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맥1897협동조합·다자요·빌드 투자 사례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고,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활력을 잃은 원도심을 살리고자 협동조합을 조직해 펍과 스테이를 운영하는 조합원, 빈집을 재생하고 확대하는 선순환 시스템에 주목해 자금을 보탠 개인 투자자, 지역 재생을 위해 힘쓰는 로컬 기업을 눈여겨본 시민 자산화 투자자 등을 통해 로컬에 투자하는 다양한 방식을 알아본다.
김창모 조합원
현재 건맥1897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20대부터 NGO를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한 소셜 디자인, 사회적참여,지역과 생활 정치 쪽에 관심을 두던 차에 지역 재생과 시민 자산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건맥1897협동조합에 입단했다.
목포 원도심 만호동 해산물 거리의 상인과 주민이 모여 ‘건맥1897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의 시발점이 된 것은 작년 9월에 열린 ‘건맥1897축제’다. 인근 신도시 개발로 거주민 대거 이탈이 일어났고, 만호동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자 주민과 상인이 주축이 되어 건어물과 맥주를 결합한 축제를 기획했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의 전폭적인 지원과 만호동 해산물 상인회·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로 축제에는 약 6000명이 방문했다. 연속성을 띠면 좋겠다는 지역민의 바람을 담아 건맥1897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축제 기획부터 함께한 김창모 조합원은 앞장서서 조합원과 주주원을 모집했다. 그 결과 100명의 참여로 6000만 원의 조합금을 거뒀다. 건물 매입 등 자본금조달은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가 담당했는데, 도시 재생 기금과 지역 자산화 지원 사업 등 여러 사회적 금융을 통해 약 3억5000만 원을 유치했다. 2020년 7월 16일, 전국 최초로 주민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마을 펍 ‘1897건맥펍’을 만들었고, 10월에는 시민 자산화 2호점 ‘건맥스테이’를 선보인다.
건맥1897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민 주도로 지역에 긍정적인 사례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지역의 변화는 주민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개인의 의지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홀로 재생 사업을 꾸리기에는 벅차요. 관 주도가 아닌, 주민이 직접 성과를 낸 사례가 턱없이 부족하고, 지역 관련 총괄은 공공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죠. 지역성은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지역에 축적된 주민의 경험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얽혀 발현되는 고유함이라 생각합니다. 건맥1897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지역을 위해 청년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 세대를 넘나드는 통합적 경험, 지역의 역량과 중간 지원 조직, 그리고 관계 자본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식을 개척해간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투자 방식은 어떤 것인가요?
협동조합 입단 시 최소 출자금은 50만 원입니다. 저는 100만 원을 냈고요. 많게는 500만 원까지 출자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1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총 6000만 원을 모았습니다.
‘건맥1897축제’ 기획부터 조합 결성까지 함께했습니다.
‘건맥1897축제’ 기획 당시 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상권 활성화예요. 지역민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 의지가 동력이 되어야 하고요. 이상적인 구성원이 모였고, 동기부여가 이뤄졌다는 면에서 축제는 성공적이었죠. 만호동 해산물 상인회와 해산물 조합원의 능동적 참여로 지역에서 난 제철 건해산물을 안주로 결합할 수 있었어요. 축제는 작년 9월 28일, 단 하루 열렸고, 현장에 60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지요. 축제를 진행한 사람들이 주민 중심의 조합을 형성해 이벤트성이 아닌, 거리 활성화를 도모해보자고 뜻을 모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어요. 거점이 될 펍을 만들자, 여행자가 와서 묵을 호스텔도 필요하다, 펍과 호스텔도 지역민이 직접 운영하자, 그보다 같이 소유하는 편이 좋겠다 등의 의견이 모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건해산물 거리의 상인회와 만호동 주민, 목포 시민에게 건맥1897협동조합의 사업 취지를 설명하며 조합원 참여를 제안했고요. 그 후 100명의 조합원이 모였어요. 건해산물 거리상인회 40%, 만호동 주민과 목포 시민 60%, 그 외 타 지역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건맥1897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어떤 임무를 맡았나요?
초기에는 ‘1897건맥펍’의 총괄 매니징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건맥스테이’의 운영을 맡았고요. 더불어 건맥1897협동조합의 법인 업무를 병행하는 비상근 사무국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맥1897협동조합 사업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목포 지역의 구심점이 되는 앵커가 되길 바랍니다. 마을 자산으로 시작한 사례가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요. 지역민의 커뮤니티가 로컬 브랜드로 성장한다면 목포를 넘어 국내외 많은 지역에 좋은 본보기가 될 거라 예상합니다.
