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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 토크콘서트

J-CONNECT DAY 2019 특집

by 제이커넥트
J-CONNECT DAY 2019(이하 제이커넥트데이) 첫날인 2019년 11월 7일, 각 분야 교육 전문가가 모여 지역과 교육을 주제로 ‘지역이 원하는 인재, 인재가 원하는 지역'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더큰내일센터 김종현 센터장의 사회로, 모두의연구소 김승일 대표, 더로컬프로젝트 이희준 대표, 자유학교 양석원 공동 대표와 삼성SDS멀티캠퍼스 전 교수이자 IT 교육전문가 윤시환 교수가 만나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교육 혁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큰내일센터 김종현 센터장(이하 김종현) 지역에서 교육을 혁신하려면 교육 방법의 혁신뿐 아니라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늘 토크 콘서트에서는 지역에서의 교육 혁신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새로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것은 지역에서 이뤄지는 교육 방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자 어떤 방식으로 기존 교육 문제에 대한 대안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두의연구소 김승일 대표(이하 김승일) 기존 교육은 상대평가 중심의 경쟁 기반 교육입니다. 모두의연구소에서는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서로 도우며 공부해서 남 주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더로컬프로젝트 이희준 대표(이하 이희준) 2019 로컬 브랜딩 스쿨에서 모더레이터로 활동했습니다. 로컬 브랜딩 스쿨은 올해 처음 시도된 지역 혁신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4명의 장인을 선정해 로컬 크리에이터 팀과 매칭하고, 5주간 브랜딩 이론과 실무 교육을 통해 로컬 관점으로 장인의 브랜드를 도출하고, 궁극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지역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자유학교 양석원 공동 대표(이하 양석원) 덴마크 자유학교에서 비정형 성인교육을 경험하고 한국에 돌아와, 같은 시기에 같은 교육을 경험한 이들과 한국 자유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자유학교는 올해 개교 3년을 맞았습니다. 자유학교의 미션은 인생에서 전환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기 이유’를 찾아가는 교육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자유학교의 교육에는 3개의 의자가 있습니다. 첫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각하는 ‘홀로 앉음의 의자’, 둘째, 살아 있는 언어로 대화하는 ‘마주 앉음의 의자’, 마지막으로 개인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지지하는 ‘둘러앉음의 의자’입니다. 교육 대상자는 수능을 마친, 곧 성인이 되는 19세부터입니다.


전 삼성SDS멀티캠퍼스 윤시환 교수(이하 윤시환) 삼성멀티캠퍼스에서 19년간 교수로 지내며 대량생산 방식으로 이뤄지는 치열한 경쟁 중심 교육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개인을 기본으로 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올여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고등학생부터 29세까지 제주 인재를 대상으로 한 달간 자바 프로그램 강의를 했습니다. 이 교육이 참 재밌었어요. 제가 몇 군데 호기심을 건드리니 학생들이 미친듯이 공부하는 거예요. 저와 센터 모두 놀랐습니다. 그동안 생각해온 교육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개인 스스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교육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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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이끌어내는 방식


김종현 과거의 교육 흐름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율성을 주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있었죠. 현재는 자기 주도적이며 자율적인 학습이 중요해졌어요. 이런 교육에서 어떻게 교육생에게 자율성을 주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윤시환 기본을 중시합니다. 기본에서 응용이 나오고, 응용에서 설계가 나오고, 이렇게 나온 설계가 가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이 쉬워서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을 강조하면 실력 없는 교육자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본이 탄탄하게 구축되었을 때 사람이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교육생에게 객체 지향 컴파일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줬어요. 정말 기본이거든요. 교육생이 공부하며

막혔던 것이 허물어진 듯한 반응을 보였어요. 애매한 개념을 이미지화해서 보여주니 기본을 이해했고, 자연스럽게 응용하는 것으로 나아갔습니다. 주입식 교육으로 기본을 구축하면 응용으로 확장되지 않아요. 스스로 기본을 깨닫고 그것을 이미지화하면 무엇이든 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죠.


