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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Nov 15. 2019

슈퍼 업사이클 전략

[수퍼빈]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야기하는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속속 일고 있다. 버려지는 쓰레기에 현물의 가치를 부여하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업 '수퍼빈'도 그 움직임 중 하나다. 


쓰레기를 돈처럼 쓰는 쓰레기마트

쓰레기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믿어지는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국내 최초로 쓰레기로 쇼핑하는 이색 마트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 로봇을 제조·판매하는 스타트업 ‘수퍼빈’이 광고 회사 TBWA와 함께 기획하고, 한국 코카콜라와 세계 연기금(WWF)이 참여하여 ‘쓰레기마트’를 연 것이다. 쓰레기마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자판기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다. 다가가니 ‘캔·페트 수거기’라고 쓰인 화면이 보였다. 이 기계로 말할 것 같으면 쓰레기마트의 운영 주체인 수퍼빈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의 순환 자원 회수 로봇 ‘네프론’이다. 다 쓴 플라스틱 페트병이나 캔을 네프론에 넣으면 

인공지능으로 재활용 가치를 자동으로 식별한 뒤 그에 따른 포인트를 지급한다. 쓰레기마트에서는 페트병은 10포인트, 캔은 15포인트로 전환되는데, 1포인트는 1원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쓰레기마트 자체 상품인 부채나 에코 백의 경우 각각 15포인트, 30포인트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다 쓴 캔 1∼2개를 가져가면 부채나 에코 백을 구입할 수 있는 식이다.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서울 ‘연트럴 파크’에서 발생하는 맥주 캔이나 음료 병 등 쓰레기가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을 고려해 쓰레기마트 1호점을 연남점에 열었다”면서 ‘쓰레기를 돈으로, 

재활용은 놀이로 경험하는 플랫폼’을 소개했다. 그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친환경 성격을 띠는 상품을 엄선해 들여놓았다. 페트병 15개로 만든 에코 백이나 벌집 밀랍으로 만든 친환경 랩, 저온 압착 방식으로 짜낸 참기름 등 30여 개 상품이 그것이다.


넘쳐나는 쓰레기가 전 세계와 인류를 위협하는 지금, 수퍼빈이 제안하는 쓰레기마트는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를 소중한 자원으로 탈바꿈할 뿐만 아니라 그 보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며 사람들이 쓰레기를 ‘순환 자원’으로, 재활용을 일상의 놀이로 여기게 한다.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하게 될 쓰레기를 자원으로 인식시키며 환경오염에 대비한다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이를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쓰레기를 ‘잘’ 재활용해야 한다. 재활용의 가치를 높이려면 우선 쓰레기 오염도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쓰레기마트에 ‘벗겼쓰’ 구역을 두고, 다 쓴 페트병과 캔을 깨끗이 비우는 것부터 뚜껑과 라벨 분리 등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재활용 방법을 안내했다.


올레길에 들어선 기특한 업사이클 활동, 나한티 폽써 


김정빈 대표는 쓰레기에 대한 관점을 ‘돈이 되는 쓰레기’로 바꾸고, ‘재활용은 놀이’라는 것을 체험한다면 사람의 행동이나 삶의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시도는 쓰레기마트 이전부터 있었다. 제주 등 전국 80여 곳에 설치된 네프론은 쓰레기가 돈이 되는 경험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있다. 폐지를 줍는 노인이 네프론을 통해 리어카를 구매한 사례를 비롯해 2018년 10월에는 여행자와 올레꾼이 즐겨 찾는 올레 코스에 페트병 무인 회수기 ‘나한티 폽서’를 설치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친환경 사업의 하나로 운영비를 지원하며 협력했다. 설치 장소는 정방폭포, 쇠소깍, 외돌개, 주상절리 등. 둥근 주입구에 페트병과 캔 등을 넣으면 자동으로 분리해 기존 부피의 10분의 1까지 줄여준다. 캔과 페트병을 넣은 만큼 포인트가 적립되는 방식이다. 포인트가 2000점이 넘으면 돈으로 돌려받는 ‘캐시백’ 시스템을 도입했다. 캔 1개당 10포인트, 페트병은 5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1인당 하루에 20개까지 넣을 수 있다고. 


제주개발공사는 네프론으로 수거한 페트병 1500여 개로 트리를 만들어 제주시 탐라문화광장에 높이 4m 규모의 대형 트리를 설치했고, 기계를 통해 부피가 줄어든 페트병에 도민들이 이름과 소원을 쓰며 저마다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올해 5월 ‘나한티 서’는 제주올레와 함께 자원 순환 환경지킴이 활동을 재개했다. 제주개발공사, 제주올레, 서귀포시와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나한티 캔 페트를 팝서!’ 환경 캠페인을 실시한 것이다. 제주 올레 6~8코스와 사려니숲길 등 네 곳에 네프론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독려했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마일리지 적립 혜택 외에 당첨자에 한해 제주삼다수를 비롯해 헌 천이나 자투리 천으로 만든 제주올레 간세 인형, 일회용품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 제주올레 스카프 등 선물을 증정하는 복권 이벤트를 실시했다. 

또 현장에서 ‘10초 인증 영상’을 유튜브로 직접 등록하거나 자동 수거 보상기 인증 사진을 제주올레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이들을 위한 온라인 추첨 이벤트를 열었다.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인식을 바꾸면 새로운 인식에 따라 행동이 바뀌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다른 쓰레기 문화를 만드는 일 


쓰레기를 매개로 전에 없던 문화를 만들어가는 꿈, 버려진 쓰레기를 다르게 인식하게 된 데는 철강 회사 대표이던 김정빈 대표의 이력이 한몫한다. “고철을 모아 새로운 철로 제련할 때 어떤 철이 모이느냐에 따라 순도가 바뀐다. 분리수거로 재활용하는 캔이나 페트병을 새로운 물질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인공지능 엔진이 폐기물과 재활용 가능한 물건을 골라내면서 배출 단계부터 상품화 가능한 자원을 수거해 자원 순환율을 높일 수 있는 네프론을 만들게 됐다. 버리는 쓰레기를 안전하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재활용하거나 처리하길 바라는 책임감과 윤리 의식은 앞으로도 사람들과 관계 부처, 기관과 점차 공유하고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쓰레기마트와 같은 거점 공간이 환경에 대한 미션을 갖고 창업한 스타트업들에게 동지를 만날 수 있는 아지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스타트업, 글로벌 기업, 대기업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되면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쓰레기마트가 조성되지 않을까요?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니까요. 많은 생명체가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죠. 하지만 지금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은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도시화와 대량생산이 만들어낸 쓰레기도 그중 하나고요. 조금 불편해도 다른 생명체와 지구를 공유할 수 

있는 생활 방식, 균형감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을 계속 찾아나갈 겁니다.”


슈퍼빈    http://superbin.co.kr/new/index.php



*J-CONNECT 매거진 가을호(Vol.11)의 내용을 온라인에 맞춰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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