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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Oct 27. 2020

제주 창업 생태계의 혁신러,
강영재 대표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 센터장이자 민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브릿지스퀘어의 대표 강영재는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며 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기업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헤쳐나갈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걸음마부터 고도화하는 작업까지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를 설계하는 그이는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단계별로 구성한 일등 공신이자 이 구역의 프로 혁신러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문화 콘텐츠 사업 기획자, 창업 PD 등 다양한 직함으로 불립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발자취가 궁금합니다. 
한빛소프트 초기 멤버로 디지털 캠퍼스를 기획·운영하며, 문화 콘텐츠 분야 전문 인력을 길러냈습니다. 그때의 교육생들이 현재 게임과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표, 임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액셀러레이팅의 중요성을 현장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죠. 전자 문서를 기반으로 개인이 콘텐츠를 사고파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었고, KT 계열사 중 교육 담당 부서에 입사해 신사업추진단장으로 교육 커리큘럼 제작 총괄을 맡아 e러닝을 도입했습니다. 이후 기업 교육과 인적자원개발(HRD)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갔어요. 그러던 중, 후배들이 이끄는 스타트업 몇 곳의 사업 계획, 중·장기 전략 기획 일을 돕다가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되던 2015년경 창업 PD직을 제안받았습니다. 자격 요건에 창업, 대기업 임원 경력, 투자 등의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다 해당되더라고요. 그렇게 공공에서 진행하는 창업 지원 사업을 맡게 됐습니다. 그 덕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죠. 2016년 문화창조벤처단지의 총괄 PD가 되면서 문화 콘텐츠 융·복합 분야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본격적으로 맡게 됐습니다.


현재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 센터장이자 브릿지스퀘어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곳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산하 기관이에요. 창업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데, 창업 지원 자금으로 약 1억 원을 지원합니다. 지역 산업에 알맞은 창업자를 발굴하고, 사업을 도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함이지요. 브릿지스퀘어는 비즈니스 액셀러레이터 법인으로 방법과 방향이 조금 달라요. 제주 지역 기반의 문화 콘텐츠 융·복합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표방하며, 관련 스타트업의 육성과 투자를 위해 설립했습니다. 단기 수익 창출이 아닌 초기 시드머니 투자를 목적으로 합니다.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실제 기관장, 심사위원, 전문 분야 멘토 등을 구성해 파트너를 맺어주고요.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와 브릿지스퀘어는 성격은 다르지만, 자원을 어떻게 콘텐츠 사업으로 확장시킬지, 이를 통해 지역적·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일으킬지 고심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릿지스퀘어를 제주로 이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일했어요. 센터의 입주기업 선정에 참여했고, 보육과 기업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했죠.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 운영을 비롯해 제주콘텐츠코리아랩, 제주산학융합원의 중·장기 계획과 전략 수립에 참여했습니다. 제주 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제주의 기업들과 네트워킹을 이어갈 수 있었고,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부터 제주에서 액셀러레이터로서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어요. 회사를 제주로 이전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제주 창업 생태계를 주목하고 투자하는 이유는요?
도에서 ‘청정 제주’를 표방하는 터라 제조업은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지역 원물을 활용한 청정 헬스 푸드, 바이오 코즈메틱, 전기차 충전 특구 등의 스타트업은 쉬이 들어올 수 있는데 반해 제조업에게는 까다롭습니다. 오히려 콘텐츠 영역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죠. 육지와는 확연히 다른 제주만의 고유성이 있으니 이를 활용한 지역적·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능력을 발휘한 이주민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 그들의 능력을 끌어내 제주 청년의 열정과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 시드머니 투자를 중요시하나요?
전국 센터 최초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방정부 출연금으로 시드머니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종잣돈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점점 성장하는 몇몇 스타트업을 보며 지역 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시드머니가 중대한 시작 단계임을 다시금 알게 됐죠. 시드머니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스타트업 기업은 나아갈 힘이 없거든요. 기본을 갖춘, 제대로 된 시제품을 만든다면 공공의 지원이나 민간의 투자를 유치할 때 훨씬 유리합니다. 연계 가능한 파트너를 맺어주고, 확보한 지원 사업과 자금으로 사업을 고도화한다면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확률이 높아져요. 이렇게 스타트업의 생애 주기를 만들어주면 전체 지역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곧 개인 투자조합을 만들 예정입니다. 지역의 중견 기업인들, 원로들이 지역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 투자자가 되어 조합을 형성하고, 해당 조합금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금을 조성하는 겁니다. 여러 분이 동참하고 있어 조만간 이루어질 것 같아요.