로컬 투자에 관심을 갖는 지역의 투자자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무언가를 함께 겪고, 나누는 사회적·경제적 경험이 부족한 토양에서 살아왔죠. 로컬 투자는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이기도 해요. 그 안에서 일자리와 지역의 수익이 창출되고, 주민은 해당 지역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죠. 나아가 생활 정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둘 수 있을 테고요. 일련의 과정으로 지역이 재생되고 다시금 마을에 활기가 돌 거예요. 로컬에 투자한다는 건 곧 행복에 투자하는 겁니다. 그 경험을 꼭 누려보길 바라요.
건맥1897협동조합
목포의 원도심 만호동을 재생하고 일대 상권을 살리기 위해 해산물 상인회, 해산물 조합원, 주민이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100여 명의 조합원을 모집했고, 한 구좌당 50만 원을 설정해 약 6000만 원의 조합금을 모았다. 건맥1897축제 기획부터 함께해온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회적 금융을 조달, 건물을 매입해 1층에는 펍을, 2층에는 스테이를 만들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 보장한다. 펍 이용 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조합원 이익금은 출자금의 10% 한도 내에서 배당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별도 적립금 10%를 축제와 일자리 창출, 지역 내 문화 예술 활동 등에 지원한다. 건맥1897협동조합은 일대 해산물 거리를 ‘건맥’ 거리로 특화할 계획이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와 목포시는 만호동 건해산물 거리 활성화 계획에 따라 해산물 상인회와 주민 협의체 등과 함께 건맥1897축제를 기획했다. 축제 이후, 연속성을 띠면 좋겠다는 상인회와 주민들의 바람에 귀 기울여 마을펍을 제안했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는 건맥1897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주주 모집에 팔을 걷었다. 도시 재생 기금, 행정안전부의 지역 자산화 지원 사업, 신용보증기금의 사회적경제특례보증, 신협의 상생협력대출, 재단법인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의 매칭 자금 등 사람들에게 낯선 정보인 데다 직접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도와 3억5000만 원을 마련했다.
전은호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장
국토연구원으로 일하다 사회적 경제, 사회 주택, 마을 공동체 등으로 업무를 확장하며 시민 자산화와 같은 공공에 기반한 도시 전환을 모색하고자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에 왔습니다. 건해산물 거리 활성화를 위해 도시 재생 뉴딜 사업 차원에서 계획한 이벤트인 건맥1897축제 이후 지역민의 의지로 건맥1897협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민의 역량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사업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협동조합의 틀을 만드는 데 지원했습니다. 다양한 사회적 금융을 조달하며 건물 매입과 리모델링 작업에 동참했는데,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허승준 개인 투자자
SK그룹의 비영리 연구재단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측정협력팀장이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경제적 가치와 균형 있는 성장을 돕고, 주주로서 다양한 개선책을 제안한다.
‘다자요’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제주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구옥을 리모델링해 숙박 시설로 제공한다. 오랜 구옥의 외관과 뼈대는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현대식으로 재단장했다. 2017년 8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했고,세 차례에 걸친 채권, 리워드, 주식형 펀딩을 통해 약 200명으로부터 총 5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업 취지에 공감한 개인 투자자 허승준은 다자요가 그리는 선순환 구조를 높이 평가했다. 오래된 옛집을 개조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숙소를 이용하는 여행자를 초대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모인 자금을 바탕으로 빈집 재생을 확대하는 등 무형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실거주자가 농어촌민박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됐는데, 다자요의 사업이 주춤했을 당시 과감히 재투자했다. 사회적 가치를 도모하는 만큼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그의 예견대로 최근 농어촌민박업 개선안을 담은 한걸음 모델*이 도입됐고, 우선 적용 모델로 다자요가 선정되며 300일 이내로 영업 일수를 제한해 시범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내년 실증특례 운영 실적, 농어촌 빈집 숙박업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별도 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한걸음 모델 정부 주도로 신구 사업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해관계자가 할 걸음씩 양보해 만든 합의안.
다자요에 개인 투자자로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찾아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액으로 투자하는 것이 취미예요. 그중 다자요가 눈에 띄었는데, ‘빈집 재생 프로젝트’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여겼어요. 방치된 공간을 재생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제주다운 숙소를 찾는 이들의 수요를 충족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와디즈를 통해 다자요를 알게 됐어요. 와디즈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IR(투자를 대상으로 기업 경영 활동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 활동) 자료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이죠. 두 번에 걸쳐 다자요에 약 600만 원을 투자했습니다. 도순돌담집으로 시작해 사업이 빠르게 확장하는 모습을 보며, 투자자로서 시장의 가능성을 느꼈고요. 농어촌민박업 위반으로 영업이 불가했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불합리한 규제로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안타까워, 주주로서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지역민이 아닌, 외지인으로서 제주 빈집 재생 프로젝트에 주목한 점이 의외예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제주와 혈연적 인연은 없습니다만, 1년에 두세 차례 여행할 정도로 제주를 좋아합니다.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무는 것보다 제주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아늑한 숙소를 선호하고요. 다자요는 더할 나위 없이 제주다운 숙소라 생각했습니다.
