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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Feb 14. 2019

지역을 담아내는 디자인 호스텔

순천 바구니 호스텔

지난 2015년 국내에도 디자인 호스텔 ‘바구니 호스텔’이 순천에 문을 열었다. 지금은 순천의 랜드마크이자 대표적인 지역혁신 사례로 손꼽히는 바구니 호스텔과 더불어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의 디자인 호스텔은 여행객들에게 어떤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 각 지역의 문화와 특징을 담은 디자인 요소와 서비스에 대해 알아보겠다.



호스텔이란?


국내에서 호스텔이 가진 이미지는 기숙사에 가깝습니다. 방 안에 가득찬 이층침대, 공용 부엌과 화장실이 떠오르지요. 호스텔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박 시설로, 문화·정보 교류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동 침실에서 여러명이 투숙하고 주방과 샤워실을 공유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중간 정도 되는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따라서는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을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여행과 스테이의 관계


호텔과 콘도, 모텔 정도가 숙박 시설의 전부였던 국내에 차츰 다양한 규모와 개성의 스테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의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여행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지원 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맞물려 기차나 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두 번째로 개별적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체험하기 원하는 개별 여행 관광객이 증가했습니다. 이들은 홀로 여행하기를 선호하며 여행지에서 다른 여행객을 만나 동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체험 중심 관광을 지향하는 트라이투어슈머trytoursumer족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경험과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공유하고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형태의 여행객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호스텔이 흔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형태의 숙박 시설로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제주도의 올레길이나 지방의 ‘내일로 기차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여행객들에게 게스트하우스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조금 외롭고, 호텔은 조금 과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묵고 싶지는 않지요. ‘고된 여행의 끝에 취하는 휴식이 기분 좋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이런 니즈를 관통하는 디자인 호스텔이 지난 2015년, 순천에 문을 열었습니다.



리셉션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밝은 색의 철제 바구니들과 마주한다.


세심한 감동을 가득 담은
순천 바구니 호스텔


순천은 전라남도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과는 다른 곳이니 헷갈리면 안 됩니다. 낙안읍성, 송광사, 선암사 등이 관광산업에 일조하고 있으며, 특히 순천만 갈대밭이 사진작가들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대표 관광지가 되어 생태도시, 정원도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KTX가 개통되면서 서울과의 거리가 2시간 30분으로 축소되어 접근성이 높아졌고, 호남지방과 영남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결절부에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내일로 기차 여행객의 성지’라고도 불립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일장인 아랫장이 순천에서 열리는데, 바구니 호스텔은 바로 이 장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은 ‘담다, 드리다, 함께 쓰다’의 의미를 가진 바구니를 모티브로 호스텔 불모지인 국내,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 새로운 스테이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건축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브랜딩을 위해 국내 각 분야의 실력파들과 손잡은 부분이 인상적인데, 건축은 지랩, 침대는 카레클린트, 조명은 라이마스, 철제 가구 및 소품은 레어로우, 투숙객 소품은 쿨 이너프 스튜디오와 협업했습니다.

동천이 내려다보이는 조곡동에 위치한 바구니 호스텔은 건물 외관에서부터 직조한 바구니의 형태를 닮았습니다. 지붕은 주변 산의 형태를 반영하였고, 객실 뷰에 따라 가격대를 달리하는 대신 모든 객실에서 동천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세심함이 돋보입니다.

어떤 방을 배정받더라도 뷰에 있어서는 아쉬울 부분이 없는 셈입니다. 원한다면 층마다 있는 테라스에서 언제든지 야외 경관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리셉션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는 밝은 색의 철제 바구니들과 마주합니다.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제작한 바구니인데, 체크인과 동시에 이 바구니에 베딩, 수건, 여행 책자 등의 어메니티를 담아서 줍니다. 침대에 바구니를 걸쳐 놓으면 투숙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침대 역시 폭 담긴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과 제작에 신경 썼고, 청결과 편리함을 위해 침구마저도 따로 제작할 정도이니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들의 경험에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구니 호스텔의 아이덴티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무채색톤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란색을 키 컬러로 활용했는데, 인테리어 소품부터 사이니지 등 구석구석에서 노란색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호스텔만의 향도 제작하여 후각적 경험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무채색 톤의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란색을 키 컬러로 활용했다.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는 코인 서비스이다.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는 이 서비스는 체크인 시 복주머니에 담긴 다섯 개의 노란 코인을 받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한 개의 코인은 천 원의 가치를 하는데, 호스텔에서 지정 해놓은 서비스를 코인으로 교환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친구나 숙소에서 만난 다른 여행객에게 양도도 가능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1층의 바스터즈 카페 앤 펍은 투숙객뿐 아니라 순천 시민들에게도 오픈되어 현지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곤 합니다. 이곳에서 순천의 로컬 브랜드들을 위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직접 제작한 여행 지도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 지도는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검증된 정보를 담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의 순천 여행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바구니 호스텔은 단순히 숙박 시설에서 그치지않고, 속한 지역의 관광안내소와도 같은 역할을 하며 지역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호스텔과 매우 가까운 곳에 50년이 넘은 양곡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청춘창고'라는 청년 창업공간도 생겼다고 하니 디자인 호스텔로 접근한 스테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호스텔에서 직접 제작한 여행지도
바구니 호스텔의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인 코인 서비스 안내문



* 본 게시글은 2018년 J-CONNECT 겨울호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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