양석원 이걸 배워야 하는 이유를 자각할 시간 없이 방법 습득에 치우치다 보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곤 하죠. 우선 내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한다고 봐요. 자유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하게 두는 방종이 아니라, 하나의 테두리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자유를 지향합니다. 꽃밭의 꽃을 꺾는 자유 말고, 아무 꽃이나 심을 수 있는 자유를 자각하면 주도적으로 자기만의 속도로 학습해 갈 수 있어요. 테두리는 규칙이라기보다는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가치와 문화입니다.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어떤 규칙에서 벗어나면 아웃사이더가 되지만, 문화는 서로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포용성을 가질 수 있어요.


김종현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 있나요?


양석원 살아 있는 언어로 대화하며 서로 마음을 열어요. 살아 있는 언어란 책에 박제된 문장이 아닌, 대화에서 나오는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랄 때 어른을 거울 삼아 모사하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잖아요. 자유학교에서는 내가 상대를 보고, 상대는 나를 보고 이야기와 공통의 가치를 서로 나누면서 함께 배우는 문화가 생겨납니다. 박제된 언어가 아닌, 포용하는 자세로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 있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며 포용하는 것이죠. 이희준 저는 많이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확보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상상할 수 있는 것에 가이드라인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어요. 대신 모더레이터로서 장인의 언어, 로컬 크리에이터의 언어를 조율하며, 서로 로컬 브랜딩이라는 불씨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불씨가 지역, 회사, 업으로 돌아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나아가 삶을 설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겠죠.


이희준 저는 많이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확보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상상할 수 있는 것에

가이드라인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어요. 대신 모더레이터로서 장인의 언어, 로컬 크리에이터의 언어를 조율하며, 서로 로컬 브랜딩이라는 불씨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불씨가 지역, 회사, 업으로 돌아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 나아가 삶을 설계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겠죠.


김종현 모두의연구소는 교육과 학습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창조하는, 더 어려운 단계가 있습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일련의 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설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자율성의 효과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김승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스킬이 있습니다. 초·중·고 기본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에서도 교육받지 않은, 맨땅에 헤딩하며 좌충우돌로 배우는 스킬. 스스로 기획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스킬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자율성을 준다면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기획할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자율성을 주면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기존 교육과 비슷한 형태로 우선 무언가 배워야겠죠. 배움을 바탕으로 자율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상태가 되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어요. 대상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릴수록 자율성을 낮게, 나이가 많을수록 자율성을 높게 설계하는 방법이 있죠.


김종현 더큰내일센터에서도 몇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의 단계가 있어요. 우선 주어진 문제를 잘 기획하고 표현하기, 두 번째는 자신의 방법으로 변용해 주도성을 개입시키는 과정,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기획하기입니다. 교육생 입장에서 자율성이 한 번에 주어지면 소화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해요.


윤시환 통제를 적절히 해야 해요. 너무 많이 통제하면 자율성은 깨지고요. 또 교육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적절히 여백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7:3을 추구해요. 제가 7을 주도하고, 교육생의 반응에 따라 3은 맡기죠. 교육하다 보면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이 있어요. 그때 교육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더군요. 제 경험에서 도출한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창의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교육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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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적 교육 환경에서 교육자의 역할


김종현 교육에 필요한 여러 소통법을 만들면서 자기 주도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전체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중계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교육자는 어떤 교육자라고 생각하나요?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교육자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요?


이희준 저는 교육자보다 로컬 크리에이터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이커넥트데이에서 이론을 바탕으로 한 강의, 현업에서 활동하며 얻은 인사이트 등 이론과 현장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가고 있습니다. 이론과 현장은 간극이 있지요.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 고민하며 모더레이팅했습니다. 올해 로컬 브랜딩 스쿨에는 장인과 로컬 크리에이터의 간극이 존재했어요. 간극을 다 줄일 수는 없죠. 꾸준한 관심과 노력과 시간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죠. 간극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이론과 현장, 로컬과 크리에이터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을 인지하는 과정이었어요.


