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커넥트 Nov 02. 2020

코로나시대, 로컬의 가까운 미래 Ⅺ

CIRI 4차회의-①

CIRI 회의록 아카이브


2019년부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혁신 싱크탱크 CIRI(Core Influencer of Regional Influencer)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기관으로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지역의 혁신자본, 스타트업, 인재육성, 공공혁신 등을 논의해왔다. 연중 진행되는 CIRI에 이어 연말에는 전국의 지역혁신가들 300여명이 제주에 모여 3일간 지식공유와 네트워킹의 장, J-Connect Day를 연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CIRI와 J-Connect Day는 지역의 실천적 지식창조의 루틴으로 작동하고 있다.


Chapter 4.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과 

청년의 지역 정착 방안


코로나19는 도시와 일상을 크게 바꾸었다.


사람들은 내가 사는 도시가 안전한지를 놓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스크는 일상용품이 되었고,

집은 부모의 사무실이자 자녀들의 학교로 거듭났다.

배달 오토바이가 거리에 즐비하고

즐겨 가던 카페와 식당은 근근이 버티거나 폐업을 한다. 


너무도 달라진 코로나19 이후의 도시, 

이 안에서 우리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이 현상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환점의 시작점도 존재하지 않을까?  


전환의 필요성은 일자리 문제에도 적용된다.

지역 발전의 불균형과 소멸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들이 반드시 지역에 정착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뒤집어 살펴보면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기로 결심하게 만드는

문화적·정책적 열쇠가 있지 않을까.


2020년 9월 28일, 화상 회의 툴 줌(Zoom)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CIRI 네 번째 본회의에서는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과 

청년의 지역 정착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진행 일시 · 방식]

· 일시: 2020년 9월 28일                

· 방식: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회의


[참여자]

· 발제: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 초청 전문가: 이승택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노희섭 전 제주도 미래전략국장

· CIRI위원: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구기욱 쿠퍼실리테이션그룹 대표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           

· 센터: 이경호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팀장

          이정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팀장

          김철성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선임

 



[발제 1] 코로나19,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코로나19가 미치는 막대한 영향, 도시 전환을 촉발하다.”

“전환의 시작점은 우리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 안에 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와 지역에 매우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코로나19로 문명사적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합니다. 4차산업 기반의 기술·미디어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며,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등 정책적 대전환이 시작되었다고도 주장합니다. 디지털 혁명, 비대면 기술 등 기존에 논의되어 온 흐름은 더 강화된 반면 기후와 생태, 기본소득 논의 등 주류였던 상식과 인식을 뒤엎는 의제도 등장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어떤 현상을 마주할까요? 그 지점이야말로 도시 전환의 시작이 아닐까요? 팬데믹 시대에 도시가 맞닥뜨린 일곱 가지 현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COVID-19, 도시의 위기관리(도시/공공/거버넌스(governance)[1])


도시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인간의 삶은 일과 노동, 거래와 시장, 주거와 생활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화와 공존, 전쟁과 갈등을 번갈아 겪으면서도 도시에서의 삶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만났습니다. 코로나19를 경험한 이후, 우리는 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과연 ‘안전한 곳’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강력한 감염력과 치명상을 가지고 있는 이 바이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취약한 지점을 골라 정확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종교 집회, 다단계 판매 설명회, 요양병원, 클럽 등을 이동하며 우리 삶에 강제적인 힘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이 위기는 임기응변적인 대처와 대응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보입니다.

문화·사회·경제 분야에도 강력한 변동(transformation)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문화는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유례없는 공공-민간 거버넌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2. 익숙함과의 결별(도시/문화/현상)


수년간 미세먼지로 고생한 수도권 시민들에게 마스크는 안전용품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초기에는 마스크가 지닌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금은 마스크가 호흡기를 통한 감염의 95% 이상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대선에 돌입한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여부가 정치 노선과 결합해 갈등의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큰 서구 시민들은 개인적인 불편함을 넘어 이를 ‘정부의 문화통제’로 여기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시민에게 마스크 착용이 빠르게 보편화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부의 마스크 생산과 공급 정책, 캠페인 효과도 있었겠지만, 더 큰 문화적 요인은 무엇일까요?


