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맥주·컨텍으로 보는 제주의 투자 혁신
론칭 3년 만에 코스닥 상장을 눈앞에 둔 제주맥주는 누적 투자액 600억을 달성해 화제다.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지 금액이 아닌, 브랜드 론칭 전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던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기존 투자사를 비롯한 6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그중 재무적 투자자 중 절반 이상이 2회 이상 중복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다. 또 우주 분야의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으로 최근 제주에 우주지상국을 구축 중인 컨텍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시드머니 투자 유치 이후 크립톤과 신한금융그룹, 위벤처스 등에서 투자금을 유치하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제주맥주, 컨텍 사례를 통해 투자자가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짚어본다.
2020년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서 제주 지역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제주맥주(대표 문혁기)는 해당 지원 사업을 통해 ‘제주한달살이’ 4명 모집에 10만 명이 지원하는 등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에 등극했다. 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세계적인 맥주 회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아시아 첫 자매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3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연간 2000만L의 맥즙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양조장을 지었고, 현재까지 누적 투자 금액은 약 600억 원에 이른다. 제주 청년 7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창업과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을 열어 회사 비전에 공감하는 소액 주주를 모아 팬덤을 형성했다. 오픈 1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인 7억 원을 돌파했으며, 주주원 419명 모집 역시 금세 완료됐다. 3년간 매년 20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한 제주맥주는 최근 양조장을 2배가량 증설해 연간 4000만 캔 이상의 생산 계획 아래 프리 IPO(회사가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 유치 방식)로 140억 원을 유치했다. 투자에 힘을 보탠 곳은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함께해온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비롯한 6개 기관이다. 프리 IPO 과정에서 제주맥주는 약 1000억 원 수준의 ‘투자 후 기업 가치(Post-money Value)’를 평가받았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예비 유니콘 기업에 제주맥주가 선정됐습니다. 선정 기업은 최대 100억 원을 지원받죠. 제주맥주의 잠재력과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던가요.
맥주 스타트업 최초로 예비 유니콘에 선정됐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지속적인 연구와 설비 투자를 통한 양질의 상품 생산, 매년 200% 이상 성장, 새로운 시도와 혁신에 따른 상품군 확대, 타기층의 다양화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와 경쟁 가능한 국내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주맥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사실 2015년부터 투자사로부터 재무적·전략적 투자를 받았습니다. 미래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설비 투자인 카펙스(CAPEX) 시스템으로 3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해 양조장을 설립했어요.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 조달이 아닌, 팬덤 형성을 목표로 진행했고요. 팬들이 제주맥주의 시작과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하고, 응원에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펀딩 구성을 양조장 투어권, 제주맥주 행사 우선 초청권 등 소액 주주에 대한 혜택으로 꾸렸습니다. 또 맥주업계 최초로 직접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모회사의 보통주를 크라우드 펀딩 제도로 발행해 주주들이 기업의 성장에 따라 이익을 나누도록 했죠. 오픈 11시간 만에 7억 원을 돌파했고, 주주원 419명 모집을 완료했어요. 해당 투자금은 제주맥주 론칭 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자금으로 활용했습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인가요?
맥주 산업은 기본적으로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장비 설비에 많은 투자금이 필요합니다. 양조장 부지만 있던 2015년 당시 엔젤투자자를 비롯해 전략적 투자자인 코스피 상장 물류사, 제주도 면세 사업자, 주류업계 원로들에게 투자를 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양조장 설립을 앞두고 벤처캐피털의 도움을 받았고요. 작년 6월에는 맥주 생산량을 높이고,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양조장을 증설했습니다. 투자금 대부분은 양조장 신축과 증설, 설비 도입 등에 사용합니다. 신규 투자자도 많지만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주맥주의 성과를 곁에서 봐온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와 별개로 사업 확장에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맥주는 맛의 신선도가 중요해 빠른 유통이 생명인데, 코스피 상장 물류사가 제주에서 육지로 하루 만에 물류 배송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었어요.