양석원 자유학교에서는 선생님, 강사 같은 단어를 쓰지 않아요. 대신 ‘퍼실리테이터’라는 명칭을 씁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질문만 할 수 있어요. 자유학교에서 교육자(퍼실리테이터)는 대화를 촉진하는 촉진자 역할에 충실합니다.


윤시환 저는 줄곧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술과 지식을 전수할 때 과정을 만들려고 합니다. IT 기술 책은 코드가 빼곡하게 적혀 있어요. 코드는 시작과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죠. 코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같이 걸어가야 해요. 또 잘못된 개념이 있을 때 바로잡아야 합니다. 에러를 잡아줘야 해요. 그렇지 못한 강사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리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 만들 수 있게 과정을 격려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발견하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것, 이게 교육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김승일 얼마 전까지 메이커 교육(1)이 유행했어요. 그런데 학교 선생님 중 메이커 활동을 아는 선생님은 거의 없죠. 이제는 인공지능 교육(2)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요. 그러면 선생님이 인공지능을 가르쳐야 하는데, 기존 교육자 중 인공지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육자가 지식 전달자 역할은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인공지능이나 설계된 프로그램이 해야죠. 예를 들어 산타토익(3)은 토익을 풀면 이를 분석해서 문제를 추천해요. 곧 지식 전달을 로봇이 전담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때 교육자의 역할은 기획하고 설계하고 실행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윤리나 창의성을 부여하도록 돕는 일일 거예요. 그러려면 교육자를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기존의 선생님은 기획하고 설계할 필요 없이, 정해진 자격증을 따면 교사가 되었잖아요. 앞으론 교육자를 교육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메이커교육: 학생이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전자 기기를 다루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발견을 촉진하게 하는 교육

**인공지능교육: 4차 산업혁명의 핵신 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교육

***산타토익: 뤼이드(Riiid!)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기반 토익 학습용 서비스



김종현 기획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교육 초기에는 알고 있는 범위에서 에러를 잡아내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 스스로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는 태도를 훈련하는 교육자가 좋은 교육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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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가 원하는 지역


김종현 우리나라 교육 인프라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잖아요. 사람들이 교육 때문에 서울로 가는 현실에서 지역의 교육 취약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지역이기 때문에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교육에서 지역이 지닌 한계와 장점을 이야기해보죠.


양석원 우리나라에서 요리를 배우려면 프랑스에 가잖아요. 이처럼 지역의 교육을 강조할 때 교육 자체에 지역색이 묻어나면 좋겠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습하고자 하는 분야의 교육의 장으로 특정 지역을 떠올리기 어렵죠. 어느 지역에 가면 이 분야를 배울 수 있다고 인지하는 지역색을 분명히 하는 교육의 맥락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희준 지역에서 인재 유출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그 인재가 지역에 돌아올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역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에 갔을 때 현지 청년이 공부하러 대도시에 갔다가 고향 마을로 돌아와 지역 청년과 마을을 부흥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을 봤어요.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로컬 브랜딩 스쿨 교육이 2회, 3회 반복되면서 로컬 크리에이터와 인재가 지역에서 무언가 할 수 있겠다고 인지하면 인재가 지역으로 올 거라고 봐요.


김종현 소프트웨어 교육은 서울에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잖아요. 기술 교육 면에서 지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윤시환 서울에는 결과 중심, 경쟁적이며 정해진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목숨이 날아간다는 절박함이 있어요. 반면 제주는 묘하게 느린 느낌이 있어요. 교육하며 느낀 점은 이러한 느린 분위기가 교실에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거예요. 저도 인재가 제주를 떠나는 것을 막을 순 없다고 봐요. 하지만 제주의 인재가 ‘제주스러움’을 그만의 역량으로 만들 수 있어요. 결과만 주입하는 경쟁 중심의 교육 현실에서는 응용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약간 느리게 가면서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제주에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종현 새로운 학습법이 지역에서 잘 적용되고, 이를 통해 성장 동력을 끌어낼 필요가 있겠지요. 이런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승일 우선 새로운 교육자를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 사람이 있어야죠. 서울에 좋은 교육과정과 교육자가 있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울에서 배우고 지역으로 돌아오는 것, 서울에서 교육자를 양성할 수 있는 사람이 제주로 와서 활동하는 것. 그러려면 다양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갖추어야 해요. ‘서울 사는 애들인데, 우리 것 다 빼먹으려는 것 아냐?’ 하는 폐쇄적인 태도는 지양해야 하겠죠.