3. 홈-오피스를 바꾸는 환경(도시/업무/주거/환경)


한국 기업들은 통제와 관리에 익숙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료적인 직제를 운용하고 관리자가 눈에 보이는 업무환경을 구축해 업무 결과보다 과정을 통제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기업의 근무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부 지침이 유도한 바도 있지만, 순번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유연근무를 넘어 재택근무가 정착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지 모르지만, 재택근무로 가능한 일의 범위와 성격, 방식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확대는 기업 내 업무 공간의 재구성과 더불어 주거 공간의 업무 공간화와 관련된 논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4. 재난이 만든 사회자본[2](도시/공동체)


한국은 경제적 번영을 이룬 것에 비해 사회자본이 취약한 국가입니다.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와 협력을 의미하는 사회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지 조사했을 때 최하위권에 속할 정도입니다[3]. 한국 사회에선 “너 이외에 다른 사람은 믿지 말아라.”’, “동업하지 말아라.”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협력보다 경쟁의 가치를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사회적 신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더 선진적인 국가나 도시가 되려면 협력과 협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는 필수 요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은 셧다운(Shut-down)[4] 하지 않으면서 방역 시스템을 가동해 감염병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 도시정부, 공동체 구성원 간 상호신뢰는 ‘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을 높여 놓았습니다.


5. 변화의 속도가 만드는 격차(도시/교육/격차)


요즘 초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들을 보면 재택근무도 하면서 등교하지 않는 아이를 함께 돌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 노트북이 마련되지 않은 가정에서는 부모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학업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교내 시험 결과, 비대면 원격 교육 이후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공교육은 우리 사회가 핵심적으로 구축해야 할 소프트 인프라입니다. 앞으로 교육 격차와 디지털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떠한 투자가 필요할까요?


6. 개방성과 투명성이 갖는 힘(도시/정부/민주주의)


재난 상황에선 종종 영웅이 탄생합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타임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일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한국이라는 국가와 도시정부, 전문가, 시민이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서 활용한 가장 큰 무기는 개방성과 투명성이었습니다. 방역 당국의 안정감 있는 설명과 더불어 확산 초기에 위기를 알리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고,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5] 진료소가 신속하게 도입되는가 하면,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체크인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위기관리 지침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자가격리 대상이 되는 개인 또한 자신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 정보를 내어줄 수 있다는 인식은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7. 우리는 도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도시/삶/회복)


코로나19 이후 일상은 크게 변했습니다. 아파트 현관에 마스크를 걸어놓고, 다중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에도 감염의 공포에 시달립니다. 야외 산책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잠깐 벗더라도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빠르게 손을 올려 입과 코를 가립니다.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고 공유차량, 공유주택, 공유오피스에 대한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 밖을 나서는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하는 상황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국내여행은 여행지에 미칠 피해를 주의하며 당분간 조심해야 하고, 해외여행은 수년간은 꿈속에서나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동네, 회사 근처 골목 식당, 카페들은 매출 급감으로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배달 서비스를 하는 오토바이가 급증하여 도로와 보행길의 풍경도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도시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현실적으로 찾아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요?

 


[1] 거버넌스: 정책 결정에 있어 정부 주도의 통제와 관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인 행위자로 협의와 합의 과정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나가는 사회적 공론화와 의사결정 체제(존 피에르(Jon Pierre), 피터스(B. Guy Peters)의 정의를 재구성)

[2] 사회자본: 사회구성원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해 조정 및 협동을 촉진하는 규범, 신뢰, 네트워크를 총칭하는 퍼트남(Robert David Putnam)의 정의. 사회자본은 생산을 가능케 하는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과 달리 인간관계 내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행정학사전)

[3] 영국 레가툼연구소의 2019 세계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사회적 자본 부문에서 145위로 랭크되었다.

[4] 셧다운: 예산안 처리 무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를 뜻하는 용어. 본문에서는 한국 내 행정과 민간 기업의 운영, 영업 활동 등 모든 시스템이 일시 정지 되는 의미로 쓰였다.

[5] 드라이브-스루: 원래 서비스업 관점에서 자동차에 탄 채로 쇼핑할 수 있는 상점을 뜻한다. 주차장의 티켓 판매소, 책방, 레스토랑, 금융 기관 따위가 있다. 본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널리 활용되고 있는 자동차를 활용한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였다.






