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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Aug 03. 2020

가업을 잇다
미래를 잇다-지평주조

100년을 품은 막걸리의 맛

아버지의 어묵을 크로켓으로 만들어 베이커리화하고, 할아버지 때부터 손수 빚은 막걸리의 제조 과정을 체계화해 최신식 설비로 고른 품질의 맛을 제공한다. 자수 공장 딸은 직접 개발한 패턴에 아버지의 손을 빌려 수를 놓는다. 오랜 세월 다져온 묵직한 내공과 섬세한 기술력에 젊은 세대의 재기 발랄함을 더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자세로 가업을 이끌어가는 도외 3개 브랜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평주조는 1925년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서 양조장으로 시작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고유의 맛과 역사를 이어왔다. 막걸리는 유통기한이 짧은 탓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그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양산업이라 생각한 3대 대표인 아버지가 사업을 접는 시기를 조율할 때, 아들인 김기환 대표가 나섰다. 오랜 양조장이 없어지는 것도, 맛있는 지평주조의 막걸리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것도 아쉬웠기 때문이다. 지평주조 막걸리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었던 그이는 아버지를 설득해 2009년 지평주조 4대 대표직을 맡았다. 취임 당시 직원 3명에 연 매출 2억 원으로 시작해 현재 200억대 매출을 자랑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해 한국소비자포럼 주관 ‘2020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 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틱한 성과를 낸 비결은 일관된 품질 체계였다.



3대 대표인 아버지에게 배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주질(술의 품질)’입니다. 지난 10년도, 지금도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며 이를 위한 설비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품질 고른 주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도 관리가 중요한데, 현재 지평주조에서 사용하는 발효 탱크 등은 고도화된 맞춤 설비로 다른 양조장에 비해 가격이 3~4배 비쌉니다. 2년 전 공장을 신축할 때 총 투자비 110억 중 70억을 설비에 사용했죠. 국내 최고의 막걸리 양조 시설을 갖추었다고 자부합니다.


고른 품질을 위한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나요?

기존에는 장인의 손맛과 감에 의지하는 방식으로 생산해 균등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본질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만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맛을 정량화·수치화해 품질 체계를 세웠습니다. 옛 주조 방식을 재현한 최신 설비를 도입하고, 공정의 대부분을 자동화했습니다. 앞으로 데이터를 통한 예측과 분석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본질적인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만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맛을 정량화·수치화해 품질 체계를 세웠습니다. 


평균 도수 6도가 주를 이루는 막걸리 시장에서 지평주조는 5도의 저주도 막걸리 트렌드를 선도해 큰 호응을 얻었죠.

‘지평 생 쌀막걸리’와 ‘지평 생 옛막걸리'의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춘 것은 특정 소비자를 타기팅한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품질을 위해 공정을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연구를 통해 알코올 도수가 5도일 때 가장 ‘지평다운 맛과 향’이 난다는 결과를 얻고 이를 상품에 반영했습니다. 막걸리를 리뉴얼하며 패키지 디자인에 지평양조장의 옛 현판 글씨를 담았습니다. 2019년에 선보인 ‘지평일구이오’는 1925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지평주조 첫 레시피와 주조법을 복원한 사례죠. 알코올 도수가 기존 상품보다 2도 높은 묵직한 맛이라 애주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흔한 매체 광고 하나 없이 SNS에서 소비자의 후기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회사가 급성장하던 시기에는 마케팅을 담당할 인력이 없었고, 신경 쓸 여력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SNS를 많이 이용하는 2030세대가 지평막걸리 사진과 함께 긍정적인 맛 평가를 남기거나 추천하는 글을 많이 올리더군요. 감사한 마음에 2018년 10월, 본격적으로 지평주조 SNS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1925년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지평주조의 역사를 알리면서 ‘막걸리는 올드하다,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2030세대를 겨냥한 주류 소비 트렌드에 맞춰 지평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이색 안주 조합이나 와인 잔, 칵테일 잔, 고급 도자기 잔 등을 활용해 막걸리로 분위기 연출을 제안하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임직원의 이야기 혹은 회사 생활 등을 공개했고, 음악회와 협업하거나 막걸리 빚기 체험 등을 진행했지요. 문화 행사에 대한 반응이 좋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유통망을 확대하며 취임 10여 년 만에 200억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매년 5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한 셈인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평막걸리가 양평 지역 중심으로만 판매할 때 다른 지역민이 방문해구입하는경우가꽤많았습니다.판매지역을 확대해도 승산이 있겠다 싶어 양평과 가까운 수도권으로 영업망을 넓혔고, 2019년에는 제주까지 확대해 2년 만에 전국구 막걸리로 발돋움했습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거래처와의 상생 전략이 핵심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지평주조는 본사와 대리점이 윈윈하는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제대로 된 마진 구조로 본사에 이익을 돌려주는 거죠. 2017년부터는 해외 연수 기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평주조는 임직원이 상품과 브랜드에 자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하며 한마음으로 키워가는 회사입니다. 힘에 부치는 일도 있었지만, 함께 견디고 최선을 다했기에 모든 임직원에게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그런 만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복지 제도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연수, 교육, 워크숍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더욱 집중할 계획입니다.


지역 이름을 딴 회사이니만큼 지역과의 관계성도 중요한 요소일 듯합니다.
세계적인 맥주 회사 ‘기네스’를 롤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기네스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지역민 고용은 물론 다수의 사회 공헌 사업으로 유명합니다.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며 하나의 콘텐츠가 됐지요. 지평주조도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현재는 장학금 지원, 기부금 조성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또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지평양조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위치한 지평주조 최초의 양조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 중 하나로, 2014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로 지정돼 현재 복원 공사 중입니다. 복원이 완료되면 전시관, 체험관 등으로 활용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세계 최고의 우리 술’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막걸리를 비롯한 우리 술이 멕시코의 테킬라나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업 계승을 고민하는 청년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가업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 그리고 노력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선대가 노련하게 일군 업을 답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업을 더욱 견고히 하고 세상에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업의 세월에 세련미를 더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평주조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지평주조는 ‘JPTAIPS(Ji Pyeong Total Asset Intelligent Prediction System)’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제이피테입스(JPTAIPS)는 지평종합자산예측시스템을 일컫는데, 핵심은 데이터 확보와 예측입니다. 모든 데이터의 중앙 집적화를 통해 보다 세밀하고 엄격한 품질관리가 가능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복잡다단한 변수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우리 술’을 만드는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막걸리를 비롯한 우리 술이 멕시코의 테킬라나 러시아의 보드카처럼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장르가 되기를 바랍니다. 술 제조를 넘어 우리 술을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고 이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사진 제공 지평주조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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