이희준 지역에서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난 7년간 전통시장에 대한 사진과 글을 모았어요. 참기름 인문학 강의도 5년간 진행했고요. 그리고 올해 관심받기 시작했어요. 지역 인재가 스스로 주목받기 위해 활동한다면 지역은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인재가 성장하도록 지켜봐주는 지역 리더와 커뮤니티의 역할도 중요하고요.


양석원 <이토록 멋진마을>이라는 책을 낸 일본 마을이 있어요. 일본에서 행복도와 교육 수준이 늘 상위를 기록하는 일본 후쿠이현이에요. 이 마을에서 30년 가까이 시장직을 맡은 후쿠이현시장은 지역의 역동성을 위해 젊은 사람, 예술인, 괴짜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지역에는 다양성이 필요해요. 제주를 지역으로 얘기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 전체가 변방이에요. 다양성 문제는 제주라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거든요.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이야기는 서울에서 다양한 괴짜와 부딪히면서 새로운 일이 일어나니까 생긴 말인 것 같아요. 규모가 작아도 그 안에 다양성이 있으면 ‘저 동네는 다른 것 같아. 가봐야지’ 하는 관심이 자연스레 생겨요. 다양성을 품을 수 있어야 지역색이 생기고, 이 색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모이면 색도 강해지는 것 같아요.


윤시환 IT 기술 분야에서 교육자는 키우는 게 아니라 발굴해야 하죠. 프로 야구 선수를 뽑는 것처럼요. 특별한 소질이 있는 사람이 결국 잘 가르치더라고요. 발굴을 위해서는 결과 지향적으로 교육을 바라보면 안 될 것 같아요. 잘 가르치는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해요. 저는 20년 정도 기술 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기술이 떴다 망하는 것을 목도했어요. 구닥다리 기술이라고 치부했던 기술이 의외로 신기술로 떠오르기도 했고요. 제주에 어느 기술이 맞을지는 알 수 없어요. 다양한 사람이 여러 시도를 하며, 어떤 기술이 제주와 맞고, 그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실험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태계가 조성돼요.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게 지역사회의 역할이고요.



지역이 원하는 인재상


김종현 지역이 원하는 인재, 지역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인재일까요?


이희준 지역의 인재라면 내가 지역에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로컬 브랜딩 관점에서 보자면 제주에는 훌륭한 로컬 자원이 많아요. 금능석물원은 전 세계 수상에게 선물했던 돌하르방을 만드는 석공 장인이 세운 곳이에요. 장인은 소천했고, 아들이 대를 잇고 있어요. 또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는데, 모든 오름을 다녀와서 생태 조사까지 마친 분이 있어요. 제주의 숨은 가치는 제주 인재가 더 수월하게 발굴할 수 있어요. 제주의 청년들이 지역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양석원 기본적으로 협력과 협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협력은 내가 가진 힘을 나누는 것, 협동은 함께 일하는 것이잖아요. 요즘 세대는 커뮤니케이션과 협력, 협업에 대한 이해 방식이 기존과 달라요. 새로운 세대의 협력 방식을 이해하면 새로운 협업 모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윤시환 서울과 제주는 다르죠. 서울에서 산 사람은 제주 문화를 모르고, 제주에 있었던 사람은 서울 문화를 몰라요. 예를 들어 서울 사람들은 제주에서 요일별로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문화를 알 수 없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 폐쇄성을 극복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내 지역의 문화와 다른 지역의 문화를 접목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죠.


김승일 지역이 원하는 인재의 출발은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주를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문제가 보일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죠. 제주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뤄져져야 할 것 같아요. 제주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바다에 페트병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문제이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할 방법을 고민하겠죠. 그러다 보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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