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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21. 2020

그들이 제주 기업에 투자한 이유(2)

모노리스로 보는 제주의 투자 혁신


모노리스의 김종석 대표는 2014년 석전자의 이동석 회장을 찾아갔다. 이 회장이 소유한 애월읍 부지는 두 사람의 만남 이후 ICT 기반의 무동력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로 거듭났다. 모노리스 사례를 통해 투자자가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짚어본다.



투자자와 기업 사이, 신뢰를 쌓는 일에 대하여

모노리스


대기업이 대대로 점유해온 테마파크 산업에서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온 모노리스(공동 대표 김종석·김나영)는 2014년 제주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2015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 미래창조과학부가 선정한 ICT 유망 기업 ‘K글로벌 300’에 들며 주목받았다. 2016년 제주창조경제혁신신터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 기업으로 선정되었을 당시 모노리스는 ICT 기반의 신개념 스마트 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애월읍에 무동력 레이싱 테마파크 9.81파크가 개장했다. 무동력 레이싱 차량과 트랙, ICT 기반 파크 운영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테마파크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또 시리즈C 라운드까지 완료한 스타트업으로서 UTC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보광창투, 뮤렉스파트너스, SJ투자파트너스 등 10곳의 벤처캐피털과 다수의 개인 투자자를 통해 누적 투자 유치 금액 460억 원을 기록했다. 모노리스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자와의 인연을 현재형으로 지속하는 데 있다. 모노리스의 초기 투자자 겸 개인 투자자인 이동석, 강수현, 한휘선에게 투자담을 비롯해 투자자와 기업 간 관계의 비결에 관해 물었다.




석전자 회장

이동석



2014년 말, 애월읍 소재의 부지를 확인한 모노리스의 김종석 대표가 토지주인 회장님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하고, 회장님의 혜안으로 과감히 투자한 스토리는 유명하지요.

“회장님이 가진 가치 있는 땅에 모노리스가 그리는 파크를 만들면 최고의 명품이 탄생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았고, 묘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그때 이미 90% 이상 마음으로 결정했던 것 같아요. 첫 만남 후, 4개월이 넘도록 계속 찾아와 설득하는 모습에서 끈기를 봤지요. 당시 속초에 있던 5성급 호텔을 인수할 때였는데, 모노리스 팀의 실행력을 보여주겠다며 일주일 만에 호텔 리모델링 계획을 제시하는 등 집요하리만큼 적극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김 대표가 한때 자본시장 전문가였던 만큼 세금 효과까지 세심히 고려한 딜 스트럭처(deal structure)를 제시했고, 뜨거운 눈빛으로 모노리스의 회장님이 되어달라고 했을 때, 이 친구들과 운명을 함께해보자고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아세아전자상가의 작은 부품 회사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기업가이기도 한데요. 김 대표에게 전수한 사업 경험이나 노하우, 조언이 있었을 듯합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사업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운 좋게 고비를 극복할 수 있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운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는 곧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에 생겨나는 기운이 바로 그 운입니다. 주변 사람들 덕분에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히 여긴다면 좋은 사람이 더 모이고 운은 더 좋아집니다. 이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김 대표에게 자주 말합니다.

모노리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어떤가요?
지금부터 시작이죠. 똑똑하고 경험 많고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좋은 운을 가진 팀이니 지금의 코로나 시기 또한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대한민국 전문엔젤 1호

강수현 대표



모노리스 설립 초기에 이뤄진 엔젤투자였던 만큼 엔젤투자를 결정하기까지 과정을 알려주세요.
2014년 초 지인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첫 만남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죠. 한동안 함께 투자하며 친분을 쌓아가다 김종석 대표가 새 테마파크 사업의 비전에 대해 들었는데, 그 순간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요. 김 대표의 꿈의 크기와 비전, 이전 제주도 뮤지엄 사업 경험 등이 어우러진다면 설레는 꿈과 같은 사업을 잘하겠다는 믿음이 생겼고, 이내 모노리스의 여정에 함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특히 모노리스 투자 건처럼 예비 창업 단계나 극초기의 경우에는 창업자의 존재감이 투자 의사 결정의 A이자 Z입니다. 창업자가 품은 꿈과 그 꿈을 실현시킬 현실 계획과 실행력이 중요하지요. 김종석과 김나영 대표는 이를 갖춘 경영진입니다. 투자 후 6년간 모노리스를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엔젤투자 이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내용은 무엇인가요? 
창업 초기에는 엔젤투자 매칭 펀드, 각종 투자 연계 지원 사업 등을 활용해 시드머니 조성을 지원했고, 프리-시리즈A 단계에서는 추가 투자와 주변 지인 투자자를 모아 시리즈A의 브리지 펀딩 자금 조달 작업을 했습니다. 모노리스는 이제 시리즈C 단계를 지났고, 투자 유치 자금의 규모는 엔젤 투자자가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지나 있어요. 최근에는 인연이 긴 초기 투자자로서 누구와도 하기 힘든 대표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상대가 되려고 하죠. 

첫 투자 이후 모노리스의 성장세를 지켜보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후속 투자 유치를 지원하면서 스타트업의 아이템으로 테마파크가 말이 되느냐,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큰 꿈을 믿고 힘을 실어준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게 감사할 따름이고,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척척 해낸 모노리스 임직원에게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그 와중에 큰 힘을 실어준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재미를 창조하겠다는 모노리스의 발걸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건 너무 즐거운 일이지요.