투자자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은 부분을 꼽는다면요.
해외 맥주 브랜드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양질의 상품을 생산한다는 점이 제주맥주의 경쟁력이 아닐까 합니다. 사업 확장성을 고려해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가 아닌 대기업과 동일한 일반 주류 제조 면허를 취득했습니다. 전 세계 최다 수출국을 보유한 크래프트 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유럽 1위 맥주 설비 컨설팅 업체 비어베브를 통해 최고 수준의 설비를 들여 고품질 맥주 양조가 가능합니다. 또 소비자가 맥주를 접하는 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제주맥주가 설립되기 전, 도내에는 대규모 제조업 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제주를 거점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수입 맥주의 유일한 대안은 수제 맥주의 로컬성이라 생각했습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포함한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공통적인 특징을 보면 특정 지역을 브랜드에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인 지명이 주는 이미지와 그곳에서 나는 원물의 신선함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죠. 맥주를 매개로 전. 세계에 생동감 있고 여유 넘치는 제주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제주맥주의 브랜드 컬러인 하늘색은 양조장과가까운 금능해변을 떠올리게 하며, 시그너처인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유기농 감귤 껍질을 담았죠. 또 양조장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일반인이 생산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제주맥주 양조장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제주 관광지 역할을 겸합니다.
수량이 아닌 가격으로 과세를 산정하는 주세법이 올해 개정됐습니다. 수제 맥주 시장이 활성화되어 제주맥주의 폭발적 성장도 있었을 듯해요.
주세법 종량세 개정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수요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작년 여름부터 양조장 규모를 4배로 증설하고, 맥주 출고가를 인하했습니다. 소비자가 제주맥주를 어디서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국 5대 편의점, 대형 마트, 슈퍼마켓 체인점 등에 입점시켰고요. 이러한 움직임 덕에 2020년 상반기 매출이 148억 원으로 집계됐어요. 상반기 총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4배를 기록했습니다. 가정 채널 중 편의점 매출이 동기 대비 3.6배, 대형 마트 매출이 3.5배 증가한 것이 주효했죠. 기세를 몰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양조장을 한 번 더 증설할 계획입니다.
제주맥주의 다음 행보에 대해 알려주세요.
론칭 3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가 됐습니다. 올해는 수입 맥주와 경쟁하는 브랜드로 도약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80년간 변함없던 한국 맥주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한국 고유의 맥주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성희 대표는 16년간 항공 우주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우주 산업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아 2015년 우주 산업 스타트업 컨텍(CONTEC)을 설립했다. 위성 지상국을 세워 위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수신하고 해당 데이터를 가공해 고객에게 수신하는데, 국내에서는 우주 산업이 아직 낯선 탓에 이를 인식시키는 작업은 물론 투자를 얻어내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2년간 국내외로 일주일에약세번씩,하루네번사업을발표하러다니던중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를 만났다. 제주에 위성 지상국을 세우겠다는 컨텍의 단단한 의지에 센터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센터의 시드 머니 투자금을 발판 삼아 도약한 컨텍은 센터의 협력 관계를 통해 크립톤에서 1억 원, 신한금융그룹에서 5억 원, 위벤처스에서 10억 투자금을 유치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위치한 용암해수단지에 위성 지상국을 세우며 시리즈 A를 완료했다.
센터의 시드머니 사업을 디딤돌 삼아 투자를 단계별로 밟아 나갔다고요.
데이터를 수신하는 안테나 하나를 설치하려면 적어도 14억~15억 원이 소요됩니다. 투자처가 필요해 알아보던 중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쓰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알게 됐습니다. 2018년 7월, 센터에서 매달 진행하는 스타트업 피칭데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이듬해 센터로부터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기반 마련을 위해 조성된 시드머니 3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장비 마련에는 부족한 금액이라 다음 기업에게 양보하려 했죠. 그런데 담당 팀장님이 단순히 투자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센터에서 투자하고 협력했다는 타이틀을 얻고, 센터에서 관련 투자자를 연결해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센터에서 크립톤을 소개받아 1억 원을 투자받았고, 크립톤에서 신한금융그룹을 주선한 후 5억 원을, 신한금융그룹이 위벤처스를 맺어주어 10억 투자금 유치로 이어졌습니다. 필요한 금액이 딱 15억 원이었어요. 제주에 1호 위성 지상국을 짓기 위한 시드머니로 사용하며 시리즈 A를 끝냈습니다.
