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를 여는 지역의 교육

글.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by 제이커넥트
대한민국은 교육을 동력으로 압축 성장을 이뤄낸 시기를 지났다. 산업화 시대에 인재를 교육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교육 어젠다와 인재상을 찾아야 할 때가 이르렀다.



서울 외 지역은 교육의 불모지일까?

2019년 초 방영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강남의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와 그 자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른바 이너 서클, 그러니까 21세기 강남이라는 지역에 살며, 부와 명예라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선 이들은 자녀가 서울대 의대에 합격해 의사가 되기를 갈구한다. 이를 위해 대학 입시에 모든 것을 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하지만,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압축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1980년 27.2%였다. 1980년대 대학에 다닌 세대의 자녀 세대가 대학에 진학하는 2008년의 대학 진학률은 83.8%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대학 진학률은 69.7%로 하향세지만, 여전히 OECD 국가 평균인 41%보다 월등히 높다(2016년 기준 일본 37%, 독일 28%, 미국 21%). 여기에 지난 30여 년간 인서울 대학에 대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출산율 저하에 이어 청년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지방대학은 존폐 위기에 처했다.



밀레니얼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

산업화 시대의 인재 교육 방식은 지금도 유효할까? 현실은 서울에서 유명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더 이상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아닌 시대라는 것이다. 2018년 상반기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의 실제 취업률은 40%에 그쳤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소영 이사가 2000여 명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분석해 저술한 책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재는 명문대 출신 외에 지방대, 전문대, 고졸 출신 등으로 다양하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채용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학력보다 지원자의 경력과 역량이다. 특히 자신과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인재, ‘커뮤니티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최고의 인재로 본다.

이처럼 달라진 시대상에 맞추어 교육 분야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02년 미국 교육부, AOL 타임워너, 애플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함께 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Learning)을 설립했다. P21은 밀레니얼 세대에 필요한 새로운 역량을 정의하고, ‘지속적인 변화와 중단 없는 학습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학생이 성공할 수 있게 하는 학습을 위한 통합된 비전’을 수립하고, 학습과 혁신 역량(창의·혁신 역량,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소통·협업 능력), 정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 역량(정보 문해력, 미디어 문해력, ICT 문해력), 삶과 경력 능력(유연성, 적응성, 진취성, 자기 주도성, 사회성, 다문화성, 성과 창출과 책임감, 리더십, 책무성)을 키우는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이던 시절 대한민국에서 산업화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했다면, 21세기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재상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과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교육의 가능성

대한민국의 압축 성장 시대에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난 인재는 교육받고 취업하는 과정에서 서울로 진출하고 강남에 진입하는 것을 성공의 지표로 삼았다. 그렇게 ‘성공’한 이들은 경쟁 중심의 교육으로 자신의 지위를 대물림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자녀가 기존 교육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인재로 성장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서울 중심의 압축 성장으로 지역은 혁신의 토양인 혁신 자본이 매우 부족해진 상태다. 지역의 혁신 자본은 ‘시민의 기술, 기능, 특수 지식’에 해당하는 인적 자본, ‘조직, 공동체, 이해 집단 사이의 협력 가능성’인 사회적 자본,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상관없어 보이는 것을 연관 짓고, 명료하지 않아도 편하게 받아들이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을 의미하는 창조적 자본, 그리고 ‘문화유산, 추억, 동경 등 장소의 고유성 또는 무형의 정체성에 대한 소속감, 개인과 공동체에 강한 자신감과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나타내는 문화 자본 등이다. 기존에는 이러한 혁신 자본이 수도권으로만 몰려들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성공하고 새로운 시대로 전환하는 시기에 여러 지방 도시가 산업도시가 아닌, 창조성이 발현되는 도시로 변화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도시에서 새로운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또한 필요하다.

다행히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첫째,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이다.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이 성장한 덕에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급 정보를 접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고,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유통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학습을 위한 지역 간 장벽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둘째, 글로벌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의 발달은 역으로 다른 지역에서 복제가 불가능한 오프라인, 아날로그, 차별화된 로컬 고유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로컬의 콘텐츠 자원을 발굴하고, 새로운 경쟁력으로 만들어내고 있으며, 지역에 다양한 오프라인 실천 공동체나 학습 공동체가 생겨나면서 기존의 대학이 해내지 못한 교육과 학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수도권에 집중된 압축 성장으로 경제 선진국을 달성한 이후 다음 시대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우리의 교육과 학습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 길을 개척하고 있는 교육 스타트업,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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