Session.1  초청 대담

코로나19 이후,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과 전환의 시작점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 우리가 추가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전정환: 최도인 본부장님이 발제해주신 ‘도시가 직면한 일곱 가지 현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이승택: 말씀해주신 현상들은 도시의 변화적 측면에서 볼 때 주로 소프트웨어나 기술적인 영역과 밀접해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한다면 하드웨어적인 부분, 즉 도시의 인프라[1]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소프트웨어는 유동성과 변화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하드웨어는 그보다 경직돼 있기에 먼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까지 고려해 변경하거나 조정해야 합니다. 만약 팬데믹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하드웨어 변경에도 명분이 생기지만, 2~3년 후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면 변경된 하드웨어를 되돌리는 데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수시로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정환: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에는 기본적으로 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신속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며, 방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노희섭: 최도인 본부장님께서 현재 일어나는 현상과 방향성에서 나온 포인트를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어차피 팬데믹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이 현상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과 형태로 다시 발현될 것인지에 관심이 갑니다. 특히 정보 공유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정보와 사회적 안전 간의 균형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언급하신 ‘익숙함과의 결별’ 항목이 대부분의 내용을 포괄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팬데믹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억눌러왔던 것이 다른 방향으로 터져 나올 텐데요. 그때 변화의 에너지가 연결되도록 정책 방향성이나 사회 분위기 등이 잘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특히 도시라는 관점에서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김종현: 코로나19의 2차 대규모 확산을 보면서 정말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예측하기란 상당히 힘든 일인데요. 그래도 변화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깊을 거라는 점만큼은 명확해 보입니다.

 노희섭 전 국장님 말씀대로 팬데믹 종료 이후의 변화도 있을 텐데, 그때 우리가 얼마나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이승택 이사장님 말씀대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변화와 속도 및 비용의 차이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시도하면서 하드웨어의 변화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봅니다. 

 

다양한 변화 경로를 예측하고 변화의 층위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하나의 축이라면, 또 다른 축에서는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어날 변동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어떤 형태이든 변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 빠른 준비와 대응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합니다. 변화의 내용만 고민하기보다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래의 모습을 중심에 두고 다각적으로 준비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구기욱: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깨닫게 된 지점이 있습니다. 우리 삶이 지식 산업 기반의 정보교환으로만 채워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마주하고 부딪히면서 생기는 정서적 충족감, 소속감, 유대감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카카오톡, 배달의민족과 같은 서비스가 일종의 사회 인프라로 작용하는 현실도 경험했습니다. 향후 줌을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일과 삶에 깊숙이 침투할 것이고, 업무 방식마저 바꿀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흐름이 지역사회의 발전 방향에도 힌트가 되지 않을까 싶고요.

 

모종린: 팬데믹 상황에서의 주요 쟁점은 ‘경제냐 방역이냐, 단기나 장기냐, 중심부냐 주변부냐로 나뉩니다. 특히 ‘경제냐, 방역이냐’의 문제가 중요한 쟁점인데, 한국에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단장의 강연을 들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은 ‘사스 코비드 2’라고 합니다. 2003년 발병한 ‘사스 코비드 1’의 변형이라는 거죠. 다음에 창궐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는 ‘메르스 2’라고 합니다. 그 외에도 향후 5년 안에 인류를 공격할 바이러스의 종류가 10여 가지는 된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질병은 환경 문제이고, 환경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하드웨어 문제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하드웨어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단독주택이나 교외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팬데믹 상황에선 대도시의 중심부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데 정부가 무관심한 거죠. 또 하나가 장기적인 트렌드 부합성 관점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에 대해 한국에서는 유난히 불편한 점만 꺼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어차피 가야 할 전환의 길이 조금 빠르게 시작된 게 아닐까 합니다. 이런 전환기에 그동안 묵혀온 지역 불균형이나 환경문제 등을 과감하게 해결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비대면 문화의 생산성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단 비대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흔히 비대면은 친환경적이고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이는 크나큰 문제입니다. 비대면 자체가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로 이루어지는 데 그 자체가 환경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까지 들어가면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고요. 배달 기사의 인권, 탄소배출, 포장 쓰레기 등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비대면·온라인 문화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인식은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겁니다. 언젠가는 크게 터질 문제라, 로컬푸드 등 지역의 자급자족 시스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로컬을 지향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성도 큰데 이에 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대면은 언젠가 우리가 감당 못 할 엄청난 비용을 야기할 것입니다. 이 부분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전정환: 중요한 포인트를 많이 짚어주셨습니다. 황세원 대표님께서도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황세원: 팬데믹에 대한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기적인 변화다”., “2년 지나면 전과 똑같아질 것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하지만 과거 IMF 외환위기의 영향이 사회 저변으로 깊숙하게 침투해서 현재의 질서가 만들어진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1~2년 안에 끝나더라도 그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초유의 경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40~50년간 기대왔던 사회질서에는 균열이 생길 것입니다. 특히 일자리 관점에서 볼 때, 수도권부터 소도시까지 줄 세웠던 서열 의식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고요.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를 낙관적으로 볼 때도 있습니다.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인류는 결국 답을 찾을 겁니다. 이 과정을 조금 더 넓게 보자면, 현재 우리에게 산적한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답을 찾을 수도 있는 거죠. 많은 전문가 역시 현 상황을 넓은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의 심각함을 알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대응 및 해결 방안이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1] 인프라: 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물. 도로, 항만, 철도, 발전소, 통신 시설 따위의 산업 기반과 학교, 병원, 상수ㆍ하수 처리 따위의 생활 기반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제주가 직면한 현상과 전환의 시작점은 무엇인가?

