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콜로라도주의 볼더는 주변 권역을 포함해 인구 33만 명의 도시로 GDP는 2017년 기준 미국내 상위 18위를 차지하고 있고 1인당 GDP는 7만 달러로 미국 내 상위 11위이다. 이러한 수치가 놀라운 것은 석유나 천연가스 또는 거대 산업의 도움없이 해발고도 1,600m 로키산맥 산기슭에 위치한 인구 10만 명의 작은 대학 타운에서 테크분야 창업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콜로라도 볼더 지역은 2016년 이래로 미국 내에서 인구 수 대비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 인재 및 일자리 비율을 종합한 지수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북으로 로키산맥이 관통하고 있는 콜로라도는 과거 금과 석탄 등 지하자원을 채굴하는 광산업이 활발하던 곳이다. 골드 러시 시기에 채굴자들에게 장비를 공급하던 여러 도시 중 하나로 시작된 볼더는 일찍부터 교육과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그리고 두개의 과학기술 분야 연방연구소를 적극 유치했다. 이와 함께 자연경관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1950년대부터 산 경관을 지키지 위해 법으로 개발을 제한해 왔고, 1967년부터 도시 주변의 녹지공간을 매입하기 위해 0.4%의 판매세를 거두어 곳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도록 주요 도로를 우회해서 만들었다. 신규 주택 건설은 매년 2%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덴버와 같은 주변 대도시 보다 비싸다. 도시는 팽창에 저항하는 정책을 갖고 있어서 토지이용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업자들이 볼더에서 창업을 하거나 머무르는 이유로 잘 보존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살기 아름다운 곳이면서 동시에 먼저 베푼다는 의미의 Give First로 상징되는 이곳의 스타트업 커뮤니티 문화를 꼽고 있다.
Give First란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반대급부를 전혀 기대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뜻한다. 자선의 의미가 아니라, 경험 많은 창업자들이 먼저 경험한 것에서 오는 통찰을 기반으로 다른 초기 창업자들이 여러 도전들을 헤쳐나갈 수 있게 돕는다는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1995년 테크분야에서 엑싯한 창업가로 초기단계 스타트업 투자자로 활동을 시작한 브래드 펠드(Brad Feld)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반해 볼더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6개월 후에는 아예 정착하는데 당시만해도 볼더에는 창업자도 투자자도 많지 않았다. 다만, 볼더는 거주민의 30%가 학생과 교직원이고 연구소를 중심으로 박사학위 소지자들도 많아 독립적으로 사고하며 지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는 도시에 새로 유입되는 인재들에게는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었고, 그가 투자한 곳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창업자들에게는 항상 응답하고 지원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갖고 대가에 대한 기대없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Give First를 먼저 시작하고 일상에서 보여주었다. 그의 실천이 하나의 이곳 문화가 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이 지역으로 끌어 모으고 이 생태계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일상에서 그 가치를 실현하는 선순환 확장을 이루게 했다. Give First는 콜로라도 창업 생태계를 규정짓는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강하게 만드는 문화로 지속되고 있는데, 이 문화는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의 설립과 함께 제도적으로 정착된다.
테크스타는 브래드 펠드가 연쇄 창업가였던 데이비드 코헨(David Cohen)과 함께 2006년 콜로라도 볼더에 설립했다. 2019년 기준으로 1,600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였으며 이들의 기업가치는 18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내 보스턴, 시애틀, 뉴욕, 오스틴으로 확대되어 갔으며 해외 지역과 22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테크스타는 지속적으로 Give First 문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테크스타의 행동지침(Techstar Code of Conduct)에도 잘 나타나 있다. 테크스타의 행동지침이란 세상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Give First를 모토로 하고 있는 전체 테크스타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어떤 것을 해야하고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크게 세 가지 원칙, 1.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 2. 진정성을 갖고 행동한다(We Act with Integrity) 3. 다른 사람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대한다(We Treat Others with Respect)를 기준으로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Give First란 어떤 행동들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베푼다(We Give First)
① 언제라도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다만 도움을 요청을 할 때는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해서 명확하고 핵심적인 것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② 네트워크 내에서 온 요청에 대해서는 빠르게 답한다. 테크스타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이 보낸 요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답하며, 평일 기준 2일 이내에 답한다.
③ 선순환을 만들어 간다. 어떤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커뮤니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베풂으로써 에코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해 주도적으로 일한다.
④ 다른 사람들의 도움에 대해 감사히 여긴다. 고객, 멘토,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드는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한다.
⑤ NO라는 답변도 존중한다. 요청한 것에 대해서 NO라는 답변을 받아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⑥ 인재 풀과 비즈니스 기회를 공유한다. 직접 채용하지는 않았지만 최종 후보에 있었던 사람들은 네트워크내에서 공유한다. 좋은 비즈니스 기회들을 인지하였을 때 네트워크내에서 공유한다.
볼더에서 뿌리내린 Give First 커뮤니티 문화는 테크스타의 확장을 통한 스타트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성장에 의해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와 취약 계층들을 지원하는 조직들이 생겨나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콜로라도 1%의 기부(Pledge 1% Colorado)’라는 비영리단체의 설립인데, 이곳은 민간기업이 1%의 지분, 수익, 제품, 시간 등 어떠한 형태라도 자산의 1%를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기부를 돕고 있다. 콜로라도 볼더에서 설립되어 성장한 랠리 소프트웨어(Rally Software)도 지분의 1%를 기부한 기업이었는데, 이 기업이 상장되면서 1%의 기부는 150만 달러의 가치가 되었다. 이 비영리조직에는 2019년 기준으로 콜로라도 전역에서 228개 기업들이 가입해 있으며, 기부액은 800만 달러에 이른다.
브래드 펠드는 한 지역에서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생태계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며 커뮤니티에는 구심점을 제공하는 문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콜로라도 볼더 사례는 그 핵심이 경험 많은 세대가 먼저 대가 없이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정신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글 이정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전략팀장
참고
Brad Feld, Startup Communities, John Wiley & Sons, 2013
Burt Helm, “How Boulder Became America’s Startup Capital.” Inc., December 4, 2013
Tamara Chuang, “How Tachstars’ “GiveFirst” manstra became a road map for the startup
community in Colorado and beyond.” The Colorado Sun, Decebmer 4, 2018
Vincent Del Giudice and Wei Lu, “These are America’s New Top Tech Hubs.” Bloomberg,
November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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