개인적 투자로 이어진 사례가 있나요?
공공에 발을 담그고 있는 터라 자칫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처음부터 직접 투자를 하진 않습니다. 창업 지원 프로젝트가 끝나고서 투자를 진행한 경우가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농·어촌 빈집 재생 프로젝트 ‘다자요’예요. 기획부터 함께했고, 콘셉트를 ‘삼시세끼’ 일반인 편으로 제안했어요. 가족 단위가 마을 안에 머물고, 다음날 동네를 산책하는 친근한 일상을 안내하는 거죠. 초기에 다자요 대표가 우여곡절을 겪고 공사 자금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용자 겸 투자자를 모아 1년 분양 방식으로 진행해보라 권했고,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연결해주었죠. 스타트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입니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는 것을 넘어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해요.

액셀러레이터로서 난처할 때도 있겠죠.
사업 초기부터 관여하기에 사실상 이 자리에서 하는 일은 조력하는 컴퍼니 빌더에 가깝습니다. 내 사업처럼 참여하고 돕다 보니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사업에 실패하고 난관에 부닥치는 과정을 겪어야 대표도 회사도 단단해지는 법인데 가까이에 조력자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쉽게 얻게 되죠. 저도 처음에는 앞에서 끌어주고 지원 사업을 연결시키는 게 스타트업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시점엔 서로에게 득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많은 투자금이 오가다 보면 스타트업의 초심이 흐려지고, 해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영역에 욕심을 내 사업을 그르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스타트업에 바라는 건 사회를 향한 선한 영향력입니다. 앞으로는 대표가 의사 결정을 정확히 내릴 수 있게끔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지,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지 깨닫도록 옆에서 도울 겁니다.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며 성취를 느끼는 부분은요.
생태계를 구성하고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구성원으로 참여했으니까요. 생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습니다. 나름대로 큰일을 했다고 보고요. 앞으로 조금 더 발전시켜서 콘텐츠 문화를 현실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게끔 방안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혁신은 무엇일까요?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구조가 단계별로 잘 만들어져 있어요. 뼈대는 만들었지만 살을 붙여서 튼튼히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더 확대되고 확장되어야 해요. 나와 같은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비롯해 시드머니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사나 관계 기관이 많아져야 하고요. 지금은 공공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점 민간으로 전이되고 있어요. 지역 특화 사업은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에서 끝날 게 아니라, 실제로 사회, 경제적 가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또 합심해서 잘 만들어놓고 점차 지지부진해지거나 사업을 접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인력 채용과 운영 지속이 힘들다고 말해요. 인력에 대한 역량을 키우고,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탄탄하게 조성한다면 어떤 기업이든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을 겁니다.

제주를 기반으로 한 문화 콘텐츠 융·복합은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문화 콘텐츠와 관련한 세 가지 버킷 리스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을 제주로 도입하는 겁니다. 브릿지스퀘어에서 작년에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10주년을 기념해 첫 크라우드펀딩을 기획하고, 오피셜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했습니다. 왕벚꽃과 유채꽃이 피는 3월에 제주에서 페스티벌을 열면 좋겠어요. 1박 2일 음악 행사보다는 콘퍼런스와 클래스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주간 혹은 한 달간의 문화 콘텐츠 행사였으면 하고요. 두 번째는 창업자의 해피 스타트업 캠퍼스입니다. 일하는 곳과 거리를 두어 성찰의 시간을 갖는 거예요. 더 열심히 일할 에너지를 얻거나, 그만두도록 결정을 돕는 거죠. 포기도 용기니까요. 세 번째는 청소년 대상 마을 문화 교육입니다. 해외 어학연수 대신 제주 마을 안으로 들어와 주민들 집에서 민박하고 특정한 분야에 뛰어난 재주를 지닌 주민에게 교육받는 프로그램이에요. 제주에서 이 세 가지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기획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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