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컬리×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브로드컬리와 손잡고 매거진을 펴냈다. ‘3년 이하’ 시리즈에 이어 브로드컬리의 또 다른 시그너처가 될 이번 시리즈 론칭을 위해 편집부는 여름 내내 서울을 떠나 제주에 머물렀다. 바람이 선선해질 무렵 공개된 <라이프타임워크> 1~2호는 제주의 두 장인을 깊이 들여다본다. 16년 차 가구디자이너 양웅걸, 45년 차 목수 현병묵을 만나 1호 <가구디자인, 가구디자이너, Furniture Designer>·2호 <목공, 목수, Carpenter>를 펴낸 브로드컬리 편집장 조퇴계에게 제주에서의 삶·시간·일에 대해 물었다.
3년 이하 시리즈 4호가 제주 이주민의 가게를 다뤘지요. 이번 취재는 두 달간 제주에 머물며 진행했는데, 제주에서의 ‘라이프타임워크’는 어땠나요.
제주에 대한 육지 사람들의 이해가 조금씩 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제주살이’로 뭉뚱그리기엔 이도이동살이, 구남동살이, 탑동살이의 모습이 다 다르겠죠. 이번 취재 기간 동안 브로드컬리 편집부는 대정읍에 숙소를 잡았어요. ‘대정살이’를 한 셈인데, 사실 취재 일정이 빠듯해 거의 실내에 머물렀어요.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습니다. 일하러 갔고, 정말 마음껏 일하고 왔으니까요. 다만 고등어회를 먹어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꼭 도전할 거예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센터)와의 컬래버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브로드컬리 편집부는 3년 이하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오래 고민하고 있었고, 센터는 제주의 장인을 아카이빙한 도서를 기획 중이었어요. 두 조직의 관심과 뜻, 시기가 맞아떨어지기는 쉽지 않은데, 편집부가 라이프타임워크 시리즈에 대한 기획을 내비쳤을 때 기쁘게도 센터가 흔쾌히 방향에 동의해주었어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읽히는 것이 목적인 책을 만들자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고, 큰 틀에서 뜻이 같았기 때문에 협업이 수월했습니다. 편집부 개인적으로는 장인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독자의 관점에서 납득할 만한 논리와 전개로 인터뷰이가 지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브로드컬리의 전작, ‘3년 이하’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관심사와 새 시리즈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브로드컬리는 자영업 공간을 둘러싼 이슈를 다뤄왔어요.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등은 한 업종의 자영업 공간 운영자를 만나 한 가지 주제로 인터뷰한 결과물입니다. 그들의 각기 다른 시선과 가치관을 담으려 했고, 공간 운영에 궁금증을 가진 독자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되길 바랐습니다. ‘라이프타임워크’ 시리즈는 조금 더 좁고, 깊이 들어갑니다. 삶, 시간, 일을 아우르는 한 사람의 경험에 집중했어요.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나 업계의 내밀한 생리를 다루기 때문에 읽는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업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다른 곳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대략 5~7시간에 걸쳐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들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뿐 아니라, 현업자 내면의 동기와 고민을 담기 위해 노력했죠. 친한 친구나 가족이 아닌 이상, 5~7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일과 삶에 대한 밀도 높은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묻고 정리했으니 이제 결과물이 독자들에게 가닿을 일만 남았네요.
각각 부제로 꼽힌 질문이 흥미로워요. ‘스튜디오 오픈에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어떻게 45년간 같은 일을 했나’를 부제로 삼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브로드컬리 편집부는 질문지를 준비할 때 신중하게 임하는 편이에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질문은 물론, 편집부의 관심에 매몰된 질문 역시 걷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궁극적으로 인터뷰의 모든 질문이 독자와 편집부 모두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이기를 바라요. 그런 의미에서 부제로 선택한 질문이라고 특별히 더 중요한 질문은 아니에요. 다만,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가장 의미 있는 답변이 따른 질문이라 부제로 뽑았어요. ‘스튜디오 오픈에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가 1호의 부제가 된 건 양웅걸 대표가 스튜디오 오픈에 필요한 비용을 모으고 실제로 차리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에요. 마치 30권짜리 만화책의 요약본을 읽는 느낌이었죠. 그가 여태 일해온 과정을 알고 나면 그의 가구가 2배로 아름다워 보일 거예요. 2호의 부제 ‘어떻게 45년 동안 같은 일을 했나’는 예상을 빗나가는 답을 얻은 질문이에요. 나무를 사랑했고, 가치를 전하고 싶었고, 인정은 바라지 않았다,이런 답이 예상되는데, 가식 없는 45년 차 목수의 이야기가 나왔죠. 진한 곰탕 같은 그의 답에, 잠시 노력하다 잘 안 되면 실망하던 제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이렇게 계속 사는 게 맞을까, 고민되는 독자가 있다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새 시리즈와 3년 이하 시리즈는 앞으로 함께 발행하게 되나요.
우선은 이번 시리즈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요. ‘3년 이하’ 시리즈는 늘 계획보다 취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고요. 구체적인 발행 시기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내년에 6호를 출간할 예정이에요. 라이프타임워크도 천천히, 꾸준히 펴내려 합니다.
끝으로 라이프타임워크 시리즈를 추천하는 강력한 멘트를 부탁드려요.
‘우리는 삶 대부분의 시간을 일로 채우게 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선택할 수 있다면 계속하시겠습니까?’ 이번 시리즈의 소개 글입니다. 이런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일을 둘러싼 개인의 삶을 조명하는 시리즈예요. 일과 삶의 충돌, 그리고 조화를 연구합니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시리즈로 남기를 바라요.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콘텐츠그룹 재주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