                    

1) 코로나19, 도정은 어떠했나?
2) 제주에 지속되는 위기의 시그널은 무엇인가?
3) 제주의 새로운 기회는 무엇으로부터 열리는가?
4) 제주를 위한 새로운 논의구조, 정책구조, 거버넌스는 준비되고 있는가?
5) 정말로 도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전정환: 발제에 이어 최도인 본부장님이 패널 두 분과 논의했으면 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노희섭 전 국장님과 이승택 이사장님께서 많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도정은 어떠했나?

 

노희섭: 제주의 도정은 다른 지자체와 비슷했다고 봅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위기 대응 단계를 최상위로 높여서 운영했습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감염병이 확산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방역에 대한 리소스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사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중앙정부에서 마스크 등 방역 리소스를 관리하고 있었고, 제주도에는 충분한 양이 보급되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마스크와 방역용품을 추가 확보하는 데 많은 행정력을 동원했습니다.  

 

마스크와 방역용품들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이후에는 방역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실질적인 검사나 병상을 확보하는 등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고, 그다음에야 경제 관련 논의들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했습니다.[2] 수입이 급감한 가정을 중심으로 1차 지급을 했고, 이후에는 방역과 경제에 대한 조치를 동시에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굴러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부서들이 나뉘어 있다 보니 전략이 맞물리기는 어려웠고, 실제로는 각 부서가 방역 및 경제와 관련된 사업을 디자인해서 상위에 보고하면 이를 조율하는 형태로 일이 진행됐습니다. 

 

가장 강력했던 조치는 무비자 제도[3]의 일시 정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었고, 내국인 관광객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전체 경제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미래전략국 차원에서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지역과 비교했을 때도 지역경제 타격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중앙부처의 긴급재난위기지역 지정 제도가 있었지만 관광 분야는 포함되지 않아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세출[4]구조를 많이 조정했습니다.

 

예산안이 만들어진 이후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사업에 있어서는 10만 원 단위까지 조정을 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보조금이 많이 삭감됐습니다. 대부분의 세입구조가 나올 수 있는 관광산업 분야가 타격을 입었고, 그로 인한 세출구조를 조정하면서 역으로 산업 규모가 크지 않은 영역에 다시 타격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소위 방만하게 운영되던 세출구조, 즉 행정의 사업구조를 꼼꼼하게 뜯어보는 시각이 생겼고, 이 관점에서 균형감 있는 전체 예산구조를 짜야 한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행정에서도 오랫동안 묵혀온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경제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가혹한 시선이 오래 이어질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전정환: 지금 제주도는 지방정부 차원으로 대응하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권한 관계라든지, 협조나 협업에 대한 이슈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지방정부가 지역민과의 접점 확대, 소통구조 변화 등으로 오히려 고유 권한을 획득하는 부분도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도민 관점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노희섭: 코로나19 초기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가 달랐습니다. 우선 초기에는 중앙정부의 관심도가 전부 대구에 집중돼 있었어요. 대구의 확산세를 잡기 위해 모든 리소스가 집중되다 보니 타 지자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중앙정부는 획일적인 관점으로 지방정부를 바라봅니다. 지방정부는 산업구조와 경제구조 등 지역마다 처한 현실이 각각 다른데, 이것과 상관없이 평가한 거죠. 제주도는 제조업이 없고 외부 유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로 되어 있는데, 중앙정부가 획일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니 지역이 입은 경제적 타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힘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정부는 확장 재정으로 방향성을 정해놓고 가는 상황이었고, 지방정부는 세입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방정부는 축소 재정 방침을 가져가야 했고, 중앙정부는 확장 재정 방침을 펼치고 있으니 시각 차이가 상당히 컸어요.[5]

