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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취미 학습 플랫폼

클래스101 고지연

by 제이커넥트
[요즘 교육 혁신가들] 게임의 몰임감을 적용해 차원이 다른 학습으로 빠져드는가 하면, 지역 청년 스스로 지역을 자원 삼아 창업이나 다른 활동을 위한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강남 대치동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명문대 교사에게 지도받는 채널이 등장했다. 좋아하는 일을 다른 이와 공유하는 취미 학습 플랫폼의 출현 역시 100세 시대에 맞는 '평생 교육'의 행보다.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보수적이기로 알아주는 패러다임에 혁신의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집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거나.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봤을 법한 취미 생활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슥슥 따라 하면 될 것 같지만, 준비물이 꽤 된다. 막상 재료를 사려니 어느 시장에 갈지, 가격은 얼마인지, 알아볼 정보가 참 많다. 이미 시간 비용이 드는 일이다. 가까스로 준비물을 갖추니 또다시 시간이 문제다. 학원? 교습소? 잦은 야근 속에서 갈 만한 곳이 없다. 의지는 있되 현실이 따르지 않는 수많은 직장인에게 클래스101은 한줄기 햇살처럼 드리웠다.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취미 생활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이 2019년 소프트뱅크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 굵직한 투자사에서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클래스101의 선장, 고지연 대표는 한 해를 돌아보는 소회로 “올해 클래스101은 큰 변곡점을 찍었어요. 120억 원 투자는 클래스101의 성장에 발판을 마련해주었고요. 투자 지원 덕에 여러 ‘클둥이(클래스101 팀원)’를 영입할 수 있었어요. 임직원이 101명이 넘었는데, 이를 확인한 당일에는 온 회사가 아주 야단법석이었죠.(웃음) 사업 측면에서 올해 가장 뜻깊은 일은 클래스101의 강의 카테고리를 취미 외에 커리어와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인 시그너처로 확장한 일이에요”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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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0억 원 투자 외에 개설 강좌 450개, 회원 수 40만 명, 가입 크리에이터 수 8000명, 누적 정산액 100억 원, 누적 방문자 수 700만 명 돌파를 비롯해 수강생의 클래스에 대한 평균 만족도 96.1% 까지. 2018년 3월 론칭 후 걸어온 행보와 성과는 그야말로 무적이다. 2015년 울산과학기술대학(UNIST)에 재학 중이던 고지연 대표는 교내 벤처 페달링에 참가했다. 페달링은 과외 매칭 프로그램으로, 과외를 원하는 학생 또는 학부모를 교사와 연결하는 서비스다. 대학생에게는 친숙한 서비스였으며, 고지연 대표에게는 전문가와 학생을 연결하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할 만큼 매혹적인 분야였다. 그러나 현실은, 특히 입시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교육 시장에서 변혁을 일으킬 만한 아이디어는 탄력을 받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건 흥미진진했다. 아이 돌보미 서비스 등 여러 아이템을 시도하면서 학습자와 교수자를 매칭하고 연결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구체화했다. 점차 사업은 윤곽을 갖추었고, 소비 주체인 학습자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이용할 만한 취미 클래스이자 온라인 플랫폼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클래스101의 비전은 ‘모두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예요. 그러기 위해선 ‘클둥이’들과 클래스를 여는 크리에이터, 그리고 클래스메이트(수강생)가 필요해요. ‘클둥이’가 신나서 재미있게 일하면, 이 에너지를 넘겨받은 크리에이터는 서비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클래스를 열어요. 그러면 수강생은 기꺼이 수업료를 내고 강의를 듣죠.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하자’는 클래스101의 가치이고, 원칙이며, 방향성입니다.”


페달링을 통해 수학 과외 교사로 활동할 당시 고지연 대표는 맡은 학생의 성적을 ‘어김없이’ 올려놓는 것으로 유명했다. “과외 수업을 하려면 학생 수준에서 생각해야 해요. 학생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고민하는 것도 자연스러웠죠. 지난 경험은 클래스101 콘텐츠를 만들거나 크리에이터를 만날 때 큰 도움을 주었어요. 저 또한 크리에이터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니까요. 이것이 크리에이터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클래스를 개설할 때는 클래스메이트 입장에서 하나의 강의를 통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어요. 여기에 동의한 클래스메이트들 덕분에 초반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죠.”

클래스101의 특징은 미술, 공예, 디지털 드로잉, 요리 등의 온라인 클래스를 준비물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세분화된 카테고리는 물론 시의적절하게 구성하는 크리에이터 라인업 역시 클래스101가 시대와 트렌드, 사용자를 수용하는 감각을 엿보게 한다. 최근에는 격투기 선수 김동현,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 등을 영입했으며, 이들과 ‘클래스101 시그너처’를 출범했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강사가 아니면 강의를 진행하고 이로 돈을 버는 데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어요.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를 우선 만나 그들의 재능과 노하우를 세상과 나누는 의미에 대해 설명해요. 클래스의 모든 과정에는 과도한 대가가 아니라 수강생이 정당하게 지불해야 하는 적정한 금액이 책정된다는 점을 밝히고요. 업계의 시그너처로 크리에이터가 하는 이야기는 장차 해당 분야의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공유합니다. 여기에 동의한 이들 덕에 ‘시그너처 클래스’를 열 수 있었고, 참여자도 점점 늘고 있어요.”


클래스101은 플랫폼과 공급자가 단기로 우선 계약을 맺은 후 학습자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학습자에게 체계화, 고도화된 양질의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시스템에서 보장할 수 없었던 공급자의 안정화, 즉 공급자에게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국내 서비스 시장에 불고 있는 온디맨드 경제*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학습은 학생이 아닌 성인에게도 필요한 가치죠. 흔히 성인이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같은 어학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직무에 관련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장수하는 세상에서 교육은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었죠. 자연히 교육 시장을 무시할 수 없고요. 단지 강의를 온라인에 옮겨놓았다고 해서 혁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클래스101의 도전은 몇 가지 관점에서 기존의 인강(인터넷 강의)과 차이가 있어요. 수강생은 강의를 억지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정말 사랑해서 도전하는 것이잖아요. 그들의 배움이 실질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요. 클래스101의 강의는 정해진 몇 개 영상을 수강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지금껏 450개가 넘는 클래스가 등록되었어요. 어떤 과목을, 어떤 분야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클래스101은 적합한 크리에이터를 찾고 섭외하고 개설해요. 어느 온라인 교육 기업이 이토록 다양하고 발빠르게 강의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을까요. 클래스101의 동력은 조직력과 민첩함에서 비롯됩니다.”


새해, 클래스101은 사옥 이전을 앞두고 있다. 다른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배를 갈아탔던 만화 <원피스>의 장면처럼 클래스101 또한 더 큰 세계로 나가려 한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을 최고의 복지’로 아는 그이는 내년에도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 있는 친구’들과 함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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