다자요의 개인 투자자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요?
다자요와 같은 비상장 스타트업은 소액으로도 주식을 확보할 수 있고, 경영진과 소통이 용이합니다. 즉 CEO와 직접 소통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죠. 즉각적인 피드백과 반영이 이뤄지는 구조라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요.
다자요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적정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투자금을 넘어서는 무형의 가치가 발현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자요에서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숙박권으로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기에 투자금 이상의 가치를 회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자요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지역 곳곳에는 쓸모를 잃은 공간이 많습니다. 다자요가 유휴 공간 재생 사업 분야에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아나가면 해당 비즈니스 모델이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빈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이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공간을 묶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성할 수 있을 테고요. 굳이 숙소가 아니더라도 사무실,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하게 변모할 수 있겠죠. 모쪼록 지역 내 많은 공간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합니다.
개인 임팩트 투자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두 가지를 주요 전제로 놓고 투자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첫째, 시장과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둘째, 따라서 투자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잃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저는 주로 와디즈를 통해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익을 실현한 곳은 없지만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것으로 의미를 찾고 있습니다. 또 이전에는 부동산이나 주식 내에서 종목을 구분하려 했으나, 요즘은 자산에서 배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고요. 같은 자산군 내에서 종목을 구분하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에 효과적입니다. 뉴스와 서적, 전문가 유튜브를 통해 시장의 흐름을 짚는 것도 중요하고요.
다자요
도내에 방치된 2만 5000곳의 빈집에 주목했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구옥의 모습은 간직하되, 내부는 세련되게 구성해 여행자에게 숙소로 제공한다. 2017년 8월 와디즈를 통해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펀딩으로 무보증 사채, 연이율 3~7%, 만기 24개월(이자 연 1회, 총 2회 지급)을 내걸었고, 약 2억 원을 조달해 1호점으로 도순돌담집 빨간집과 파란집, 두 채를 선보였다. 10년간 장기 무상 임대 계약을 체결해 빈집을 확보한 후 투자금으로 집을 리모델링하고, 숙박비로 수익을 얻는다. 한 채당 1억 원의 리모델링 비용이 발생하는데, 연평균 약 30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투자자 회수액은 리모델링 비용 1억 원을 상쇄한 후 3년 4개월부터 순이익금으로 산출된다.
와디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다자요의 사업 취지인 제주에 방치된 빈집을 재생해 지역은 물론 사회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높이 샀다. 와디즈는 다자요가 빈집 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리모델링 자금과 더불어 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힘을 보태줄 팬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다. 펀딩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며, 1차 채권형 펀딩 약 2억 원, 2차 리워드형 펀딩 약 1500만 원, 3차 주식형 펀딩으로 약 3억 원을 유치했다. 리모델링 진행 과정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 투자자의 참여를 느낄 수 있게끔 하고, 투자 금액별로 숙박권을 제공해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김효진 시민 자산화 투자자
월곶동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다. 빌드에서 만든 레스토랑과 플라워 북 카페를 이용하다 로컬을 재생하고 지역민을 우선하는 빌드의 사업 취지에 공감해 빌드의 세 번째 공간 겸. 시민 자산화 1호 사업인 키즈 카페 바이아이에 투자를 결정했다.
‘빌드’는 시흥시 월곶동을 중심으로 지역을 재생하는 로컬 스타트업이다. 월곶신도시라 불리지만 포구 기능 상실과 난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자 빌드에서 현 거주민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월곶동 거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육아 가구의 편의를 위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예스 키즈존’을 다양하게 구성한 것. 아이를 위한 건강 메뉴와 놀이 공간이 마련된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휴식과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플라워 북 카페 ‘월곶동책한송이’를 차례로 선보였다. 시흥시에서 주최하는 시민 자산화 시범 사업에 빌드가 선정돼, 2018년 6월 25일 키즈 카페 ‘바이아이’를 만들었다. 시민 자산화는 지역민이 출자금을 대고 공동 소유를 전제로 시작하는데, 바이아이는 시에서 주최하는 시범 사업이라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 시흥시의 공유 재산 5년 임대 방식으로 시작해 계약 만료 후 지역민 공동 자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초기 운영 자금은 비플러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6300만 원을 모았다. 월곶동 주민인 김효진 시민 자산화 투자자 역시 이 과정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지역에 꼭 필요한 공간이며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빌드의 시민 자산화 1호 사업 ‘바이아이’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빌드가 운영하는 공간을 애용해왔습니다. 월곶동에서 부모에게 필요한 공간과 참신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빌드의 사업에 큰 만족을 느꼈어요. 임팩트 투자 전문 기업인 비플러스에서 시민 자산화 시범 사업 1호로 키즈 카페 ‘바이아이’를 론칭할 것이고, 이에 시민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봤습니다. 투자자 자격으로 100만 원을 보탰습니다. 투자금 회수는 6개월간 매월 이자를 상환받고, 이후로는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 방식이었어요. 사업이 잘되어 미래 수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부모와 자녀를 위한 공간 운영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지역민으로서 시민 자산화 사업에 공감한 부분은요?
