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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pr 29. 2019

제주의 농업 스타트업이
혁신을 만드는 방식

글 오성훈 (당신의 과수원 대표)



농업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합니다. 이전에도 농업으로 혁신을 이룬 많은 농부와 농장이 존재했죠. 하지만 고품질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 농장을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농업 스타트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회사 형태’를 갖추고 혁신을 지향하는 농업 회사를 말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과수원이 제공하는 ‘과수원 공유’와 ‘과일나무 멤버십 서비스’도 기존의 농가에서 진행하던 ‘과일나무 분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만약 제가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귤나무 분양’을 했다면 그건 직거래 농가나 계약재배 형태로 농사를 짓는 유형 중 하나에 그쳤을 것입니다.


귤나무를 셰어하는 맴버십 회원의 소원이 적힌 팻말.            '서이와 꼬미의 귤나무'

예를 들어 그냥 시골의 한 집에서 빈방을 공유한다면 그건 ‘민박’입니다. 하지만 빈방을 내놓는 호스트들의 집을 연결하고, 고객을 모집해서 플랫폼에 녹이고, 여기에 ‘현지인과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의미를 담으면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대표적인 로벌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가 되는 것입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하면서 저는 주간에는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당신의과수원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혼자 할 때도 있고, 센터 구성원에게 도움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데모데이나 지원 사업에 참여해 당신의과수원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다시 그 모델을 다듬는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혁신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겪는 불편이나 새롭게 부여하고 싶은 가치가 지속적으로 눈에 보여야 농업 스타트업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차를 타고 가다가 폐원되는 과수원이나 관리가 안 된 과수원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과수원을 도시인과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과정이 농부에서 농업 스타트업 대표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농업 스타트업이 혁신을 말할 때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몇 가지 예를 들자면 1) 어떻게 상품성 또는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개발) 2) 어떻게 판로를 개척할 것인가(유통) 3) 어떻게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것인가(콘텐츠 또는 커뮤니티) 등이 있겠지요. 여기에 혁신을 입혀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 유통 기반 스타트업, 콘텐츠 기반 스타트업 등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육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보면 록야는 종자 기술, 엔씽은 농업과 IoT Internet of Things, 여러 사물에 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 를 결합한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이라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고, 만나박스는 소가족 시대를 겨냥한 꾸러미 형태의 농산물 유통 기반 스타트업, 농사펀드는 농가와 고객을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이어주는 스토리(콘텐츠) 기반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농업 스타트업은 기술, 유통, 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확장하고 있습니다.


제주는 도시인이 로망하는 섬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술 기반 스타트업보다는 스토리 기반 스타트업이 주목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의 특성을 잘 활용한 우수 농업 혁신 사례라고 한다면 무릉외갓집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릉리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기업인 무릉외갓집은 도시의 소비자와 농민을 직접 연결하는 공동체 지원 농업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라는 의미 있는 모델에 브랜드 기획, 상품 구성, 스토리텔링, 홍보 등 다방면에서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무릉외갓집이 자리를 잡는 데 크게 기여한 홍창욱 실장은 최근에 제주에 이주한 동남아 이주여성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그들이 재배한 채소를 고객에게 연결하는 공심채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이 또한 제주의 특성에 매우 잘 맞고, 스토리텔링이 탁월한 제주형 농업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주의 환경이 주는 감정을 담은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 환경을 개선하려는 농업 기술 스타트업 혼디모아는 기술 진보에 열 걸음 진보가 아닌, 작은 한 걸음에 집중하는 회사입니다. 혼자 방제하는 농부를 위한 농약통 기울임 기술, 감귤을 수확하는 노인들의  수고를 줄여주는 자동 컨테이너 등 육지의 속도와는 다르게 반 박자 앞서는 적정 기술이지요.   


제주 농가와 농업 스타트업은 이런 감성에 기반한 도시인의 심리를 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과 주머니를 열게 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라고 하죠. 이런 면에서 제주도의 농업 스타트업의 혁신에서 농산물이나 가공품의 품질은 신뢰를 위한 기본 조건이고, 감성을 입히는 브랜딩과 스토리텔링은 도시인의 사랑을 받기 위한 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성훈 2017년 도시인을 위한 귤나무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신의과수원’을 창업했다. 전 세계 과수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당신의과수원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yourorchard




* J-CONNET 2019년 봄호(vol.9)를 온라인에 맞춰 수정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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