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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May 26. 2019

[어니스트 밀크] 진행형인 또 다른 혁신들

그 목장의 딸들 

이제는 농업 혁신을 한층 확대해 보다 확장된 영역에서 볼 차례다. 농업과 더불어 오름세를 보이는 수산업과 축산업의 혁신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어니스트 밀크, 채빛나 채별나 채소라


채빛나, 채별나, 채소라 자매의 부모님은 육지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지기다. 이들 세 자매는 평생을 새벽에일어나 소젖을 짜고, 소 떼를 몰며, 축사를 관리하는 부모님을 따라 2017년 성산읍 푸른 초지에 ‘제주한아름목장’을 열었다. 그리고 차로 10여 분 남짓한 곳에 우유 카페 ‘어니스트 밀크’를 동시에 오픈했다. 


어니스트 밀크에서 판매중인 각종 요거트 음료

“아빠의 오랜 꿈이기도 한데, 비로소 제주에서 온 가족이 함께 이룬 셈이죠. 아주 오래전에 뉴질랜드 목장의 방목 시스템을 눈여겨본 아빠가 소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고, 그 염원이 저의 일이 되었어요.” 가게 오픈 당시에는 채빛나·채별나 자매가 함께 목장과 카페 운영에 뛰어들었고, 지난해부터 합류한 막내 채소라 덕분에 채별나 대표는 목장을, 다른 자매들은 카페를 맡고 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채별나 대표는 직장에 다녔다. 어깨너머로 보고 들은 목장 일 덕인지, 요구르트 같은 유가공품 아이디어를 그리곤 했다. 아이디어를 실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퇴사와 목장 생활이 이어졌다.


 연고는커녕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채로, 제주 서쪽에 있는 금악리의 한 축사에서 목장지기가 되었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이었어요. 갓 시작하는 단계였으니까 아담하고 허름한 목장을 인수해서 제대로 부딪혀보자는 생각이었죠. 금악 목장에 우유 짜는 기계가 있었는데, 그게 정말 오래된 기종이었어요. 엄마조차 20~30년 전에 목장에서 쓰던 건데, 이게 아직도 있느냐고 할 정도였어요. 그 기계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우유를 짜고, 소를 돌봤죠. 그때 이름 붙인 소들이 성산 목장으로 와서 새끼도 낳았고요.” 


1년이 지나 채별나 대표는 육지의 큰언니에게 도움을 청했고, 자매는 공동 대표가 되었다. 목장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궁리한 아이템은 요구르트로, 시작할 당시만 해도 판매용이라기보다는 이웃에 나눠주는 답례품(!)이었다. “용기니 라벨이니 일절 없었어요. 유리병에 요구르트를 담아서 나눠주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찾아왔어요. SNS를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서 아예 용기를 가져오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어요. 불편해할까 봐 걱정했지만,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어요.” 


자매가 만든 요구르트는 한아름목장에서 난 우유에 어떤 유산균이 가장 잘 맞는지를 테스트하는 실험실이기도 하다. 신맛은 덜하면서 지나치게 끈적이지 않는 맛을 찾아낸 어니스트 밀크의 요구르트는 맛본 사람들 덕분에 의도치 않게 SNS와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끌었고, 제품으로 출시한 초반에는 도내보다 육지에서의 주문량이 많았다. 요구르트에는 블루베리 등 새콤달콤한 아열대 과일을 믹스해서 한층 다양한 종류를 선보이고 있고, 아이스크림 역시 시그너처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요구르트를 사 먹은 손님들이 주변에 소개하기도 하고, 일단 재구매율이 높아요. 저희 제품의 가치를 다른 누구도 아닌 소비자가 인정해주는 것이잖아요.” 세 자매가 함께하면서 이들의 업무는 훨씬 공고히 분업화되었다. 채빛나, 채소라 대표는 메뉴 개발을 비롯한 카페 운영의 전반적인 일을, 채별나 대표는 목장 운영에 전념한다.


평소 엉뚱하고 기발한 채소라 대표의 합류로, 매장이나 목장이나 집안이나 한층 활기를 띤다고. 아웅다웅 싸우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제주에서 혼자 있다가 가장 가까이에 친구 같은 자매가 있어 좋다는 채별나 대표다. 채 자매의 어니스트 밀크는 따사로운 봄날, 성산일출봉 앞에 새 매장을 연다.


제주한아름 목장 모습



*J-CONNECT 매거진 2019년 봄호(Vol.9)의 내용을 온라인에 맞춰 수정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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