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X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다. 2019년 6월 선보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에 이어 지난 6월 3일,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Klip’을 출시했다. 오픈 후 한 달여가 지난 현재, 클립 가입자는 17만 명을 넘어섰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넥스트 인터넷을 열어가는 그라운드X 한재선 대표에게 디지털 네이티브 밀레니얼 세대와 세대를 넘어 구현될 디지털 자산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넥스트 인터넷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복잡하고 어려운 신기술, 혹은 가상화폐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블록체인은 무엇보다 인터넷의 신뢰 기반을 재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X는 이 점에 집중해 다음 세대를 위한 인터넷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현재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를 만들었다면, 넥스트 인터넷은 디지털 자산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실현할 것입니다. 정보를 넘어 내가 소유한 디지털 소유물의 가치가 재산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겁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가상 세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거래하고, 현실 세계의 재화로도 교환하죠. 이처럼 가상 세계의 아이템에서 시작해, 현실 세계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자산처럼 쓰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라운드X는 디지털 자산이 열어갈 넥스트 인터넷의 미래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선보인 ‘클립’이 출시 21시간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디지털 자산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입률이 높았을 것 같은데, 가입자의 세대 분포는 어땠나요?
가입자의 52%가 35세 이하의 밀레니얼 세대였습니다. 의도적으로 특정 세대를 타깃으로 삼지 않았음에도 밀레니얼 세대의 반응이 컸던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신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세대적 특성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 역시 고르게 분포했는데, 간편한 가입 절차와 사용자 경험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입자 분석을 통해 모든 세대에 걸쳐 디지털 자산에 관심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클립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밀레니얼 디지털 자산 그룹(이하 MDAG)’ 출범식이 있었죠.
MDAG는 밀레니얼 세대가 직접 디지털 자산을 연구하고 발굴하는 모임입니다. 우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며 디지털 개체를 만듭니다. 게임 아이템부터 사진과 영상, 댓글과 ‘좋아요’ 클릭이 모두 해당됩니다. 아직 이런 활동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없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 개체에 소유권을 부여해 자산화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이미 경험에 의해 디지털 자산 개념을 체화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를 축적하는 데 유리할 겁니다. 그라운드X는 미래의 디지털 자산가인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아직 초기 단계인 디지털 자산을 연구하고 개발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MDAG 가운데 디지털 자산을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문법에 맞는 참신한 사업을 선보이는 팀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미래의 디지털 자산가라는 점 외에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나요?
흥미롭게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떤 면에서 블록체인과 철학이 맞습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를테면 비트코인을 구성하는 컴퓨터를 운영하는 마이너들은 각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런 탈중앙화 방식의 운영이 모여 누구도 중지시킬 수 없고 감독할 수 없는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중심성에 블록체인의 인센티브 구조를 엮으면 탈중앙화된 형태의 서비스나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유죠. 또 블록체인은 공정한 프로세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중시하는 원칙입니다. 이 점에 주목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위조 불가능한 증명서를 만든다면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밀레니얼 세대와 공명하는 지점이 있기에 블록체인 기술은 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실현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될 겁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넥스트 인터넷의 판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면, 그 이전 세대에 대해서는 어떤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나요.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에게 디지털 자산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일 겁니다. 이들에게는 블록체인 기술은 이면에 두고 익숙한 사용자 경험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죠. 자녀가 획득한 한정판 임영웅 팬 카드를 카카오톡과 연동된 클립 지갑을 통해 어머니에게 선물로 전송합니다. 어머니는 임영웅 콘서트 초청장 이벤트에 자동으로 응모됩니다. 당첨된다면 디지털 티켓이 클립 계정으로 수신되고, 그 티켓으로 콘서트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지만, 사용자는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결국 기존 세대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법이 핵심이겠지요.
IT 분야 스타트업 CEO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차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와 어떤 차이가 느껴지는지요. 이들이 주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달라질 거라 예상하나요?
밀레니얼 세대 CEO는 이전 세대보다 공감의 가치를 중시한다고 느낍니다. 공감을 위해서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전 세대는 좀처럼 그러지 못했어요. 정답을 찾는 교육 시스템에서 자라 수직적인 직장에 몸담다 보니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보다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게 추진력이고 미덕이라 생각했죠. 밀레니얼 세대는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의견을 조율해 합의점을 찾는 데 능숙해 보입니다. 또 요즘 CEO들은 동종 분야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즐기고, 이를 통해 좋은 시너지를 이끌어내더군요. 예측하건대 이들이 만들어가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고, 성장보다 문화를 우선시할 거예요. 급격한 성장으로 유니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거나 지속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등 새로운 문화 자체가 경쟁력인 곳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진 제공 그라운드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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