동안 주로 하드웨어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해왔던 것에서 플랫폼, 블록체인, 인공지능(AI), 인더스트리 4.0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장해 투자를 전보다 강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해 100억 원을 출자해 ‘인탑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이다.


조 부장은 “기존 ‘페이퍼 프로그램’의 취지와 누적된 경험을 투자회사인 인탑스인베스트먼트에도 그대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특히 투자와 제조는 인탑스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영역은 부족한만큼 가능성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M&A를 통해 신생 기업들과 상생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혁신센터와 인탑스의 업무협약 모습



다양한 주체와 함께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투자가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세간의 ‘자온길 프로젝트’


2000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한 크립톤(구, 케이파트너스 앤 글로벌)은 지역의 작은 스타트업들을 찾아다니면서 투자처를 발굴한다. 부여 규암마을의 ‘자온길 프로젝트’는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14년째 전통공예 아트샵을 운영하고 있는 예술그룹 세간의 박경아 대표와 크립톤이 뜻을 모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자인 크립톤이 빈집을 사들여 공간과 자리를 마련하면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박경아 대표가 작가들의 작품을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도록 콘텐츠화하는 데 역할을 한다.


‘자온길 프로젝트’는 지역문화유산 기반의 전통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에 뜻을 모은 크립톤과 세간이 지역의 적절한 장소를 찾던 중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를 찾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부여는 연간 관광객이 50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지만 규암마을은 상권이 이동하면서 쇠락해진 곳이었다. 이 곳에서 마을의 빈집을 투자를 통해 매입하고, 지역문화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작가를 입주하게 해 지역문화가 담겨있는 개성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작가 작품을 찾는 관광객이 오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객을 위한 F&B사업, 서점 등으로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규암마을 유휴공간을 활용해 자온길을 형성한 모습


규암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자온길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액셀러레이션을 하게 된 크립톤 양경준 대표가 말하는 부여 투자 원칙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가장 부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부여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낼 수 있는 것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 정림사지석탑 등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를 활용한 지역문화유산 기반의 콘텐츠 타운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두 번째는 ‘생태계 조성자가 되자’는 것이다. 아무리 크립톤이 투자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암마을의 빈집을 전부 매입하지는 않았다. 프로젝트가 기반을 다지기 위해 꼭 필요한 지점의 빈집 위주로 매입을 진행하고, 중간의 빈집은 남겨두었다. 크립톤과 세간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들어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여지를 남겨두는것이다.


이는 세 번째 원칙과도 이어지는데, 세 번째는 ‘여백을 남겨둔다’는 것이다. 제3의, 제4의 주체가 나타날 수 있도록 크립톤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규암마을의 자온길 프로젝트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2년 6개월 동안 약 4천 평의 부지, 16개의 공간을 매입했고, 현재 서점, 공예공방, 염색공방, 퀼트 공방 등을 오픈했으며, 소곡주 전문점인 수월옥과 카페 오픈을 앞두고 있다. 매입한 공간들은 양조장, 극장, 백년한옥, 짓다가 부도가 난 빌라, 담배가게, 5일장 한가운데 위치했던 주막집, 요정 등 꽤 다양한 모양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경아 대표는 “오랫동안 버려지다시피 한 공간들의 외관이 변하고 자온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구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던 이곳에 젊은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했다”며 “자온길 프로젝트를 통해 부여는 문화 콘텐츠 타운을 얻게 되었을 뿐 아니라 관광객 증가는 물론 새로운 인구 유입, 청년 창업,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실 | 사진 강태규, 인탑스, 세간


*본 게시글은 2018년 J-CONNECT 가을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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