 

아무래도 지방 정치인들은 중앙정부에 관련돼 있으니 지방정부의 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결산할 때 마이너스가 일어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소극적인 세출 계획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중앙정부가 확장 재정을 하는데 지방정부는 왜 축소 재정을 하는지 의구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 타격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움직임이 업종별로 많이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계나 관광 분야에서도 숙박업계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대안과 요구사항을 던졌고, 그런 목소리를 듣는 거버넌스가 많이 생겨나기도 했죠. 하지만 정책적으로는 예산에 대한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업계의 긴급한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비대면 공연 관련 부분에 집중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요, 세분화된 요구사항을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는 만들어졌지만 실제 성과까지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중앙정부는 확장 재정, 지방정부는 축소 재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많은 이견과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시민들은 지방정부의 상황보다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대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제주도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지자체가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지방정부가 경제적 대안을 찾기에는 한계가 다소 큽니다. 방역에 대한 부분은 지자체장에게 많은 권한이 위임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경제에 관한 부분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비슷하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세출 조정으로 예산이 일정 부분 깎였고, 내년도 압박이 심한 상황입니다. 지방이 자율성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코로나19로 과거와 같은 중앙주도적 예산구조로 회귀하는 게 아닐지 우려가 큽니다. 비록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올라오는 등 시민사회에서의 압박도 생겨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승택 이사장님은 올해 문화예술재단을 맡으셨는데,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 제주도는 2020년 4월과 10월 총 2회에 걸쳐 총 1060억 원(1차 412억원, 2차 648억원)을 투입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외에도 소상공인, 생활·복지·안전, 일자리, 관광, 농어업인, 기타 총 6개 분야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3] 무비자 제도: 무사증 제도.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적의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무비자 입국 제도'라고도 한다. 국내의 경우 제주도가 2002년부터 해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4] 세입과 세출: 세입은 크게 조세수입·세외수입·자본수입으로 구분된다. 조세수입은 세금 징수로 얻은 것이고, 세외수입은 수수료·입장료·벌과금으로 얻은 수입이며, 자본수입은 정부 소유의 토지·건물을 매각하여 얻은 수입이다. 세출은 정부가 행하는 모든 지출을 의미한다. 세출을 기능적으로 분류하면 일반 행정비·국방비·교육비· 사회개발비·경제개발비로 나눈다.   (출처: 고교생을 위한 정치경제 용어사전)

[5] 재정 정책(財政政策)은 주로 경기를 안정시키거나 부양하기 위하여 정부의 세입과 세출의 크기를 조정하는 경제 정책이다. 확장 재정 정책은 경기 둔화 시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적게 부과하여 경기 회복을 꾀하는 재정정책을 뜻하며, 축소 재정 정책(긴축 재정 정책, 흑자 재정정책)은 흔히 경기 과열 시 조세 증가, 정부 지출 감소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기를 안정시키려는 정책으로 통용되지만 본문에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세입이 급격히 줄어든 지방 정부가 지출을 줄이려는 정책의 의미로 쓰였다. 



코로나19 이후, 제주의 문화예술계의 변화와 대응


이승택: 결과적으로 보면, 현재까지는 제주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안전한 도시를 만들려다 보니 경제나 산업 생태계가 힘들어지고 있지만, 안전성이 결여되면 미래에 더 큰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은 적극적인 방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요.

