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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Jun 03. 2019

[People] 남의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제주 여행 설계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카일루아’ 소준의 대표는 기술 알고리즘을 통해 여행객의 성향을 분석한 뒤, 나만을 위한 여행지를 제안한다. 알고리즘을 통해 조합되고 생성된 성향은 300여 개가 넘기에 어느 누구든 그 사람의 취향을 가뿐히 저격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남의 집 거실에 모으는 사람도 있다. ‘남의집 프로젝트’ 김성용 대표는 본인을 남의집 문지기를 자청하며 거실이라는 생소한 여행지로 초대한다. 집주인의 취향으로 일군 거실이 여행지가 되고, 그이의 취향은 여행의 주제가 된다.


[타인의 삶으로 떠나는 여행]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집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요.

김성용 대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타인의 집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입니다. 남의집 프로젝트는 크게 ‘남의집 모임’과 ‘남의집 서재’로 나뉘어요. 남의집 모임이 호스트의 취향을 손님과 공유하고 대화하는 커뮤니티 여행이라면, 남의집 서재는 집주인의 공간을 음미하며 독서나 글쓰기 등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입니다.


문화 살롱이 아닌 여행 플랫폼이라는 점이 흥미롭네요.

제가 여행 플랫폼이라 우기고 있습니다.(웃음) 남의 집에 놀러가는 게 어떻게 여행이 될 수 있냐며 엉뚱하다고 얘기하는 분이 있어요. 여행 서비스로 시작한 기획이 아니라, 참여자 인터뷰를 통해 방향이 잡혔어요. 손님에게는 남의 집에 놀러 가는 게 어떤 경험이었는지, 호스트에게는 우리 집에 모르는 사람을 초대하는 게 어떤 경험이었는지 물었어요. 그랬더니 ‘여행 같은 하루였다’고 표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고, 여행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했어요.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가고 싶다는 관점에서 볼 때 

남의 집이란 미지의 공간인 거예요.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은 그 자체로 여행지가 되는 거죠.


남의 집 문 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회사를 다니며 주말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했기에 초반엔 지인을 대상으로,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남의 집’을 시작했어요. 그때 좋은 레퍼런스가 생겨났어요. 마그넷, 고수(향신료), 보이차 등 “뭘 저런 걸 다?” 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 주제가 됐는데, 프로그램이 계속되니까 나중에는 돈을 주고라도 기꺼이 모임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본인의 집을 열고 싶다는 요청도 많이 받았고요. 점점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 처했어요. 모집 정원의 2~3배 정도는 항상 넘쳤거든요. 공급을 담당할 호스트를 어떻게 모집하나 고민하던 중에 제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과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당시에 카카오모빌리티에서 B to B 공급 관리를 담당했어요. 택시 기사님을 모아 놓고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설명회를 자주 열었죠. 이걸 적용해보면 좋겠다 싶어, 매주 남의집 프로젝트 설명회를 열며 호스트를 모집하러 다녔어요.


최근 제주에서 어반플레이, 플레이스 캠프 제주와 ‘남의집 제주살다’ 여행위크를 개최했어요.

남의집 프로젝트를 여행지로 포지셔닝하니 진짜 여행지에서 열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못할 것도 아니잖아요. 여행지 하면 또 제주고요. 집의 규모가 육지보다 여유로워서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 한층 쉬울 거라고 생각했죠. 제주에서 여행하듯 살면서 고유한 취향과 오라를 숨기지 못하는 이주민이 많잖아요. 그래서 제주를 거점으로 키워 보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무턱대고 제주에 가자니 해야 할 것도 갈 곳도 정말 많더군요. 손님 입장에서 볼 땐 ‘할 일 목록’이 필요한 거죠. 집을 나섰을 때의 활동을 분담할 인력을 찾다가 어반플레이와 플레이스 캠프 제주가 떠올랐어요. 두 곳 모두 ‘놀이 문화’를 만드는 곳이니 공동으로 기획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가 먼저 제안했고, 페스티벌 분위기로 ‘여행위크’를 개최했어요.


수도권 지역과는 다른 제주만의 특징을 꼽자면요.

호스트 대부분은 이주민이라, 이주한 사연 자체가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서울보단 제주에서 집 공간을 넓게 쓰니 자연스레 거실을 넘어 마당으로 영역이 확장됐죠. 대개의 호스트가 거주하는 지역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주제로 선정하면서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흐름이 다듬어졌어요. 제주에 오게 된 계기, 이주하며 겪은 일, 기대와 다른 점, 이질감 극복, 제주에서의 요즘 일상 등이 화두가 되었어요. 참여한 육지 사람들도 이런 생생한 이야기에 한층 흥미를 보였고요. 


‘남의집, 제주 살다’ 여행위크는 어땠어요.

공급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요가 부족했어요. 처음엔 호스트 10명 정도로 예상했고, 신청 인원이 20명 정도였어요.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실제로 집마다 5명의 게스트를 예상했고, 전체 인원의 80% 정도를 채운다면 성공적이라고 봤어요. 그런데 일정이 확정되니 취소표가 많이 발생했죠. 사실, 프로젝트가 촉박하게 진행되면서 여행위크를 개최하기 1~2주 전쯤 일정이 확정됐거든요. 신청자 대부분이 서울 사람이라서 제주로 오려면 미리 일정을 비웠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저의 오판이었어요. 그동안 수도권 지역에서 진행했던 터라 손님이 남의 집을 

방문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거든요. 다음부턴 손님이 스케줄을 짤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일정을 공지할 거예요.


남의집 제주살다


그렇다면 ‘남의집, 제주 살다’는 정기 운영되는 건가요.

올가을로 예정하고 있는데, 실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부분이 있어요. 먼저, 제주가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웃음) 이동 거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할지 고민이 커요. 육지에서 온 손님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의 참여율을 늘리고 싶어요. 제주는 티켓 구매에 있어 ‘도민 할인’ 등 로컬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경쟁력이 있거든요.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기반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유료 행사가 다수고, 프라이빗 행사는 비싸다고 해도 지불하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남의집,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남의집의 미션은 손님에게 여행 동기를 부여하는 거예요.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동네가 여기네. 가볼까?’ 하는 식의 동기를 제안하고 싶어요. 더불어, 여행의 장벽을 낮춰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큰 비용을 쓰는 해외여행이 아니라, 내가 사는 지역 가까이 누군가의 집에서 여행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은 여행을 제공하는 거죠. 퇴근 후 3~4시간 정도, 3만~4만 원의 비용으로 

여행 경험을 충족하는 거죠. 여행의 가장 큰 비용은 돈보단 시간이라 생각해요. 



남의집 프로젝트 구경가기   https://naamezip.com/




* J-CONNECT 매거진 2019년 봄호(Vol.9)를 온라인에 맞춰 수정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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