빌드가 운영을 맡고 있는데, 그간 빌드의 발전 과정을 봐왔기에 믿음과 애정이 있었습니다. 노키즈존이 유행처럼 번져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기 두려웠던 때 빌드의 바오스앤밥스가 구세주처럼 나타났어요. 부모와 아이가 편히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인데,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월곶동에 적합한 사업 모델이기도 했죠. 이어 플라워 북 카페 월곶동책한송이를 열었어요. 지역 내 꼭 필요한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받으니 동네 주민으로서 삶의 질이 높아졌습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고요. 굳이 다른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좋습니다. 이제는 옆 동네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니까요.
바이아이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지속 가능성입니다. 시민 자산화에 참여하는 주주 입장에서 봤을 때, 수익금보다는 해당 사업이 지역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는 지가 중요합니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투자를 결정지어요. 큰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계속 동네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바이아이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이 또 다른 시민 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키즈 카페와 다른 바이아이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아이에게는 사회성을, 부모에게는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아이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일방적인 놀이 방식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구조물과 지형으로 여럿이 함께 어울려 놀며 사회성을 기르고, 놀이 선생님을 따라 다양한 놀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독서나 영화 감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고요. 아이와 부모 입장에서 고안해낸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어요.
시민 자산화 투자를 고민하는 지역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동네에 필요한 공간, 부모와 자녀가 좋아하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간다면 얼마나 가치 있을까요? 가족과 이웃, 주민이 뜻을 모아 조성해간다면 수익 창출은 물론 살기 좋은 지역을 주민이 직접 완성하는 의미 깊은 선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빌드의 시민 자산화 사업에 기대하는 바는요.
빌드가 만든 공간은 월곶동 주민과 인근 지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시민 자산화에 참여하는 주주들이 첫 번째 단골손님이고 서포터즈지요. 시민 자산화 공간이 지속되고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빌드가 다음번에도 시민 자산화 공간을 마련한다면 투자자로 참여하고 싶어요.
빌드
지역 내 문제점을 발견해 대안을 마련하는 로컬 스타트업이다. 로컬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역 재생 커뮤니티 사례를 만든다. 어린 자녀를 둔 육아 가구가 월곶동 주민의 약 49%를 차지하는 데 반해 아이와 관련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빌드는 이 점에 착안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해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플라워 북 카페 월곶동책한송이를 마련했다. 빌드의 세 번째 공간은 시흥시와 빌드가 협력해 월곶 시민자산화 시범 사업 1호 모델로 만든 바이아이다. 시흥시에서 공간을 매입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있다. 5년간 수익을 내고 지속 가능한 사업임을 입증하면 월곶 주민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된다. 바이아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금융 기관 대출금 50~60%, 빌드 자본금 20%, 시민 투자금 20%로 구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빌드에서 운영하는 바오스앤밥스를 시민 기업 형태로 전환해 운영권을 지역 주민과 나누는 자산화를 진행 중이다.
시흥시
시흥시에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과 함께 공동체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시민 자산화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공간을 시가 확보해 소정의 임대료를 받고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입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자산화 관련 공동체 명의의 특수 목적 법인 설립 등에 사용해 공동 자산 취득의 기틀을 다진다. ‘시흥형 시민자산화’라는 이름으로 연구 용역과 전문가 컨설팅을 거쳐 2017년 9월 월곶동에 166m²(약 50 평)의 공유 재산(공간)을 매입했다. 같은 해 12월에 예비 사회적기업인 빌드에 임대했고, 이듬해 6월 25일 전국 최초로 시민 자산화 시범 사업인 바이아이가 문을 열어 지역의 부를 창출하고 공동체 활성화를 돕고 있다. 최근 빌드의 네 번째 공간이자 시흥형 시민 자산화 시범 사업 2호 월곶식탁이 탄생했다. 월곶식탁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판매하고, 요청에 따라 공유 주방으로 기능한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