 

제주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다음으로 농업 등 1차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여러 가지 논의 속에서 문화예술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문화예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세출구조조정 과정에서 문화예술 분야도 많은 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만, 실제 산업계에서 보는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상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나 축제 관련 예산이 많이 줄어들었거든요. 문화예술 분야는 소규모로 움직이는 다수를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제주도 문화예술 분야가 주로 지원에 집중해 정책을 펼치다 보니 대규모의 예산 삭감은 많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주도 내 문화예술인들은 어떻게든 한두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재단의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지원하는 회사 등 정책적으로 소외된 그룹이 있습니다. 도내 행사 지원 기업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이들이 소상공인처럼 비춰지곤 하는데, 이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관련 기업 대표들과 미팅을 해보니 소외된 그룹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패러다임이 전환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님들 역시 단순한 지원 정책이나 행정의 변화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도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문화예술과 관광 등 제주의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에서는 내년 본예산 편성 규모가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청과 도의회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청년 정책을 주도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 등 미래를 준비하는 영역에서도 최소한의 유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전정환: 감사합니다. 문화예술 분야도 예산 압박이 있었지만 소규모였던 반면, 관광행사나 축제는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제주에서 보이는 위기의 시그널은 무엇이고 새로운 기회는 어디에서 열릴지, 김종현 센터장님이 발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주에서 보이는 위기의 시그널은 무엇이고, 새로운 기회는 무엇으로부터 열리는가? 

 

김종현: 저는 제주도가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큰 흐름을 놓고 보면 2004~2005년경 카카오와 같은 이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재정지원도 있었고, 이후에는 제주 올레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연예인들의 제주 이주가 유행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열망이 제주에 집중되면서 관광객이 폭증하고 인구도 증가했습니다. 이때 몇 가지 위기의 시그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도시 인프라에서 나타난 시그널입니다. 상하수도, 교통, 주택 문제 등에 대한 위기관리가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죠. 결국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는 콘텐츠 면에서 나타난 시그널입니다. 올레 열풍 이후 로컬 기반 콘텐츠가 많이 나왔는데, 이것이 혁신을 가속화하기보다는 상호 경쟁 구도로 비슷한 패러다임을 양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접할 수밖에 없었고, 지역 입장에서는 혁신의 안정화가 아니라 혁신의 생명력이 짧아지는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세 번째는 재정적 시그널입니다.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세를 중심으로 재정 수익이 상승했습니다, 당시는 경제 흐름이 원활했던 때라 지방재정도 상당히 좋았던 측면이 있었죠. 그런데 반대급부로 인프라 위기관리가 늦어지면서 인프라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도의 재정정책도 재원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어떻게 잘 분배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세 가지 시그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각각의 위기를 심화하는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위기 심화는 앞서 노희섭 전 국장님과 이승택 이사장님이 말씀해주셨고, 콘텐츠의 부족은 관광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지금은 관광객도 줄고 인구도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라 코로나19가 인프라의 위기를 표면적으로 끌어내진 않았습니다만, 앞서 재정적 위기나 콘텐츠의 위기 안에 인프라의 위기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시그널은 계속 있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새로운 혁신의 기준이 훨씬 높아졌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로컬’ 하면 제주도가 선도적인 지역으로 손꼽혔는데, 이제는 강원도, 부산, 거제 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고요. 이제 제주가 전국적으로 혁신을 선도하지 않으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조금 더 선도적인 눈높이에서 기존 혁신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과 공공 거버넌스 구조의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택: 김종현 센터장님 말씀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제가 2008년에 제주대에서 강의할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는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고, 도시 인프라를 줄여나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런데 2009년 말~2010년이 되니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제주도는 예전보다 풍족해졌고 그 후 10년간 제주 전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경제적 풍요를 누렸습니다. 제주의 세입이 최고치를 찍었을 때는 오히려 예산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세입이 큰 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도에서 토지와 건물을 비축하려고 해도 행정에서 원하는 가격으로 매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전후를 비교했을 때 제주의 산업은 체질 변화에 대한 요구에 여러 가지 이유로 대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와중에 이주민의 정착으로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제주의 라이프스타일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때는 변화의 동력이 약했습니다. 이에 비해 코로나19는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었고요. 2020년부터 4~5년 정도는 변화에 따른 이슈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변화를 주도하는 세력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길 겁니다.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인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미 제주에서 기회의 장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모종린 교수님께서 주창하시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측면에서 보더라도,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제주 간에 접점이 생기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하고요. 김종현 센터장님 말씀대로 앞으로는 이 흐름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개최된 세계유산 축전이나 탐라문화제 등 문화예술계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까 노희섭 전 국장님이 말씀하셨던 비대면 방식이나 드라이브-스루 방식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요. 탐라문화제는 예술인이 관객을 찾아가는 문화제가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함께 논의하면서, 제주가 이끌었던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키워드가 어떻게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모종린: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주 도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입니다. 작게는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 넓게는 라이프스타일 산업과 관련된 정책이 도정에 있나요? 

