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중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전후로 극명히 나뉘었습니다. 팬데믹 속에서 언택트(비대면)는 상식이 됐죠. 이런 와중에 동네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이자, ‘비대면’이 아닌 ‘대면’ 지향 서비스로 혁신의 행보를 이어가는 당근마켓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최근 월 이용자 수 700만 명을 넘긴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김재현 대표와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뉴노멀과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한 산업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온라인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전정환 센터장 당근마켓은 단순히 거래하는 것이 아닌, 지역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을 지향하는 서비스죠.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의 차별점이자, 당근마켓이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김재현 대표 지역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것을 연결할 수 있으리라고 봤습니다. 그중 하나가 안 쓰는 물건을 필요로 하는 동네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식이죠. 확장된 형태로, 또 다른 연결을 이어갈 수 있어요. 제주를 예로 들면 카카오톡 플러스 같은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가 당근마켓에 연결되어 있으면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죠. 여러 지역과 커뮤니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연결을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전정환 센터장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연결하고 싶다는 건 연결이 끊겼다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서 변화를 이끌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일 테니까요.
김재현 대표 온라인상에선 거리 제약이 없고, 모든 것이 연결되잖아요. 그 때문에 집 근처, 즉 동네에 있는 것들이 점차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 점에 주목해 당근마켓은 거리 제약을 두었습니다. 제주는 지역 특성상 범위를 넓게 설정해 도내가 소통할 수 있도록 했어요. 서울 같은 대도시는 이 범위가 좁아요. 거래 범위를 거주지와 가까운 구역으로 한정하는 것, 범위를 좁힌다는 것이 역발상이었죠. 지금껏 경험한 광대한 인터넷 세상과는 다르게, 온라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오프라인상에 만들고 싶었던 거죠.
온라인상에선 거리 제약이 없고, 모든 것이 연결되잖아요. 그 때문에 집 근처,
즉 동네에 있는 것들이 점차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 점에 주목해 당근마켓은 거리 제약을 두었습니다.
전정환 센터장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결과가 있더군요. 제주의 경우 25~55세 인구 중 81.7%가 당근마켓 사용자라는 것이 사실인가요?
김재현 대표 맞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어요. 나이대로 가정한 것이지, 해당 인구의 정확한 나이나 성별은 몰라요. 순수한 가입자 수 전부를 해당 인구로 가정한 수치예요. 현재는 90%를 넘겼는데, 실제 제주 전체 인구에 대한 가입률을 구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올 겁니다.
전정환 센터장 도내 인구를 70만 명으로 어림잡으면, 제주 가입자는 몇 명인가요?
김재현 대표 27만 명입니다. 약 40% 되려나요?
전정환 센터장 대단한 수치네요. 3분의 1 이상이에요. 제주에서 따로 광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사용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요. 제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특성 덕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왜 그런지 추측해볼까요?
김재현 대표 제주는 독립 지역이라 육지에서 가는 택배에 도선료, 항공료 등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잖아요. 도서 지역 배송이 불가한 물품이 있는데, 그런 경우 도내에서의 연결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죠.
전정환 센터장 더불어 새것을 사려면 배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중고 물건에 대한 선호로 이어져 문화가 형성될 수 있던 게 아닐까요. 제주에 이주민이 많다는 점도 작용했을 거고요. 이주민과 토박이의 특성으로 보자면, 토박이에겐 ‘괸당’이라고 해서 이웃끼리 돕는 공동체 문화가 있거든요. 또 이주민은 타지에 적응하면서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하는데, 타인과 교류한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거라고 봅니다.
김재현 대표 공감합니다. 또 제주는 자가용 이용자가 많은 편이에요. 차가 있으니 거래가 수월하죠. 물건을 옮길 때나 이동할 때, 물품 거래에서 제한이 적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죠.
전정환 센터장 제주에는 여러 형태의 중간 지원 조직, 특히 소통협력센터같이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아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과의 연결은 미비한 실정이죠. 27만 명의 온라인 사용자를 둔 플랫폼이 그 역할을 한다면 지역에서 아주 가치 있는 일이 될 겁니다. 또 제주는 사용자가 많아 커뮤니티 서비스를 실험하기에 적합한 곳이죠.
김재현 대표 그러잖아도 ‘동네 생활’이라는 탭 기능이 있는데, 여기 보면 제주가 제일 활성화되어 있어요. 소모임 기능의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독서 모임처럼 관심사를 공유할 지역 커뮤니티를 지원할 계획이에요. 보이지 않은 요소, 나이대나 관심사, 지역적 성향 등을 분석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전정환 센터장 당근마켓은 지역민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지역민들이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갈 거라고 예측합니다. 관망하는 게 있다면요?
김재현 대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지난해 한국의 쓰레기 컨테이너가 필리핀에서 되돌아온 일이 있었죠. 요즘은 생산 자체에만 관심을 갖는데, 버려지는 물건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잖아요. 그런데 쓸만한 물건은 이웃에게 나누면 돼요.
토박이에겐 ‘괸당’이라고 해서 이웃끼리 돕는 공동체 문화가 있거든요.
또 이주민은 타지에 적응하면서 온라인 활동을 주로 하는데,
타인과 교류한다는 심리도 작용했을 거라고 봅니다.
전정환 센터장 많이 생산하고 많이 사고팔아야 돌아가는 자본주의 상황에서 덜 생산하고 덜 버리는 일은 큰 의미가 있죠. 다음 질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배달 서비스가 원활하고, 물류와 유통 체계가 훌륭해 코로나 사태에도 극단의 사재기 현상 없이 잘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대면 중심의 문화가 쇠퇴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당근마켓 이용자 간 사용 패턴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재현 대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2월 초에는 정말 크게 걱정했어요. 당근마켓은 직거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지 않을까 우려했죠. 그런데 오히려 거래가 늘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 무렵 당근마켓에 ‘문고리 거래’가 등장했기 때문이었어요. 비대면 거래와 비슷한데, 중고 거래를 할 때 굳이 만나지 않고 문고리에 걸어두는 형태로 물건만 주고받는 거래가 가능했던 거죠.
전정환 센터장 문고리 거래라고 해도 어느 정도 대면은 필요하니 심리적으로는 조금의 친숙함이 생기긴 했을 거예요.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일 거고, 온라인상의 정보를 알고 있고, 심지어 집도 알게 되잖아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면, 국외에도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서비스가 있다지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언급할 부분이 있다면요.
김재현 대표 미국의 ‘넥스트도어’는 철저히 지역과 동네 기반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입니다. 한국의 맘 카페 같은 거죠. 현재 미국, 유럽에서는 사재기가 심해 마트에서 물건을 살 수 없잖아요. 동네 사람끼리 식료품을 물물교환하고, 서로 돕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거죠. 미국 마트에선 간장을 살 수 없으니 간장이 있는 이웃에게 요청하는 거예요. 주목할 점은 현지 경찰과의 연결이에요. 넥스트도어의 프로그램을 열어 공공 기관 맵 기능을 겸하도록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미국의 어느 도시에 산불이 났다고 하면 넥스트도어를 통해 조심하라는 긴급 메시지를 전송하는 거죠. 당근마켓도 지역 지자체와 협력하고, 주민과 소통할 필요성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전정환 센터장 지역에서는 공공 역시 중요한 주체거든요. 중앙정부보다 지역 공공에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당근마켓을 잘 모니터링해 각 지역에서 커뮤니티 서비스에 중점을 둔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이런 선순환이 의미 있을 거라고 봅니다. 또 제주는 당근마켓 이용자가 많은 지역이라 플랫폼으로서 의미 있는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당근마켓이 제주에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해갈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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