정부가 공인한 전문엔젤 1호이자 대한민국 대표 엔젤투자자로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요?
2010년 무렵부터 엔젤투자를 해오고 있고, 2014년에 1호 전문엔젤로 지정되었습니다. 2016년부터는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로부터 출자받은 코사인 개인 투자조합 1~3호를 결성해 현재까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조합을 통해 약 50개 초기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제주 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도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 고향이 제주라 저는 재외 제주도민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주에 자주 다녔고, 제주에 대한 애착을 줄곧 갖고 있습니다. 모노리스와 같은 관광 벤처 형태가 될 수 있겠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제주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한 모델이라면 뾰족하게 시작하되 그 꿈은 글로벌하게 확장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도내 벤처 기업의 미래 역시 밝다고 전망합니다.




전 한국관세사회장

한휘선 관세법인 대표



모노리스 투자가 이뤄진 계기와 시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인연을 맺어 현재 주주로 함께 참여 중인 김성민 회장님 소개로 2015년 겨울 김 대표를 알게 되었어요. 뒷골목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카트 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는 모든 임직원의 열정, 한국에서 제대로 된 놀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김종석 대표의 비전과 열정에 감동해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최연소 한국관세사회장으로 개혁 의지를 갖고 헌신했던 경험, 또 유명 관세법인 대표의 경험은 스타트업 투자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저 또한 뒷골목에서 직원 두사람과 관세 사업을 시작했고, 항상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좌우명으로 경영해왔습니다. 김 대표를 보며 예전의 제 모습을 떠올렸고, 장차 모노리스가 주주들이 회사에 보내는 무한 신뢰를 지켜나갈 것이고,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리라는 믿음이 들어 투자하게 된 것이죠.

모노리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소회는요.
엔젤투자 이후 9.81파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무한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현재 제주의 핫 플레이스가 되고, 여전히 성장 중인 모습에 다시 한번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주 지역에 대한 투자 의지가 있나요?
제주에 좋은 투자처가 있다면 언제든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투자자 입장에서 주저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완벽히 준비되었는가를 늘 고민하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모노리스 공동 대표

김종석·김나영



투자자에게 모노리스를 소개할 때 주안점은 무엇이었나요?
투자 라운드 단계에 따라 달랐습니다. 시리즈A 단계 당시 모노리스에게는 잡초투성이 땅과 무동력 카트의 초기 프로토타입만 있었어요. 투자자가 땅 위에 트랙이 지어지고 카트가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가슴이 뛰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시리즈B 단계에서는 인허가와 모든 실시 설계를 마치고 착공 직전일 때라 장차 기술을 통해 게임이 현실화된 시스템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시리즈C 단계에서는 MVP 출시 시점이라 향후 목표 실적과 스케일업 계획 위주로 설명했습니다.


모노리스의 투자 성과는 무엇이고, 후배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스타트업에서 투자 성과란 무조건 ‘성장’입니다. 투자받으면 회사는 다음 단계로 반드시 성장해야 하고, 그 성장의 척도는 기업 가치로 나타납니다. 시리즈A 투자 이후 모노리스의 기업 가치는 150억 원이었어요. 시리즈B 당시 540억 원, 시리즈C 투자 이후 현재 1000억 원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부터는 2000억 원 내외의 가치로, 다시 두 배 성장시키면서 내년에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욱 성장해서 2022년에는 IPO(기업공개)를 추진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는 일은 이러한 성장 곡선을 만들기로 서로 약속하는 일입니다. 엄청난 도전과 책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 도전을 즐길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꼭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노리스가 여러 투자자와 상호 발전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뭘까요?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진 일반적으로 최소 5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 때문에 긴 시간 불안하지 않도록 자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해요.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길은 투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진행 과정을 주기적으로 모든 주주와 공유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 잘하고 있는 것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나 단기적인 실패를 공유하고, 실패 경험 이후 다음 단계의 도전까지 공유한다면 오히려 더 안심하고 어떻게든 도우려고 해요. 모노리스는 평균적으로 3개월마다 주주총회를 여는데, 주총 소집 통지 메일에 보통 A4 용지 3~4페이지 분량으로 회사 주요 업무의 진행 상황, 최근 성과와 실패, 경영상 고민 사항 등을 상세히 전달합니다. 모노리스 소식을 뉴스레터처럼 받으니 좋아할 뿐 아니라, 격려와 응원을 담은 답장도 받죠. 지난 6년간 이렇게 해왔습니다.

모노리스는 향후 제주에 투자할 생각인가요?
모노리스는 지난해 9.81파크의 MVP 버전을 출시해 1년간 안정화 과정을 마쳤고, 이후 부대 시설을 추가해 올해 7월 9.81파크의 정식 버전을 갓 출시한, 첫 번째 상품 런칭 단계의 회사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제주 관광객이 줄면서 모노리스 또한 생존 단계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목표대로 성장하고, 투자할 만큼 안정 궤도에 오르는 시기가 오면 제주와 함께 성장해가는 것에 대한 계획은 명확히 있습니다. 제주는 모노리스의 출생지이자, 앞으로 계속 만들어갈 여러 신규 테마파크의 테스트베드입니다. 제주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 9.81파크 1호점을 제주에 만들어 가능성을 증명한 후, 세계로 확장하면서 두 번째 파크의 1호점을 다시 제주에 만들어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제주에 새롭고 재미있는 스마트 파크를 계속해서 만들어간다면 제주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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