시리즈 B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제주를 기점으로 전 세계에 위성 지상국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알래스카와 스웨덴, 아르헨티나, 총 세 군데에 설립할 겁니다. 이렇게 지상국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2~3년 뒤 자체 위성을 발사하는 것까지 시리즈 B로 잡고 있어요. 총 70억~100억 원으로 예상하고요.
투자 유치에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주 산업에 대해 이해시키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주에 투자한 회사가 전무하고, 국가 차원에서 만든 스페이스 펀드도 없어요. 투자자에게 컨텍이 하는 우주 산업이 무엇이고, 투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 쉽게 풀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우주 산업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1년에 200일은 해외에 머물며 우주 전시회·박람회에 참가해 컨텍이라는 기업을 알렸고요. 컨텍이 국내에 좋은 선례를 남긴다면 투자 기관들도 우주에 적극 투자할 것이고, 정부에서 스페이스 펀드도 조성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투자자들이 컨텍의 어떤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하던가요?
컨텍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한 산업에 많이 활용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컨텍은 위성 영상을 통해 가치있는 데이터를 만듭니다.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무허가 건물을 찾아내 단속하고, 도로 확장 공사 때는 교통의 흐름을 파악해 어느 쪽 도로를 넓혀야 효율적일지 증거를 제출하죠. 가치 있는 데이터로 새로운 부가 가치를 만드는, 서비스 개념의 플랫폼 사업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컨텍은 우주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우주 산업 분야의 위성 지상국 데이터 수신과 처리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위성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관심 있는 지역의 자료를 수집하는 지구 관측 위성이고, 다른 하나는 월드컵 중계 같은 역할을 하는 통신 위성입니다. 위성이 만드는 데이터를 안테나를 통해 수신합니다. 이를 위성 지상국 서비스라고 일컬어요. 바로 컨텍의 사업 영역이죠. 데이터를 쓸모에 맞게 가공하는데, 이를 통해 지역과 나라별로 혹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 분석하며 거주지 분포나 교통 흐름 등 전체적인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룩셈부르크에 해외 법인을 세웠어요. 그곳에서 앞으로 더 많은 해외 기업을 수주할 계획입니다.
컨텍이 제주에 기지국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16년간 항공 우주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 발사 임무로 제주에서 7년간 살았습니다. 그때 이곳이 우주 산업을 하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제주도는 지형상 발사체 방해 요소가 될 만한 것들이 없어요. 위성 운용과 발사체 임무를 위한 주파수 환경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했습니다. 무엇보다 컨텍은 추후에 초소형 위성에 대한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제주에 민간 상용 발사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이곳에 위성 지상국을 세웠어요. 작년 9월에 준공해 올해 3월에 제주 기지국을 완공했고, 해외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건 6월부터입니다.
컨텍의 장·단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단기적으로 올해부터 내후년까지의 3년 치 매출 구조를 만들었어요. 2023년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리즈 B·C까지 완료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우주 발사장 설립도 생각하고 있고요.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나가면서 인원도 충원할 계획입니다. 현재 직원이 약 40명인데 적어도 100여 명으로 늘릴 수 있겠죠. 우주 산업을 더욱 활성화하려면 젊은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합니다. 언젠가 사업이 국내외로 안정적인 위치에 이르면 우주 특성화 대학교와 대학원을 만들고, 발사체엔진과, 위성영상처리과, 위성제어기과, 지상국, 설계과 등 학과를 다양하게 구성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컨텍 인베스트먼트를 조직해 우리와 같은 우주 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싶고요. 재투자를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 나가고 싶습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