 

이승택: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제가 도시재생센터장을 맡았을 때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기상청과 함께 W360[6]을 만들었고, 모 교수님, 전 센터장님, 노 전 국장님과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로컬’이라는 아젠다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키워드가 나왔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모종린 교수님께서는 이런 시도가 더 밀도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내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공기관으로는 크게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문화예술진흥원이 있습니다. 먼저는 이 세 곳의 합심이 필요하고, 제주 미래전략국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함께 손잡고 로컬 크리에이터 정책을 확산해 나가야 합니다.

 

전정환: 저도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정부 역시 부처 간 협력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런데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은 부처 간 융합이 잘 돼야 성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기부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선도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문체부나 행안부에서는 이제야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상황입니다. 상위기관은 다르더라도 현장의 접점에 있는 중간지원 조직의 협업에서도 혁신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승택 이사장님이 도시재생지원센터장에 계실 때 W360과 같은 협업 성과를 만들었던 것처럼요. 

 

그런데 제주도에서 문화와 관광 관련 부처는 여전히 협력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다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도 없어요. 일자리국 소상공인 기업과 역시 창의적인 소상공인이나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고요. 기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부처 간에 협력에서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습니다. 

 

이승택 이사장님이 문화예술재단으로 가신 것이 기회라고 봅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협업했던 것처럼 문화 분야와도 협업 사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아가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인재 육성은 기관끼리 협력한 후 상위부처가 이를 따라오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중기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은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제주도 미래전략국 또한 저희의 생각을 수용하고 지지해주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희섭: 광의의 영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정책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주도는 도청보다는 행정시 차원에서 마을사업을 많이 진행하기 때문에 마을 쪽에 특화된 사업이나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지방정부든 중앙정부든 전환이라는 관점으로 정책을 디자인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현 정부에서 펼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7]도 전환 정책으로 보기는 힘들어요. 괜찮은 콘텐츠, 괜찮은 모델을 발굴해서 보급하고 확산하는 형태에 가깝죠. 그래서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것이고요. 

 

다만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지방정부나 제주도청의 공무원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업구조가 나오기 힘든 이유는 공무원이 전환 정책을 설계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을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 정도밖에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정책이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미래전략국 차원에서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창업 등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정책적인 접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례로 제주 농가들과 같이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청년들이 육지에서 많이 유입되고 있고, 이들을 어떤 식으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경 젊은 감각이 녹아든 박람회 포맷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초기 단계의 붐 조성 수준 정도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전정환: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공무원이 있다는 점은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전환 정책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능력이 없다는 것인데요. 현재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공공혁신 아카데미[8]에서 제주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변화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제주더큰내일센터와 문화예술재단 등 중간지원 조직의 구성원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파트너로 함께하고 계신 구기욱 대표님께서 새롭게 요구되는 공공의 역량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6] W360: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협력하여 (구)기상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

바람이 많은 제주의 날씨 특성에 착안하여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한계를 두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며 꿈을 이루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어졌다.

[7] 그린뉴딜 정책: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뜻하는 말로,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말한다. (출처: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8] 공공혁신 아카데미: 제주시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핵신인재 발굴 및 양성 프로그램. 복잡하고 다양한 난제의 시대에 행정 변화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고, 사회 혁신의 가장 중요한 실행 주체는 행정임을 인식하여 공무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해 가는 과정을 학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복잡한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 부서 간 소통과 협력의 역량 강화를 통한 '혁신 인재 발굴·양성과정'과 공직사회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변화 관리자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도시의 전환기, 새롭게 요구되는 공공의 역량은 무엇인가?


구기욱: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정치가 살아있어야 한다.’입니다. 부정적 이미지의 정치나 논의에 그치는 정치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이 수반되는 능동적 의미의 정치를 뜻합니다. 부처 간 협력을 위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다 보면 정작 결정하지 못하고 돌아와서 각자의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도, 기관도, 기업도 내부 협력을 위한 회의에 외부 퍼실리테이터를 세워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퍼실리테이터를 협력 중재자로 바라보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2년째 함께하고 있는 공공혁신 아카데미는 퍼실리테이션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공무원들이 정책 협의를 할 때 단지 정보 공유에서 그치지 않고, 의사 결정을 만들어내는 회의를 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정치적인 영역이라고 보고 있고요. 

