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호
영국 교육계의 리더 앤서니 셀던(Anthony Seldon)은 인공지능이 교육을 완전히 바꾸는 4차 교육 혁명을 주도할 5대 국가와 지역으로 미국,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영국을 꼽았다.
2019년 1월 24일은 첫 번째로 맞이한 ‘세계 교육의 날(International Day of Education)로,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우리의 과제는 교육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증진하고,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생한 ‘에듀테크’가 그것이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신조어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BigData), 증강현실,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교육 분야에 융합한 차세대 교육 흐름이다. 최근에는 에듀테크의 범주가 학습 외에 성과 관리, MIS(Management of Information System), 자원 관리 등 교육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교육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에듀테크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 교육의 날 : 2018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월 24일을 '세계 교육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는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17년 2,200억 달러에서 2020년 4,300억 달러로 3년 만에 약 2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4조 원에서 2020년 약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S/W) 코딩 교육이 학교 정규 과목으로 지정되었으며, 2018년을 시작으로 디지털교과서*가 연차적으로 개발·보급되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 PC, 노트북, 휴대전화, 태블릿 PC 등에서 교과 콘텐츠를 내려받아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제작된 교재. 서책형 교과서 내용 외에 용어사전, 멀티미디어 자료, 평가 문항 등 풍부한 학습자료와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미국)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관련 교육 혁신 이니셔티브(권리, 주도권)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립학교에서 에듀테크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맥그로힐 에듀케이션(McGraw-Hill Education)의 알렉스(ALEKS)*가 있다. 알렉스는 인공지능 기반의 온라인 평가·학습 시스템으로, 어댑티브 러닝(Adaptive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각 학생의 지식수준(Knowledge Status)과 강점, 약점을 파악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한다.
또 학생의 학습 진도를 정기적으로 재평가하고 어떤 내용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교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교사들은 수백 명의 학생 데이터를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알렉스 보고서를 읽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학습 성과가 부진하거나 낙제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따로 파악해 교사에게 제공하기 위한 ‘인사이트(Insight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 EU) 개방 교육 자원(OER: Open Educational Resources), 유럽 2020 이니셔티브와 액션 68, EPALE(European for Adult Learning)* 등을 만들어 교육과 훈련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직업과 사회에 필요한 재교육 등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매년 1조 원 이상을 교육 관련 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통합 지원 기구(EdTech UK)를 신설하거나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에듀테크 생태계(EdTech Nation)를 구축하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영국 정부가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 제고와 교육 접근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영국 교육 전반의 질을 향상하자는 목표로 에듀테크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영국에는 고지모(Gojimo)나 퓨처런(Future Learn)같은 1000여 개의 에듀테크 기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샌즈 스쿨(Sands School)이다. 샌즈 스쿨은 1987년에 다팅턴 홀 스쿨(Dartington Hall School)의 교사 3명과 학생 14명이 설립한 대안 학교로, 정부 지원 없이 소규모 사립학교 형태로 성공적으로 운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샌즈 스쿨은 교사와 학생들이 동등한 수평적 관계에서 교사 임명, 예산 관리, 교습안 작성, 교내 교율 등을 관리하며, 국가 단위로 시행하는 시험으로 학생 수준을 비교하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또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학교 건물 구조를 통해 편안하고 능동적인 교육 참여가 이뤄지도록 운영하고 있다.
(중국) 2018년 교육 시장 규모는 약 2만 6800억 위안(약 465조 원)에 이른다. 글로벌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 7개 중 6개가 중국 기업일 정도로 에듀테크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미디어 리서치(iMedia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초·중·고 온라인 교육 인구는 3억 명 정도로 예상되며 매출은 약 3,500억 위안(약 61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초·중·고 온라인 교육 중 65% 정도가 화상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브이아이피 키즈(VIPKID)는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이다. 브이아이피키즈는 5~12세 어린이 대상으로 집에서 화상을 통해 원어민 교사에게 1:1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연결해주는 형태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효율적인 커리큘럼과 관리를 바탕에 두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영어권 원어민 교사만 7만 명을 보유한 유니콘 기업으로, 전 세계 에듀테크 기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학습자인 어린이 관점에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부모의 피드백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해 현지화하고 있다.
*알렉스: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으로 1994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개발되었고, 2013년 맥그로힐 에듀케이션에 인수되었다.
*EPALE: 에라스무스 플러스 프로젝트로 유럽 어른들의 학습을 위해 2015년 오픈한 학습 플랫폼이다.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을 의미한다. 2013년 여성 벤처 투자자인 '에일린 리'가 처음 사용했다.
한국에서도 교육 시장의 변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제도와 규제로 한계에 부딪치고 있으며, 학령 인구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 더욱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에서 에듀테크 시장이 형성된 것은 2010년경이며, 현재 에듀테크 관련 스타트업은 약 200곳으로, 주로 해외시장으로 집중하는 추세다.
(노리Knowre) 2012년 필라델피아 수학교사연합회(NCTM) 콘퍼런스에 참가했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노리는 인공지능 수학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교육 서비스업체로, 현재 미국 200여 개 학교에서 노리의 교육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에 대교가 노리를 인수하고, 2019년 11월에는 에듀베이션을 인수하면서 에듀테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태이다.
(에스티유니타스ST Unitas) 국내 1위 에듀테크 기업으로, 지난 2017년 2월 미국의 대표 에듀테크 기업 ‘프린스턴 리뷰(Princeton Review)’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적자였던 프린스턴 리뷰는 2018년 하반기 영업이익 약 355만 달러를 달성했으며, 온라인 학습 상품 중심으로 재편한 수험 분야(Test Prep)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해 2019년 7월에는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
(캐치잇플레이) 제주에서 2016년 설립되었으며, 국내외 학습과 게임 전문가가 모여 만든 에듀테크 기업이다. 주력 서비스는 학습에 게임 기술을 접목한 게임화 기반 언어 학습 앱 ‘캐치잇 잉글리시’, ‘캐치잇 코리안’ 등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테크노파크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캐치잇플레이는 지난 7월 KDB산업은행, 한화투자증권, SV인베스트먼트에서 35억 원을 투자 유치했다.
현재 에듀테크 산업은 미국과 영국의 스타트업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또 인접 국가인 중국의 에듀테크 시장은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한국 교육은 단순 주입식 학습 체계나 입시 위주 교육 등과 같은 제도적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과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일상생활 역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창의적 사고를 지닌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며,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차세대 교육의 핵심인 에듀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나가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그러면 에듀테크는 다양하고 개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창조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훌륭한 산업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저자소개) 이은호
이학박사이자 교보문고 콘텐츠플랫폼 개발팀에 재직중이다. 한국전자출판학회 부회장 활동을 비롯해 웹 매거진 <브런치>를 통해 전자출판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