                     

공공혁신 아카데미 

제주시는 복잡하고 다양한 난제가 있는 시대에 행정 변화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사회 혁신의 실행 주체가 행정임을 인식하여 공무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공공혁신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9년부터 공공혁신 아카데미 변화 관리자 양성과정을 통해 제주도내외 행정(공무원)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문제를 발견, 학습 실천하는 프로세스를 내재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참고 : http://www.jccei.kr/news/photo.htm?page=2&act=view&seq=7442

 

오늘 논의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9]는 경제 측면에서 보면 혁신과 마케팅이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혁신을 하는 것’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혁신은 개인적 지식이나 영감을 바탕으로 도출될 수 있지만, 이들의 창의적 이노베이션 과정에는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합니다. 또한, 도출된 혁신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비즈니스로 살아남으려면 마케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혁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큐베이팅(venture incubating)[10]이라는 행위가 진짜 인큐베이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분배 복지정책을 하는 것인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전환 정책도 아이디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의사결정권자가 모여 실제로 전환을 결정하는 정치적 과정이 있어야 하고요. 이때 반드시 퍼실리테이터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공공혁신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인재들을 능력 있는 퍼실리테이터로 육성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정환: 부처 간 협력이 정말 어렵습니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각 기관 또는 부서의 중간 관리자, 또는 중간 리더들이 협력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어려움이 훨씬 크다고 합니다. 

 

황세원: 제주에서 새로운 기회가 어디에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라면 저는 청년들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보셨겠지만, 영국이나 미국, 북유럽 지역의 중간지원기관에 가보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공간도 젊은 감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이 있고 그 안에서 청년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청년에게서 혁신적인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신뢰가 없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또한 지역에서는 그곳으로 온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기본적인 안정성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지요. 불안정성이 높은 수도권 대신 지역에서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혁신이 일어나든 산업이 만들어지든 무언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저는 청년들이 지역이나 산업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일종의 ‘기운’에 기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승세를 타거나 발전할 것 같은, 소위 힙한 기운을 잘 느끼는 데다 그것이 그들의 지향이 되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제주도에는 타지역과 차별화된 힙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안정성으로 구현되면 청년이 더 많이 유입되고 포틀랜드와 같은 다양한 혁신 사례도 도출될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갖고 지켜봐 준다면, 청년이 많은 그 어떤 지역보다 제주가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봅니다.

 

전정환: 청년들이 살면서 일하고 싶어 하는 도시로서 제주가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모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라이프스타일 도시와도 연결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모종린: 패러다임을 논할 때 상징적인 논의도 필요합니다. 제주가 지향하는 모델이 어디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승택 이사장님께서 ‘제주 문화도시의 모델은 어디일까’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해주시면 어떨까요?

 

이승택: 제가 제주시·서귀포시 문화도시추진위원회와 함께 제주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으로 제주 문화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주 문화도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재단과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협의체를 만들었으니 같이 만들어보겠습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해외의 해안가 도시 등 제주와 유사한 환경을 지닌 롤모델을 찾고 벤치마킹을 할 계획입니다. 제주와 똑같은 사례는 없겠지만, 다양한 모델을 바탕으로  제주만의 창의적인 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 피터 드러커: 미국의 경영학자.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받으며 경제적 재원을 잘 활용하고 관리하면 인간생활의 향상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경영관리의 방법을 체계화시켜 현대 경영학을 확립하였다. (출처: 두산백과)

[10] 벤처 인큐베이팅: 아이디어는 좋지만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따위에서는 성공이 불확실한 벤처 회사가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으로 지원하는 일.




*CIRI 4차 회의-②편(다음글)로 이어집니다. 




* 게재된 글이나 자료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허락 없이 무단 복사전재하는 것을 금합니다


2020년 제주 지역혁신 싱크탱크 협의체(CIRI) 아카이브 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완성본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http://www.jccei.kr/archive/community.htm?act=view&seq=7599



기획 지역혁신팀 이경호최소영

제작 더스토리B

 

편집 이다혜배주희 

사진 이성근

일러스트·디자인 고경훈

교정·교열 박혜강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시대, 로컬의 가까운 미래 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